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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 9 / 성령강림절 다섯 번째 주일

 

찢어진 마음을 드립니다

시편 51:1-19

 

곽건용 목사

 

표제 때문에 널리 알려진 시편

 

시편 51편은 널리 알려진 유명한 시편입니다. 1편과 23편 말고는 가장 널리 알려진 시편이 바로 이 시편일 겁니다. 이렇게 된 데는 ‘다윗이 밧세바와 정을 통한 다음 예언자 나단이 찾아왔을 때 지은 시’라는 표제 덕이 큽니다. 다윗이 저지른 이 사건도 유명하지만 사건 뒤에 그가 참회하고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해서 이 시편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 시는 노래가 지어진 구체적인 상황이 명시된 몇 안 되는 시편들 중 하나입니다. 이 시가 지어진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다윗이 자기 수하 장수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가 목욕하는 걸 보고 욕정이 발동해서 그녀를 궁으로 불러들여 범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덜컥 임신을 했습니다. 그러자 다윗은 자기가 저지른 죄를 감추려고 전쟁터에 있는 그녀의 남편 우리야를 불러들여 동침하게 했으나 충직한 장수인 우리야는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다윗은 그를 전투가 가장 심하게 벌어지는 곳으로 보내서 죽입니다. 간접적이지만 살인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이에 예언자 나단이 다윗에게 와서 그를 심하게 꾸짖자 다윗은 “내가 야훼께 죄를 지었소.”라고 고백했다는 것입니다(사무엘하 12:13). 이 시편은 이런 상황에서 지어진 노래라는 겁니다.

 

하나님, 선한 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어지신 분이여, 내 죄를 없애주소서.

허물을 말끔히 씻어주시고 잘못을 깨끗이 없애주소서.

내 죄 내가 알고 있사오며 내 잘못 항상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당신께, 오로지 당신께만 죄를 얻은 몸,

당신 눈에 거슬리는 일을 한 이 몸,

벌을 내리신들 할 말이 있으리이까?

당신께서 내리신 선고 천번 만번 옳사옵니다.

 

시인은 토를 달지도 않고 핑계를 대지도 않습니다. 자기가 지은 죄를 깨끗이 인정합니다. 나단의 꾸중을 듣고 “내가 야훼께 죄를 지었소.”라고 깨끗이 인정했듯이 말입니다. 그는 핑계대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하나님이나 다른 사람에게 불평하거나 불만을 드러내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이 몸은 죄 중에 태어났고 모태에 있을 때부터 이미 죄인이었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이 표현을 교리적으로 읽어 아기를 낳는 성행위를 죄로 보거나 원죄 교리의 토대로 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자기가 죄를 지었음을 강조하는 시적인 표현으로 읽는 게 옳습니다.

 

고백하라!

 

