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약 VS 개거품 게임 셑

by 몽롱해 posted Jul 31, 2013 Likes 0 Replies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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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색된 얼굴의 주심, 천천히 걸음을 때며 링 중앙을 향해 걸어가며 양선수를 불러 세웁니다. 반격을 미적거리며 굼뜨게 동작하는 쥐약선수를 향해 단호하게 2차 경고, 게임아웃으로 루즈한 상황을 정리합니다. 대격돌이 예상되었던 쥐약 대 개거품의 타이틀매치는 예상과 달리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민초지존 개거품의 TKO승으로 마쳐집니다. 아! 팬들 아쉬워하네요. 경기를 마치며 아쉬워하는 민초벌을 찾은 열혈광팬들을 위해 돌직구 독설로 이름을 날렸던 전직 쌈닭, 몽롱한 해설위원에게 마무리멘트를 부탁드려 보겠습니다.

위원님! 오늘 경기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예상외로 초반승부가 나게 되어 열혈팬들이 멍하니 망연자실한 맨붕상태이네요. 자리를 떠나지 않는 관객들을 보니 영 개운치가 않은 모양입니다. 팬서비스를 위해 보상해설이 필요할 듯합니다. 거침없이 걸한 돌직구로 총평을 부탁드려봅니다.

 

아! 네! 돌직구 몽롱한입니다.

오늘 경기 한마디로 싱거웠습니다. 프로와 아마의 한계를 보여주었다고 할까요.. 아무튼 파이터는 근성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보여준 일방적인 경기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개거품선수의 초전박살, 선제적인 기선제압이 유효했습니다.

 

기세등등한 개거품의 포스 앞에서 환쟁이 쥐약이 심리적으로 먼저 무너져 버린듯합니다. 우선 펀치의 쎄기가 달랐습니다. 개거품은 강하게 유효타를 적중시켰지만 쥐약은 펀치에 허리와 바디를 실지 못했습니다. 예! 물렁한 펀치였지요. 땡초 개거품은 노련한 경기경험을 살려 룰이 허용하는 마지노선까지 터프하게 밀어붙이며 격렬한 펀치작렬을 시켰습니다. 이에 반해 환쟁이는 링인지 화실인지 구별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패자의 굴욕에 아랑곳하지 않는 한량기질의 넘치는 여유가 승부에 집착하지 않게 하는 결정적 패착이 된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개거품선수는 전문파이터는 아니지만 늘 개거품 무는 필드의 타이트한 일상과 이에 더하여 근성 있는 기질이 뭉개져서 위력 있는 근육질 필력을 체내화 시켰습니다. 반면 쥐약선수는 역시 환쟁이의 미학적 심성과 깊은 산속 이력의 은둔기질 습성이 링 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사와 예술가의 싸움이었다고 할까요. 평소 습성과 기질의 차이가 그대로 승패를 결정지었고 어쩌면 정해진 승부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쥐약선수는 촌철살인적인 난타전이 필요한 시점에서 나름의 수세적인 잽을 날렸습니다. 그러나 상대에게 전혀 데미지를 주지 못하는 너무 얌전한 경기를 펼친 것입니다. 왕창 대격돌을 기대했었던 쥐약선수의 조용한 팬들에게 엄청 실망을 주고 경기를 마감하게 된 격이 되었습니다. 누가 보아도 파이터로서는 전투의지가 박약하고 스킬적인 기량과 자질부족을 그대로 보여준 경기였지요. 일단 상대가 거칠게 파고들면 격돌하여 치열한 난타전을 벌였어야 하는데 양반자세의 방어적 경기운영이 결국 초반에 승부가 나는 졸전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이에 반해 개거품선수는 임전무퇴, 갈기 확 세운 폭풍대쉬의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며 승기를 초반에 잡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개거품의 때려잡기 초반화이팅은 쥐약의 기를 선제적으로 확실히 제압하면서 전투의지를 무력케 하고 경기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는 노련한 경기운영을 하였고 포인트에서도 뚜렷하게 리드하며 경기를 이끌었습니다. 이번 TKO승으로 개거품선수는 1승의 캐리어를 추가하며 파이터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굳히게 되었습니다. 강력한 다크호스가 출연하지 않는 한 개거품 선수의 민초 지존의 자리는 계속 이어질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쥐약선수는 두문불출이 예상됩니다. 객관적인 패인을 분석하며 힐링 기간이 다소 필요할 듯 여겨집니다. 최악의 전망으로는 유력선수 퇴출로 인한 민초리그의 흥행위축으로 이어질까도 예견되지만 노파심으로 보아도 되리라 여깁니다. 여하튼 당분간은 절필할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호방한 기질의 쥐약님 이내 훌훌 털고 평상심을 찾을 것으로 희망적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번 쥐약님의 패착을 계기로 숨어있는 많은 팬들과 더불어 잃어버린 오랜 산중내공의 야생성이 강하게 자극받기를 기대를 해야 되겠습니다. 쥐약님 와신상담하여 이내 천하의 사자후를 포효하리라 해설자로서 적극 주문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이 매치가 이루어진 배경을 심리학적으로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느닷없는 용호상박 쥐약 VS 개거품의 양강 대결은 별셋의 반짝 등장과 퇴장에서부터 그 단초가 있습니다. 쥐약선수의 얼바리 독설로 인한 난타가 이어질 때 혜성처럼 구원군 별셋이 만화영화의 주인공처럼 짜~안하고 나타났지요. 별셋은 잠깐이나마 엄청난 반응으로 미학적인 필력을 과시하며 쥐약에 대한 여론을 반감시키고 환한 보름달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민초를 평정할듯한 호기 충만한 기세로 몇 시간의 별셋천하를 이루는 듯 하였지만 신원노출은 그를 주춤하게 만들고 유약한 담력은 결국 별셋을 퇴각시키게 만들었지요.

