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의 할렐루야에 침을 뱉으며 (1.5세 님께 사과 드리며). (조회수 5 이후 수정)

by 김원일 posted Dec 30, 2010 Likes 0 Replie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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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1.5세 님에게 사과 드린다.
정명훈의 할렐루야 연주를 올리셨는데
잘 듣고 나서 저런 제목의 글을 올리자니
정말 미안한 마음이다.
이해하리라 믿고 쓴다.



연주도 좋았지만
그의 지휘하는 모습이
감동 그 자체였다.

표정을 보면
그는 신들린 듯 음악에 묻혀 있었고
(같은 장소, 시간에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지휘하던 그의 모습도 그랬다.)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할렐루야 마지막 소절이 끝날 때
하늘을 향해 얼굴과 지휘봉을 올리는 모습이었는데
기도, 그 자체여서였다.

아,
저 곡이
저 연주가
다름 아닌 바로 그의 기도로구나.
가슴을 적시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에서도 그랬다.)

그래서
감동한 내용으로
1.5세 님이 올리신 동영상에

댓글도 올렸었다.


그리고 문득 드는 생각이
정명훈의 삶이 어떠하기에
저런 기도가
예술과 하나 되어
저토록 감동을 주는 모습으로
연출되는가,
하는 거였다.

그러고 보니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정명화, 정경화의 동생.
차이콥스키 경연 피아노 부문 2위.
LA Phil 부지휘자.
파리 오페라 하우스 상임 지휘자.
한국에서도 활동.
뭐, 대충 그 정도였다.

그래서
구글을 쳐 봤다.
좀 더 알고 싶어서.

그러다 발견한 것이
목수정씨의 글이었다.
(아래 참조)

아, 저런 일이 있었고
정명훈의 한 면모가 저렇게 드러난 사건이었구나.

무식, 막무가내 무대뽀

문화부 장관 유인촌,
참 웃기는 친구인데


바로 그의 행패로
예술을 하며 그것으로 먹고살던
동료 예술인들이
졸지에 예술과 삶의 터전을 잃었을 때

정명훈은
저런 무감각하고 오만한 태도를 보였구나.

그리고 하는 말이
"가서 기도해라."였다고?

이런.


선지자 미가의 말이 생각났다.

"내가 무엇을 가지고 여호와 앞에 나아가며 높으신 하나님께 경배할까 내가 번제물 일년 된 송아지를 가지고 그 앞에 나아갈까. '여호와께서 천천의 수양이나 만만의 강수 같은 기름을 기뻐하실까 내 허물을 위하여 내 맏아들을, 내 영혼의 죄를 인하여 내 몸의 열매를 드릴까.'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하느님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이 오직 정의를 행하며, 자비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걷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또 생각나는
선지자 이사야의 말.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너희의 무수한 제물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뇨 나는 수양의 번제와 살진 짐승의 기름에 배불렀고 나는 수송아지나 어린 양이나 수염소의 피를 기뻐하지 아니하노라 너희가 내 앞에 보이러 오니 그것을 누가 너희에게 요구하였느뇨 내 마당만 밟을 뿐이니라. 헛된 제물을 다시 가져오지 말라 분향은 나의 가증히 여기는 바요 월삭과 안식일과 대회로 모이는 것도 그러하니 성회와 아울러 악을 행하는 것을 내가 견디지 못하겠노라. 내 마음이 너희의 월삭과 정한 절기를 싫어하나니 그것이 내게 무거운 짐이라 내가 지기에 곤비하였느니라....선행을 배우며 공의를 구하며 학대 받는 자를 도와주며 고아를 위하여 신원하며 과부를 위하여 변호하라 하셨느니라.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 죄가 주홍 같을찌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 같이 붉을찌라도 양털 같이 되리라." (우리가 이 마지막 구절 외울 때 앞 부분은 항상 편리하게 생략했음.^^)


아,
정명훈의 저 기도하는 몸짓.
저건 그러면 또 뭔가.

건축의 미학이 우러나는 교회.
"일류"의 음악인들.
세계 정상급 연주.

그리고
기도하는 모습으로 우러나고
기도하는 모습으로 매듭짓는

저 진지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예술의 극치.

