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이 우라질, 얼바리같은 놈들”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by 아기자기 posted Aug 05, 2013 Likes 0 Replie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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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나는

김남주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지 몰라

단 한방에 떨어지고 마는 모기인지도 몰라

파리인지도 몰라


뱅글뱅글 돌다 스러지고 마는 그 목숨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나는 가련한 놈 그 신세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꽃잎인지도 몰라라 

꽃잎인지도 

피기가 무섭게 싹둑 잘리고 바람에 맞아

갈라지고 터지고 피투성이로 문드러진 꽃잎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기다려 봄을 기다려 피어나고야 말 꽃인지도 몰라라


그래 솔직히 말해서 나는 별것이 아닌지 몰라

열개나 되는 발가락으로 열개나 되는 손가락으로 날뛰고

허우적거리다 허구헌 날 술병과 함께 쓰러지고 마는 그 주정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병신 같은 놈 그 투정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인지도 

눈물로 눈물로

눈물로 출렁이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어둠을 사르고야 말 불빛인지도

그 노래인지도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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