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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모제스도 아픈 푼질래도 웃었다, 꼬꼬 킴을 만난 뒤…

등록 : 2013.07.31 15:42 수정 : 2013.07.31 21:19

 

 
스와질랜드 카풍아에 있는 원불교 카풍아교당이 운영하는 유치원 아이들과 함께 김혜심교무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카풍아교당 제공

스와질란드 카풍아, 김혜심 교무의 봉사현장을 가다

*꼬꼬 킴: <김 할머니>

아프리카 북쪽 수단에 가톨릭의 이태석(1962~2010) 신부가 있었다면, 남쪽 스와질란드엔 원불교의 김혜심(67) 교무가 있다.
아프리카의 한켠에서 암에 걸린 육신을 던져 희망의 등불을 밝히고 있는 김 교무를 지난 7월 8~19일 찾았다.

아프리카 최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 동쪽에 자리한 스와질란드의 카풍아로 가는 길은 먼지바람이 거셌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국경까지 차로 5시간30분 걸렸다. 국경을 넘어 차로 2시간 30분, 다시 스와질란드의 수도 음바바네와 또 다른 도시 만지니를 지나쳐 20km 넘는 산길을 달리자 해발 1100m 산 속에 카풍아가 있었다. 19세기 초 영국과 네델란드계 백인들이 이 땅을 빼앗기 위해 혈전을 벌여 ‘피의 계곡’으로 불리는 땅이다.

평균 수명 32.6살
에이즈·기아에 신음하는 마을
무료보건소와 학교를 세웠고
약과 먹을 것을 나눠줬다

꼬꼬 킴은 암 투병중이다
두 차례 수술을 받고
의사는 “쉬어야 한다” 했지만
18년 카풍아에서 뛰고있다

1968년 스와질란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했으나 여전한 전제 왕권국가에 일부다처의 폐습이 잔존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왕이 아니라 가난과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AIDS)다. 강원도만 한 지역에 120여만 명이 사는 스와질란드는 15~49살 인구의 26%가 에이즈 환자(유엔 2011년 통계)로, 세계 최고 비율이다. 이 나라 평균 수명은 32.6살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에이즈와 기아, 이 무서운 두 개의 그림자가 1만 5천 명이 사는 카풍아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현지인들은 이 마을 성인의 절반 가량이 에이즈로 고통 받고 있다고 전했다. 카풍아 주민 모제스(17)의 아버지도 지난해 5월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모제스네 다섯 식구의 하루 수입은 암탉 다섯 마리가 낳은 계란 다섯 알이 전부다. 거적때기 하나 없는 흙바닥에서 식구들은 끼니를 때울 양식이 없어 빗물을 끓여 춥고 건조한 집안을 데울 뿐이다. 6~8월까지 겨울이라 새벽에는 체감온도가 영하까지 떨어지는 추위에 떨며 고픈 배를 감싸 안고 있다. 모제스의 엄마 아냐(41)는 “달걀을 팔아 겨우 살아가는데, 아무리 배가 고파도 닭을 잡을 수도 달걀을 먹어버릴 수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마을입구 식품점에서 일하는 푼질래 드라미니(40)도 에이즈 환자다. 그가 에이즈 판정을 받은 것은 2008년. 그해 유치원에 다니던 딸이 에이즈 합병증으로 숨졌다. 딸을 잃고 자포자기하며 생을 접으려던 드라미니에게 희망을 준 이가 김 교무였다. 김 교무가 건네는 자비와 약품으로 생을 보전해가고 있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않은 채 카풍아의 흑인들을 돌보고 있는 김혜심 교무.
이 마을에서 김 교무는 ‘꼬꼬(할머니) 킴’으로 불린다. 그를 모르는 사람은 이 마을에 없다. 김 교무는 이곳으로 오기 전 원광대 약학대 학장을 지냈다. 약사로 또는 약학 박사로 한국에서 몸 편히 살 수 있던 그가 이곳에 건너온 것은 18년 전이다. 1970년 원불교에 출가해 76~83년 한센병 집단촌인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살며 봉사하기도 했던 그는 1995년 아프리카에 왔다가 스와질란드의 참혹한 실상을 보았다. 에이즈 환자 천지인 어른들 사이에서도 티 없이 맑았던 아이들의 눈망울이 눈에 밟혔다. 그래서 학장직을 그만 두고 아프리카행을 결행했다.
 