그런데
목수정의 글을 읽고 나서

그 예술의 극치
그 기도의 극치가

나를 토악질하게 하였다.

그의 "기도"에 침 뱉으며
올렸던 댓글을 내린 이유다.


이명박과 친하다는 저 예술인.

그의 정치의식과
그의 아둔한 무감각이
나를 아찔하게 만든다.


목수정은 그의 글 끝에서 물었다.
정녕 예술은 인간을 구원할 수 없단 말인가.


그에게 나는
꿈 깨라고 하고 싶다.

친밀한 동지의식을 느끼는 그에게
할 말은 아닐지 모르지만

어차피 예술은
우리를 구원할 수 없었다.

예술 그 자체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벌써 구원받았을 것이다.

예술은
우리를 구원하는 한 도구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예술 그 자체는,
아니,
적어도 예술인은


우리를 구원할 수 없다.


정명훈의 절대 아름답지 않은 저 기도가
아름다워지려면
그는 우선 무엇보다
인간을 사랑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안다.
그 나름대로
인간을 사랑하고 있으리라는 것.

안다.
예술인의 정치관
하나, 하나 따지다 보면

많은 예술이
물 건너가리라는 것.


그래서다.
예술은
우리를 구원하는 한 수단이 될 수 있을지언정
구원을 만끽하는 우리 영혼의 한 표현이 될 수 있을지언정

예술은
예술인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



이명박의 친구 정명훈이여
열심히 예술 하시라.

그러나
당신의 저 "진지한" 예술 기도에

나는 동참할 수 없다.

동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대의 할렐루야에
나는 침 뱉는다.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목수정 탓이다.


미가, 이사야 탓이다.

아니,

야훼 탓이다.




기도하기 전에
할렐루야 전에
우리는
그 기도의 대상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하느님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이 오직 정의를 행하며, 자비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걷는 것이 아니냐."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Jameson의
유명한 논쟁이 있었다.

무대에서 햄릿을 연기하는 배우가
햄릿을 떠나서
또 다른 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한 사람은 분리할 수 없다 했고
한 사람은 일치할 수 없다 했다.


정명훈,

저 연주 속
정명훈이,

그의 기도
그의 예술이,

이명박과 함께 흥청거리고
졸지에 터를 잃은 동료 예술인들을 우습게 알고
그들을 도우려는 두 성인 여자에게
촛불을 들먹이고
"계집애"라 깔보며
성깔 부리는 한 인간과

혼연일치할 수 있는가.


사르트르와 Jameson의 저 논쟁에서
햄릿 역을 맡은 무대 위의 배우와
그 배우의 무대 밖 삶을
분리해야 한다는 Jameson 쪽에
나는 손들어 주었다.


그래서다.

내가 저 동영상 속에서 보는
정명훈은
배우일 뿐이다.

보고 감동 받는 영화

주인공 역 배우의
정치적 신념과 실천이
그 영화와 아무 상관 없듯,

정명훈의 저 연주
정명훈의 저 기도하는 예술,
정명훈의 저 예술로 묻어나는 기도,

저 할렐루야와 아무 상관 없다.

그는 배우일 뿐이다.


예술은
예술인은

인류를 구원하지 못한다.

그러나
예술은
구원의 도구
구원의 체험
구원의 표현이 될 수 있다.

예술인과 상관없이.


정명훈에게 기대를 걸었던 목수정을
비판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목수정이 지나치게 실망하지 않기 바라고
더구나 절망은 금물이라는 걸 알고
발걸음을 돌렸기 바란다.




나는 저 정명훈의 기도에
침을 뱉는다.

그러나
나의 할렐루야를
그에게 빼앗길 마음은 없다.


그는 배우일 뿐이기 때문이다.



(아래 동영상 후 목수정의 글 수록)












충격, 지휘자 정명훈 "미국에 구걸하더니 이제와 촛불?"


파리에 있는 진보신당 당원들은 하루아침에 유례없는 방식으로 전원 해고된 한국의 국립오페라단 합창단 소식을 접하고,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그들의 복직을 위한 연대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가 이곳에서 만난 거의 모든 사람들 - 공연예술노조 위원장, 파리 오페라 합창단 단원들,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단원들 - 우리의 설명을 들은 3 만에 정황을 파악하고, 놀라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연대와 지지의 뜻을 즉각 표했다.