 

유려한 필치의 대표논객으로 민초에 안착할 듯 하더니 이내 종적을 감추고 그야말로 별처럼 왔다가 별처럼 슬며시 사라진 스타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별셋의 ‘얼바리’에 대한 새로운 각도의 학자적인 심화적 해석과 쥐약선수에 대한 우호적 입장표명으로 판세가 반전되는 듯 하다가 그만 도로 제자리가 되어 버린 것이지요.

 

얼바리 충돌로 인한 호각지세는 다시 무너지고 돌연 별셋의 퇴장으로 인한 그의 존재가치에 대한 민초진영의 기대감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의 돌발출현과 잠적은 갑작스런 주목의 눈길보다는 신원노출로 인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가 있겠습니다. 그의 퇴장으로 인한 전략손실에 대해 크게 노기를 띤 민초지존 개거품선수는 이에 격분하여 쥐약선수에게 한판 진검승부의 수를 바로 던지게 된 것이지요.

 

아 그렇게 볼 수가 있겠군요. 역시 몽롱한 위원님의 신기는 가히 독보적입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팬들과 예비선수들을 위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네! 일단 매치가 시작되면 관객들도 선수들의 전의고양을 위해 인기척을 느낄 수 있게끔 해주어야 합니다. 댓글로 흔적을 남겨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관람수칙의 룰이 허용하는 선에서 장내를 달구어주는 댓글 반응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개거품님의 대판 전쟁선언의 조회수가 제법 뜨겁지만 댓글이 없어요. 개거품선수의 위압에 살기가 느껴져 몸조심하는지 영 나서지를 않네요. 시중에서 잡배들의 철없는 싸움은 적극 말려야 하지만 의식 있는 논객들의 싸움은 부채질 하는 것도 인문을 배우고 경기를 즐기는 현대인의 지혜이겠지요.

 

네! 몽롱한 위원님의 고견 감사합니다. 예비선수에게도 한 말씀이요.

 

네! 당연한 예기지만 화력강한 온라인 필드에서의 전투력을 위해서는 우선 말 빨이 쎄져야 합니다. 다소 거칠지만 의미 강한, 생동감이 느껴지고 충격파가 센 단어들 있지요. 그런거 많이 알아야 합니다. 거기에 살갑게 느껴지는 현대적 어휘들을 추가하면 위상 있는 용감한 전사가 되는 거지요. 더 팁을 드리면 단어조합의 응용력도 필요하고 글의 호흡도 고려해야 합니다. 글이 지루하지 않고 느끼하지 않아야 읽혀지고 상대를 제압하는 힘도 거기에서부터 출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너무 많이 털어 놓네요.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단어금고를 하나 만들어놓고 자주 들여다보는 것도 전투력 향상을 위해서 필요한 준비입니다. 더 첨부하자면 인문학적인 넓고 깊은 자질 계발이 필요하겠지요.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애기지요. 이왕 나간 김에 다독, 다작에 이어 문장을 이어가는 스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치열한 공방의 난타전속에서도 글의 유려함과 기본적 문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팁two 설전에서 주의점이 있습니다. 깊은 의미를 끌어내려는 시도는 좋지만 그런 필법은 상대가 있는 공방전에서는 적극 피해야 합니다. 단발성의 명쾌한 단문, 치명타를 줄 수 있는 화력위주의 공략을 해야 합니다. 모호하고 주관적인 표현은 이질감만 주지 상대에게 데미지를 주지 못하고 관객의 공감을 불러오지 못합니다. 혼자만의 원맨쑈가 되기 십상입니다. 제 이름이 몽롱한이지만 글이 몽롱해서는 절대 안 되지요. 저 아래에 반어 역설이 나왔으니까 알아서 판단하시고요.

 

단순 명쾌하면서도 객관적인 표현들 거기에 의미심장하다면 논객전사로 준비되는 것이지요. 상대의 허를 찔러 맨붕 제압시키는 더 깊은 필살기도 있지만 그건 수업료가 필요하지요. 오늘 예상보다 일찍 마친 경기로 인해 팬들 ‘쌈꾼되기’ 교육까지 너무 많이 오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문필적인 전사는 만들어지기 보다는 타고난다는 것이 오래된 정설이지요. 아쉬운 시간을 뒤로 하며 이상 마치겠습니다. 민초벌에서 아나운서 몽롱해, 해설위원 몽롱한이었습니다. 어휴 이거 몇 시간이야!! 휴가 여기다 다 쏟아 붓는구나.  사랑하는 민초팬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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