여기서 시인은 자기가 지은 죄를 깨끗이 인정하고 그걸 해결하려 합니다. 구약성서에는 감춰진 죄나 의도하지 않은 죄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눈에는 감춰질 수 없지만 사람의 눈에는 감춰진 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의도하지 않은 죄도 있을 수 있음을 구약성서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구약성서에서 죄는 하나님과 관계를 깨뜨릴 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 또한 손상을 줍니다. 곧 타인과 관련되지 않고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죄란 있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다윗은 밧세바를 범하고 우리야를 죽음에 몰아넣은 후 “내가 야훼께 죄를 지었소.”라고 고백했지만 이 고백은 사람을 도외시하는 고백은 아닙니다. “오직 야훼께만 죄를 지은 이 몸”이란 표현 역시 마찬가지로 사람을 도외시하는 표현이 아닙니다. 그래서 구약성서에서 죄의 문제는 두 가지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자기가 지은 죄 때문에 피해를 보고 고통당하는 사람에게 용서받는 일이 하나이고, 궁극적으로 하나님께 용서받는 일이 다른 하나입니다.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완전한 용서가 아닙니다. 이 시편은 후자에 집중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전자가 무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인은 어떻게 해야 지은 죄를 용서받는지를 노래합니다. 그 답은 간단합니다. 그것은 지은 죄를 하나님께 고백하는 것입니다. 죄를 고백하는  것, 그것이 전부입니다. 하나님께 죄를 고백하고 그 다음 일은 모두 하나님께 맡기라는 겁니다. 간단하지요?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간단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볼 점은 어떻게 하는 것이 죄를 고백한다는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죄인이 자기가 지은 죄를 정직하고 진실하게 고백하면 하나님이 그 고백을 듣고 용서 여부를 결정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그 결정을 알려주신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죄를 고백하는 사람은 하나님이 자기 죄를 용서하실지 용서하시지 않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고백하는 게 됩니다. 하지만 죄를 고백할 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이와 다릅니다. 죄인이 죄를 고백하는 것은 그가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을 믿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죄가 용서받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죄를 고백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죄인이 죄를 고백하는 것도 그런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을 믿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또 다른 오해는 죄의 고백을 인간적인 고통이나 실패, 죄책감에 사로잡히는 것과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물론 죄를 지으면 고통스럽고 스스로 실패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좌절감이 들고 죄책감에 사로잡히기 십상이고 또 어느 정도는 그래야 마땅합니다. 죄를 저지르고도 아무 고통도 느끼지도 않고 실패감이나 좌절감도 생기지 않으며 죄책감도 없다면 그 사람은 자기가 저지른 죄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죄책감을 갖는 것과 거기 사로잡히는 것은 다릅니다. 죄책감을 느끼는 일은 마땅하고 지나치지 않으면 바람직하기까지 하지만 거기 사로잡히는 것은 매우 안 좋습니다. 죄책감에 사로잡히는 것과 양심적인 것은 서로 다릅니다. 죄책감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양심적일 수 있습니다. 죄책감에 사로잡히는 것은 자기 안에 있는 상처와 고통을 밖으로 끄집어내지 않고 더 깊숙이 안으로 밀어 넣는 일입니다. 그렇게 되면 하나님을 향할 수 없고 하나님께 죄를 고백할 수도 없습니다. 죄책감에 사로잡히면 자기 너머의 하나님을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죄를 고백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신을 넘어서서 그 너머의 하나님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하나님의 은총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그것은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죄를 고백할 수 있습니다. 죄의 고백은 하나님의 은총과 사랑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니 말입니다.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사실 오늘 설교도 시편 51편을 한 절씩 읽어가면서 풀이하는 식으로 하려 했다가 생각을 바꿨습니다. 우리 모두 지난 주간에 문희숙 교우를 하나님께 보내드리는 힘든 일을 치렀습니다. 어제 장례예배 설교에서 저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불행한 일들을 하나님을 믿는 우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좀 더 하려고 합니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사람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신다고 믿습니다. 사실 이렇게 믿는 사람은 기독교인만은 아닙니다. 그 분을 ‘하나님’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부를지라도 대부분 사람들은 사람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분이 계시고 그분은 선하고 정의롭고 전능한 분이라고 믿습니다. 이런 하나님이 세상을 주관하신다면 선하지 않고 정의롭지 않은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문희숙 교우처럼 건강하고 활달하고 남 도와주기 좋아하고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나는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말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세상에선 착한 사람보다 악한 사람이 더 흥하고 정의로운 사람보다는 정의롭지 않은 사람이 더 떵떵거리며 사는 것 같습니다.

 

사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불행한 일들은 그 책임이 사람에게 있습니다. 어제도 산타모니카대학에서 어떤 사람이 지나가는 자동차에 마구 총격을 가해 사상자가 생겼다고 하는데 이런 일의 책임까지 하나님에게 돌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어떤 사람은 음료수를 사러 가게에 들어가는 바람에 화를 면했는데 다른 사람은 바로 전 정거장에서 떠나가는 버스를 억지로 세워 올라탔다가 총에 맞아 다치거나 죽었다면 이걸 우연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여기에도 하나님의 의도와 섭리가 들어 있다고 봐야 할까요?