프랑스 예술가들의 조언

공연예술노조에선 하루 만에 지지 성명서를 발표해 주었고, 바스티유 오페라의 합창단원은 거의 대부분 주저 없이 서명해 주었으며, 한국 오페라 합창단 단원의 복직을 지지하는 거리콘서트에 대한 논의도 자체적으로 진행중이다.

그리고 모든 프랑스 예술가들은 한결같이 정명훈을 만나서 지원을 호소할 것을 조언했다. 그들이 보기에도 정명훈은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예술 권력자의 한사람이었기에.

그가 2004 국립오페라 합창단과 까르멘 공연을 , 자기가 만난 최고의 합창단이라고 극찬했던 바로 합창단의 해체 소식에 예술가의 양심을 발휘해주기를 우린 바랬다. 정명훈은 또한, 1994 그를 부당 해고한 오페라 바스티유극장 측과 힘겨운 소송을 했던 경험을 갖고 있기도 하다.


당시 오페라 바스티유 극장의 노조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으며 뼈아픈 경험을 이겨낸 그였기에, 비슷한 사안에 대하여 그가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힘을 보탤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비록 이명박과 막역한 사이이긴 하나, 예술가의 순진함에 기인하는 불행한 사건일 것이라고 애써 짐작하며.

3
20, 그를 만나기 위해 그가 지휘하는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러 샤틀레 극장에 갔다. 시간에 걸쳐 진행된 콘서트는 완벽하게 우리를 고무시켰다. 나와, 함께 성악을 공부하는 학생당원은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정신이 맑지 않을 없고, 정의와 진리를 담지 않을 없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했다.



정명훈의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

공연이 끝나고, 극장 뒤편으로 가서 그를 기다렸다. 오래지 않아 그를 만날 있었다. 우린 한국 사람들이고 선생님께 간곡히 부탁을 드리고자 하는 일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운을 떼자, 그는 대뜸 비서를 불러서 사람한테 말하라고 했다.

그의 비서에게 우리가 가져간 서명운동 용지를 보여주며, 한국에서 일어난 사태를 설명했다. 그녀는 정명훈이 아마도 사실들은 모를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오페라 합창단원들이 그의 형을 통해 정명훈의 지원을 호소했던 것을 우린 알고 있었지만, 비서의 말을 믿고 싶었다.

그가 다음날 아침 비행기를 타고 떠나기 때문에, 내용을 전달해 주고 그에게 서명하도록 할테니 아침에 호텔에 와서 찾아가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불어로 문서를 보고, 한국어였으면 좋았을 뻔했다고 언질을 주었다.

한국의 합창단원들은 문화부, 오페라단과 담판을 벌이는 중요한 날인 다음 화요일까지 모든 서명을 받기를 원하고, 그는 내일 아침 떠나고... 우린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근처 사이버까페에 가서 한국어 본을 출력하여 밤에 호텔에 전달하기로 했다.

서명보다 중요한 그의 생각이고, 지지의 발언이다. 중요한 사람들과 중요한 저녁식사 약속이 있어서 갔다는 정명훈씨가 지금쯤 있으리라 생각하고, 뫼리스 호텔에 도착했더니 그는 1 레스토랑에서 몇몇 사람들과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호텔서 쫓겨날 뻔하다

기왕 김에 3분이라도 그에게 우리의 육성으로 절박한 현실을 전하고 그의 예술가적 양심에 호소하고 싶었기에, 우린 그에게 전달할 문서를 들고 기다렸다. 그러다가 호텔의 직원이 우리에게 누구와 약속이 있냐고 묻고, 그렇지 않다면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많은 현대의 귀족들의 충실한 심복 같은 그들은 물리적으로 우리를 쫓아낼 판이었다. 실랑이 끝에 겨우 정명훈에게 남길 메시지와 한글로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는 문서를 남기면 호텔측에서 문서를 전달하기로 하고, 글을 거의 무렵, 마침 그들의 만찬이 끝이 났다. 정명훈은 우릴 발견하자마자 다가왔다.

조금 비서에게 전한 문건을 손에 쥐고 흔들어 대며, “도대체 이게 뭐예요. 이게 뭐하자는 일이예요?” 나는 그의 말을 한국에서 일어난 사태의 경악스러움에 대한 표현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그건 완벽한 오해였다.