김 교무는 원불교 카풍아 교당에 무료 보건소를 열었다. 지난 2005년엔 에이즈 환자를 위한 ‘선샤인(Sun Shine) 쉼터’도 열었다. 이 마을 에이즈 환자의 10분의 1쯤인 750여 명이 쉼터의 관리를 받고 있다. 환자들에게 면역 증강제를 투약하거나 혹은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옥수수 가루와 같은 먹을 것과 비타민을 나눠주는 게 매일 김 교무의 일과다. 이곳은 병이 중한 환자들을 돌볼 뿐 아니라 에이즈 예방 교육을 통해 에이즈의 확산을 막는 전진기지 구실도 한다.
 

카풍아 교당의 교무 4명과 봉사자 1명 등 한국인 5명과 현지인 실무자 12명은 에이즈란 급한 불을 끄는데 그치지 않는다. 유치원과 여성센터와 무료 도서관을 운영하고, 초·중·고교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직업훈련교육을 한다.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요즘 마을 사람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꼬꼬 킴’이 암에 걸렸기 때문이다. 국가도 정부도 의지할 수 없었던 이들에게 ‘꼬꼬 킴’은 유일한 생명의 끈이다. 김 교무가 암이 재발해 쉬어야 한다는 권고를 받고 있지만, 이들이 김 교무를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카풍아를 뒤덮은 병마와 싸우던 중 김 교무는 2006년 다발성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 체중도 10kg이나 줄며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에서 봉사를 계속하던 그는 2008년 다시 위암 판정을 받고 한국에서 또 한 번 수술대에 올랐다. 담당의사는 ‘쉬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만류했지만 그는 이곳으로 돌아왔다. 남아공의 사막 마을 라마코카와 카풍아 마을을 오가며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조현제 교무(46)는 “김 교무는 뼈마디가 으스러질 정도로 봉사를 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런데도 김 교무의 관심은 자신의 몸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를 아프게 하는 것은 부모로부터 에이즈란 질병을 물려받은 채 태어나는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이 잘 먹어야 면역력이 높아져 병을 견뎌내는 데 먹을 것이 태부족한 상태다.
 

김 교무는 “에이즈를 물려받은 아이에게 한 달을 꾸준하게 분유를 먹였더니 얼굴이 달덩이처럼 건강해졌다. 잘 먹기만 해도 면역력이 높아지는데 먹을 것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교당은 하루하루 연명하기도 힘겨운 이들에게 암송아지 30마리를 분양해주었다. 2년 전 교당으로부터 우리 돈으로 40~50만 원 정도 하는 암소를 분양받은 라디아(58)는 “1년만 더 키우면 새끼를 낳을 것 같다. 새끼를 낳으면 나도 어려운 사람에게 송아지를 나눠주겠다”고 해맑게 웃었다. 김 교무는 “송아지가 커서 새끼를 낳고, 라디아처럼 이웃 사람들에게 계속 분양을 한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도우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함께 웃었다.

 

 

이 마을은 전기가 들어오는 집이 거의 없어 밤이면 암흑세상이다. 유일한 불빛은 교당 안에 있는 도서관이다. 25개 좌석을 가득 메운 도서관에서 책을 읽던 모제스가 말했다.

“내겐 두 가지 꿈이 있다. 하나는 ‘꼬꼬 킴’처럼 남을 돕는 일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김 교무를 비롯한 한국인들의 헌신으로 잿빛 구름만이 가득했던 카풍아의 하늘에 무지개가 떠오르고 있다. 카풍아(아프리카 스와질란드)

글·사진 정주용 <한겨레 티브이> 피디j2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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