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나는
김남주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지 몰라
단 한방에 떨어지고 마는 모기인지도 몰라
파리인지도 몰라
뱅글뱅글 돌다 스러지고 마는 그 목숨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나는 가련한 놈 그 신세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꽃잎인지도 몰라라
꽃잎인지도
피기가 무섭게 싹둑 잘리고 바람에 맞아
갈라지고 터지고 피투성이로 문드러진 꽃잎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기다려 봄을 기다려 피어나고야 말 꽃인지도 몰라라
그래 솔직히 말해서 나는 별것이 아닌지 몰라
열개나 되는 발가락으로 열개나 되는 손가락으로 날뛰고
허우적거리다 허구헌 날 술병과 함께 쓰러지고 마는 그 주정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병신 같은 놈 그 투정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인지도
눈물로 눈물로
눈물로 출렁이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어둠을 사르고야 말 불빛인지도
그 노래인지도 몰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