오늘 본 담배 피우는 여자

by 김원일 posted Jul 28, 2013 Likes 0 Replies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 여자는 내 앞에 서 있었다.
20대 후반이거나 기껏해야 30쯤 돼 보였다.

안식교인은 분명히 아니었을 터.


당신이 피우는 담배 때문에 죽을 확률이
미친 소 먹고 죽을 확률보다 더 크다고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ㅆ ㅏ ㄱ ㅏ 지 없는 느낌은 아예 들지 않았다.

비벼 끈 꽁초를 거리에 버리지 않고
미리 준비해온 손가방 작은 주머니에 넣으며 돌아서는 그녀의 얼굴엔
고뇌가 서려 있었다.

기껏 소고기 먹고 죽을까 봐 두려워하는
그런 고뇌가 아니었다.




고뇌가
짙은 안개처럼 흐르는 그 얼굴이

무르익은 사. 람. 의. 색깔로 빛났던 것은
그녀 손에 들린 촛불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


안식교인은 분명히 아니었을 터.


어쨌든,
그 얼굴
정말 아름다웠다.




지쳤으나 피곤하지는 않았던 나를 싣고
전철 끊긴 서울의 밤길을 달리는
택시 기사의 한 맺힌 넋두리가

담배 피우는 여자 얼굴에
깊은 계곡 안개처럼 서려 있던
바로 그 고뇌였다.





비벼 끈 꽁초를 거리에 버리지 않고
미리 준비해온 손가방 작은 주머니에 넣으며 돌아서는
고뇌에 찬 그녀의 얼굴은
진정 아름다웠다.


담배 피우는 그 여자는
내 앞에 서 있었다.

정녕
안식교인은,


아니었을 터.


(사진 출처: 한겨레신문)

Articles

83 84 85 86 87 88 89 90 91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