 

사람을 가득 태운 버스가 브레이크 고장으로 언덕 아래로 굴렀습니다. 승객들은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어떤 사람은 살아났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때 살아남은 사람이 자기는 하나님의 특별한 돌보심으로 살아났다고 믿는다면 저는 거기에 대해 뭐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이런 믿음이 불편하긴 하지만 밖으로 드러내지만 않는다면 그것까지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병원에서 큰소리로 “할렐루야!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외친다면 저는 그를 말릴 겁니다. 같은 사고에서 크게 다치거나 죽은 사람들과 가족들은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을 받지 못해서 그렇게 됐다고 믿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전쟁터에 나간 군인들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적군에게 총을 쏩니다. 그렇게 쏘아진 총알에는 양심이 붙어있지 않고 포탄은 그걸 맞고 죽는 사람이 누군지, 그의 죽음에 슬퍼할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리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총알이나 포탄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피해가게 하시진 않습니다. 하나님은 사랑하는 사람에겐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내년쯤에는 막힐 테니 그 전에 미리 수술하라고 알려주시지도 않고, 아끼는 사람이 유방암에 걸릴 테니 지금 유방을 잘라내라고 가르쳐주지도 않습니다. 토네이도는 예수님 잘 믿는 마을을 비껴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벌어지는 불행은 하나님과 상관이 없을까요? 하나님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걸까요, 아니면 하나님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일까요? 하나님은 이루고픈 목적이 있어서 지진을 일으키고 쓰나미를 몰고 오며 토네이도를 보내시는 걸까요? 저는 그렇게 믿지 않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가 아니라 자연의 행위일 뿐입니다. 하나님은 자연을 만드셨지만 모든 자연현상을 일일이 간섭하거나 좌지우지하시지 않습니다. 자연은 자연의 법칙대로 굴러갑니다. 자연은 도덕적이지 않고 맹목적이며 가치관을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자연은 재난을 일으킬 때 선한 사람은 피해가고 악한 사람만 골라서 불행에 빠뜨리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착한 사람도 자연재해의 희생자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자연과 다릅니다. 하나님은 도덕적이고 가치관을 갖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맹목적이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정의롭고 선하십니다. 하나님은 자비롭고 사랑이 넘치고 긍휼이 충만한 분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이 불행을 겪는 걸 원치 않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는 까닭은, 하나님은 자연을 창조하셨지만 일일이 자연의 일에 간섭하지 않거나 완전히 통제하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전능하시지 않은 셈입니다. 제 말이 불경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신 분으로 믿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니 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하나님은 자연도 사람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십니다. 하나님은 다리를 끊고 댐을 무너뜨리고 비행기 날개를 부러뜨려서 못된 사람을 심판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동시에 공사를 부실하게 해서 다리가 끊어지게 만든 사람을 막지도 못하십니다. 나쁜 사람이 댐에 폭탄을 장치해서 폭파시키는 것도 막지 못하십니다.

 

하나님을 믿는 이유나 목적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럼 하나님은 뭘 하실까요? 이런 하나님을 왜, 무엇 때문에 믿습니까? 지진도 못 막고 토네이도를 못 막으며 다리가 끊어지고 댐이 무너지고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도 못 막는 하나님은 대체 뭐 하는 하나님이며 우린 왜 이 하나님을 믿어야 하는가 말입니다.

 

‘이런 하나님을 왜, 뭐 하러 믿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하나님을 믿는 데 이유가 있을까요? 거기에 목적 같은 게 있습니까? 하나님은 내가 필요해서 믿는 게 아닙니다. 나의 필요에 따라 믿고 말고 하는 게 아니란 말씀입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을 이유는 수없이 많습니다. 하나님이 눈에 보이길 합니까, 뭐 필요한 걸 무더기로 안겨주시길 합니까, 필요할 때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시길 합니까, 기도한다고 모두 들어주시길 합니까. 만일 하나님이 사람들의 기도를 다 들어주신다면 세상에 병들어 죽을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그런 사람을 위해서 누구라도 한 사람은 기도할 텐데 하나님이 그 기도를 다 들어주신다면 병으로 죽는 사람은 없어야 맞지요.