그는 도대체 그깟 합창단 하나 없어진 일이 뭐가 대수라고 지금 여기까지 자길 찾아와서 우리가 이러고 있는지를 묻고 있었다. 기자도 아니고, 에이전시도 아니고... 도대체 우리를 어떤 사람들로 분류할지를 모르는 듯했다. 번도 누군가가 사회적 연대 따위를 요청해 일은 없는 사람처럼.


약간의 설명 끝에 대충 잡은 그는,
합창단이 없어졌다고, 합창단을 살려야 되겠다고 지금 여기 있는 거예요? 사람들이 도대체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기에. 사람들을 구해야 돼요? ”


"도대체 얼마나 노래를 하기에"
선생님이랑 함께 공연했고, 2004년에 프랑스에도 없는 최고의 합창단이라고 극찬한 있는 합창단입니다. 그냥 합창단 하나가 아니라, 국립오페라단에 있는 한국에선 유일한 상설 오페라 합창단이 없어진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서 상황을 전하고 선생님의 도움을 청하고자 것입니다.

합창단을 없애고, 좋은 사람들을 뽑겠다는 것도 아니고, 아예 상설합창단을 없애고, 앞으로 모든 공연을 건별로 대학생 단체 같은 곳과 계약해서 공연하기로 한답니다.”

오페라 합창단이 간직하고 있는 그의 찬사는 지나가는 립서비스였는지 그는 자신의 합창단에 대한 칭찬을 기억초자 하지 못했다.

뭐요? 언제 같이 공연했다구요? ”하고 되물었다.
한국은 합창단 해체해도 다음 날이면 노래 잘하는 사람 500 금방 모입니다. 한국에서는 합창단 때문에는 아무 문제없어요. 그런데 대체 해체했다는 겁니까, 이유가 뭐래요? ”

그야 물론 경영효율, 예산 절감이 이유죠. 표면적인 이유는 상설 합창단을 있는 규정이 없다는 거고.”

거봐요. 예산이 없다는 아닙니까. 예산 당신들이 어디서 만들 거예요?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하는 건데. 당신들이 나서서 지금 뭐하는 거예요?”


"당신들이 나서서 지금 뭐하는 거예요?"

아니요. 오히려 오페라단 예산은 올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돈이 없는 문제가 아니라 예산 집행의 우선 순위를 잘못 두고 있는 문제죠.”

이봐요. 내가 서울시향에 있는데 거기서 년에 5~6명씩 해고당해요. 여기만 해고당하는 사람들 있는 아니예요. 지금 나라가 그러구 있는데, 합창단 하나 없어졌다고... 사람들이 여기까지 와서...그리고, 도대체 나더러 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에 서명하라구?”

우린 오페라 바스티유에서 단원들이 서명한 서명지를 보여주며, 거의 모든 합창단원들이 서명했다, 한국에서 국회의원들이나 정부에서 오로지 프랑스에서 진행되는 서명운동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프랑스에서의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같다고 말했다. 6페이지에 빼곡히 담긴 바스티유 오페라단원들의 서명을 보면서도 그의 태도에는 티끌만한 변화도 없었다.

그거 백날 해봐야. 아무 소용없어요. 내가 한국 가서 이거 알아 거예요. 오페라 단장한테 물어보죠. 어떻게 건지.”

그의 말이 맞다. 그가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서명을 (할리도 없겠지만) 한다한들 아무 의미도 없다. 이제 그의 본심을 알았으니, 우린 기대할 것이 없다. 그리고 그가 사건의 정황을 묻게 , 해고 당사자 오페라 단장한테서 어떤 대답이 나올지는 너무나 뻔했다. 그는 그들의 세계에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터이다.


"촛불시위, 그게 말이나 됩니까"
늦은 밤이니 빨리 투숙할 것을 종용하는 동행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했다. 우리가 초반에 자기 소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남의 일을 위해 한밤중에 그에게 달려온 우리를 외계인을 보듯하며, 남의 일에 나서서 이러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했다.