 

이에 비하면 하나님 믿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하나님은 믿을만한 이유가 있어서 믿는 게 아닙니다. 그냥 믿어지니까 믿는 겁니다. 무슨 목적을 갖고 믿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이 내가 갖고 있는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아서 믿는다면 그것은 하나님을 하나의 수단이나 도구로 삼는 것이고 결국 성서가 하지 말하고 하는 우상숭배를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믿는 데는 그 어떤 이유나 목적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냥 믿는 겁니다. 그냥 믿어지니까 믿는 것입니다. 죽어서 천국을 가거나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고 믿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제가 죽으면 영생에 들어갈 걸로 믿지만 그것 때문에 하나님을 믿지는 않습니다. 그건 내게 주어질 선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모든 선물은 주는 편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하나님이 안 주시겠다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나님이 영생을 선물로 주지 않는다고 해도 하나님 믿는 신앙을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우리가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또는 주위 사람이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 일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려고 노심초사하는 게 아니라 “이런 일이 닥친 지금 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제부터 나는 뭘 해야 하는가?”를 묻는 일입니다. 주위에 불행한 일이 닥친 사람이 있다면 우리가 할 일은 그 사람과 함께 있어 주는 일입니다. 그와 함께 아파하는 일입니다. 그를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일입니다. 어설프게 그를 위로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나님이 그를 사랑해서 먼저 데려가셨다는 말로 남은 사람의 가슴에 대못 박지 말아야 합니다. 그저 같이 있어주고 같이 슬퍼해주고 같이 울어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저는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를 들으신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내가 기도한 대로 이루어지리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좋은 기도는 들어주고 싶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기도한대로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하나님이 외면하시기 때문인지, 아니면 하나님에게 기도를 다 들어주실 힘이 없기 때문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분명한 사실은 모든 기도가 기도한 사람의 뜻대로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저는 하나님의 약함을 봅니다. 하나님은 선하고 정의로우십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전능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지진과 쓰나미가 착한 사람을 쓸어가는 걸 막지 못하시겠지요. 그러니까 다리가 끊어지고 댐이 무너지고 비행기가 추락할 때 정의로운 사람도 같이 죽는 것이겠지요. 전능하지 않은 하나님은 믿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전능하시지 않더라도 하나님에 대한 신앙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전능하지는 않지만 고통당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 주시고 같이 아파해주시고 울어주시기 때문입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이번 문희숙 교우 일로 인해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불행이 닥쳤을 때 ‘혹시 내가 잘못한 것이 있나? 혹시 나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후회가 밀려오고 죄책감이 가슴을 누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데 자기는 살아 있다는 사실에 죄의식을 갖게 됩니다. 이런 생각은 사실도 아니거니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입니다. 이런 일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물론 하나님 탓도 아닙니다. 이 일은 도덕심도 양심도 가치관도 없는 자연이 행한 일일뿐 그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이번 일에도 여러분들, 특히 가까운 가족들은 자신을 탓하지 마십시오. 사람이 죽으면 애도와 장례의식을 치릅니다. 우리도 어제 문희숙 교우의 장례예배를 드렸습니다. 이 모든 종교의식은 죽음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죄의식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옳지 않은 죄의식을 없애려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잘못을 저지르며 삽니다. 못 되게 굴기도 하고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도 하지요. 이런 말과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하지만 우리는 성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말과 행동을 합니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닥친 불행은 우리가 그런 말과 행동을 했기 때문은 아니란 말씀입니다.

 

이런 불행한 일이 벌어졌을 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 일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려고 노심초사하지 말고 “이런 일이 닥친 지금 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제부터 나는 뭘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했습니다. 이번에 슬픔을 당한 교우와 그 가족들에게 우리 교우들 모두 깊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줬습니다. 이제부터 뭘 해야 하나 생각하며 지혜롭고 다정다감하게 사랑으로 대처했습니다. 여러분을 통해서 하나님의 손길에 슬픔을 당한 가족들에게 전해졌다고 믿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은 하나님 안에서 평화로운 안식을 누리기 바라고 가족들에게는 주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바라며 가족들을 도와주신 모든 교우들에게 목사로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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