우리는 운동을(militant)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국 오페라의 발전을 위해, 예술가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함께 일하는 세상을 위해서 연대하고 있다고 말하자, 그제서야, 그는 우리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는 듯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당신들이 100 명이나 촛불 들고 거리에서 서서 미국 쇠고기 먹는다고 시위하는 그런 사람들이란 말이죠? 40 전에는 미국에서 갖다주나 하면서 손벌리고 있더니, 이제 와서는 미국산 쇠고기 먹겠다고 촛불 들고 있는 사람들.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게 말이나 되는... 알았어요. 알았어.”

촛불을 시민들을 천민으로 묘사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의 망언이 언뜻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그의 말투와 어휘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서 익히 접해오던 그것과 닮아있었다.

그렇게 불쌍한 사람들 돕고 싶으면 저기 아프리카나 가서 도와줘요. 여기서 그러지 말고.”
대목에선 우린 경악을 하지 않을 없었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온 위대한 예술가 정명훈인지, 바로 조금 우리의 영혼을 황홀하게 감싸주던 음악을 선사하던 지휘자가 맞는지.


정명훈과 주성영

잠시 멍해지지 않을 없었다. 자신과 같은 예술가들을 거리의 불쌍한 걸인 취급하는 인간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눈빛에는 어쩔 없이 그에 대한 무한한 경멸이 담길 밖에 없었다. 눈빛을 읽었는지, 정명훈은 제대로 역정이 났다.

도대체 정신을 차리세요. 공부 하란 말이야. 세상이 그런게 야니야. 계집애들이말야. 중에 찾아와서.”

비속어까지 서슴지 않는 그를 향해, 나는 그에게 제대로 적합한 말인정신차리라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당신이나 정신 차리세요!”

그는 거의 우리를 때릴 듯이 씩씩거리며불쌍한 사람들 돕고 싶으면 아프리카에나 가라구.” 다시 아프리카를 들먹이며 코앞까지 다가와서 소리 질렀고, “기도하라구, 기도하는 말을 끝으로 올라갔다.

그의 마지막 .
기도하라”.
그에게도 이명박이 서울을 봉헌했던, 그래서 그를 도왔던 하느님이 있었나보다.


"기도하라구, 기도"
나와 성악하는 학생은 분노와 충격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간신히 추스르며 걸었다. 그녀는 울었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예술가가 저토록 상상할 없는 사상의 오물을 잔뜩 머리에 품고 있다는 사실을 우린 소화하기 힘들었다. 예술 전체에 대해, 인생 전체에 대해 거대한 사기를 당한 듯한 기분이었다.

문득 호텔로 오기 , 샤틀레 극장 주변 까페에서 만난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말이 생각났다. 우린 거기서 만난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한국에서의 사태를 설명했고, 그들은 모두 경악하였으며, 적극적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해줄 것을 약속했다.


우리가 혹시 정명훈에게 당신들이 동참을 호소할 없느냐는 제안에는 단호히 불가를 표명했다. 정명훈은 정치적 사안에는 거리를 두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곁들이는 말이, “당신들 지금처럼 파업하면 한국에선 감옥에 .”라고 정명훈이 라디오 프랑스 단원들에게 말했다는 거다.

그동안 어떻게 고매한 예술가가 이명박과 손발이 맞아 수년간 파트너십을 이룰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방에 해결되었다.

그는 세상에 태어나서 도대체 어떤 책들을 읽었을까? 그는 연대나 인권, 노동자의 권리 따위의 개념을 송두리째 결핍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합창단원이나 오케스트라단원은 그저 자신의 위대한 예술을 위한 사소한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듯한 발언. 갖다 버려도 다음날 얼마든지 손쉽게 충전할 있는 건전지라도 되는 .


사고의 경박함은 이명박, 유인촌, 이소영과 그가 치의 차이도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사상의 '오물종합세트'

물론 우리가 늦은 시간까지 그를 기다린 결례를 범하긴 했다. 그러나 조용히 옆의 로비에서 기다렸고, 그가 우리를 마주친 시간이 1시였던건, 그들의 만찬이 끝난 시간이 1시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짧은 시간에 자료를 읽어야 그가 한국어로 자료를 읽을 있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는 초반에한국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약속도 잡고 무례하게 무조건 사람을 기다리고 끼어든다면서 우리를 한참 나무랐다. 언짢았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가 잠시 3 정도 우리의 설명을 듣고, 알겠다 읽어보겠다고 하며 서명지를 들고 객실로 올라갔어도, 우린 그의 수면을 단지 3 정도 지체시킬 뿐이다.


얘기를 그였고, 우린 그가 쏟아내는, 사상의 오물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포극을 어이없이 바라보았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우린 너무 빨리 넘어갔고, 그것의 연출가가 같은 사람이란 사실에서 정신치료를 받아야 같은 엄청난 혼란을 느꼈다.

1994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했을 , 그는 노조의 지원을 받아 함께 싸웠고 그래서 승리할 있었다. 그러나 그가 현재 지휘하는 서울시립합창단에는 노조가 없다. 그가 취임하면서음악하는 사람들이 무슨 노조냐면서 노조에 대해 못을 박았기에 단원들은 감히 노조를 만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무노조 경영 삼성과 비슷하다.

그가 현재 지휘하는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에도 그가 지휘했던 바스티유 오페라에도 강력한 노조가 있다. 한국에서 가진 제왕적 권력이 거기에선 당연히 없는 탓이다. 2007, 오페라 바스티유는 열흘이 넘는 강도 높은 파업을 하기도 했다. 무려 49천명에 달하는 고객들에 대한 환불사태가 있었다.


노조 안되는 한국 예술가, 노조 되는 프랑스 예술가?

이곳의 예술가들이 지금의 안정적인 대우를 받으며 -합창단 연봉은 한화로 85백만원 내외, 오케스트라 단원은 1억원 내외이며 은퇴까지 편히 일할 있는 정규직이다 - 세계 최고 수준의 음악을 안정적으로 선보일 있었던 것은 예술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창작기반을 위협하는 경영자의 어떤 요구에도 당당히 맞설 있는 강력한 연대와 투쟁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정당히 대우하는 사회의 예술노동자에 대한 존중이 수반되었던 까닭이다.


가장 강력한 지원을 기대했던 정명훈을 통해 전원해고 사태를 가능하게 했던 문화 통치자들의 사고의 핵심을 오히려 들을 있었다. 문득, 그가 정직하고 양심있는 예술가였더라면, 지금까지 한국에서 일어난 수많은 문화예술계에서의 사건에서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않고 지내올 없었을 것임을 상기시킬 있었다

정명훈은 아름다운 소리를 이끌어내지만 소리의 구체적인 주체는 연주자들과 합창단들이다. 그들 사람 사람을 소중한 예술가로 대우하지 않고, 소모품 정도로 간주하는 그는 이상 존경을 바칠 있는 예술가가 아니다.


그는 권력자의 그늘 아래 안거하면서, 그가 나눠주는 달콤한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며, 세상의 어두운 구석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우리 시대가 만든 신화의 슬픈 이면이었다. 우리가 쇼크를 받는 수고를 감수했을지언정, 그럴싸하게 포장된 무관심을 드러내기보다, 촛불 발언부터 '계집애' 발언에 이르기까지 낱낱이 자신의 가면을 벗어준 정명훈이 차라리 고맙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줄 막강한 권력자의 마술지팡이 같은 것은 없다. 어떤 친절한 권력도 우리에게 보다 나은 삶을 선물해 주진 않는다. 예술노동자들 스스로가 보다 넓은 연대의 틀에서 그것을 쟁취하려고 나서지 않는 . 연대의 정신으로 적극적으로 서명에 동참했던 모든 프랑스 예술가들이 정명훈의 발언을 접하였을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몹시 궁금하다.


정녕 예술은 인간을 구원할 없나

정명훈이 일하는 라디오프랑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그가 아프리카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이 보인다. 유네세프 친선대사로 있으면서 그는 여기저기서 불우한 아이들을 위한 음악회를 가지기도 했다.


불우한 아이들을 위한 콘서트를 여는 자비를 베풀수 있을지언정, 수십 명의 예술가들이 일을 있는 터전을 빼앗기고 거리에 나앉아도 채워 넣을 예술가들이 얼마든지 있으니 아무상관 없다는, 구세계의 모순에 온전히 빠져있는 자기중심의 거룩한 예술가. 어마어마한 질문 하나가 남는다. 정녕 예술은 인간을 구원할 없단 말인가.


목수정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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