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낚시터에서

by 김균 posted Aug 06, 2013 Likes 0 Replie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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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낚시터에서

낚시터에서 알게 된 사람이 돼지고기를 구웠다
날 보고 먹으라 한다
안 먹는다니까 자기 아들이 소고기는 붉은 색을 띄기에
몸에 안 좋다고 돼지고기가 더 좋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차라리 닭고기가 흰색을 띄니 그것 먹으라 했다

며칠 후 다시 낚시터에 갔더니 그 사람이 이번에는
닭도리탕을 해 놓고 소주 한 잔 하잔다
난 술 안 마신다니까 그 좋은 것을 어찌 안 먹느냐고 핀잔을 준다

애라이 한 잔 받아 마셔 버릴까보다
ㅋㅋㅋ

얼마 전에 전도지를 들고 집집 방문을 갔다
어떤 분이 날 보고 그랬다
“아 그 고기 못 먹으라는 교회네”
“네 그래요 그런데 못 먹으라는 교회가 아니고 안 먹으면 건강하다고 말해요”
사실 나는 먹어도 교회 다니는데 지장 없는데
그렇게 각인되고 보니 고기로서 전도하기가 어렵게 된 사실이었다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는데 옆 좌석 사람에게 한창 전도를 하고 있었다
그 사람 느닷없이 “그렇게 먹는 것에 까달스런 교회 어찌 다닙니까?”이런 수가 있나 안식일이 어쩌고저쩌고 해서 좀 되어가나 싶었는데
완전히 헛다리짚었다.

그 놈의 먹고 마시는 것 때문에
(그것 때문에 전도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주위는 그런 종류의 교인으로 점박이가 박혀 있는 것이다
아픈 사람이 아니면 그런 것으로 접근하지 말자는 게 내 지론이다

어느 목사님이 변호사 가족에게 전도를 열심히 했는데
그 온 가족이 한 안식일에 교회 나온 후 집으로 온 교인들을 초대했었다
가보니 전문 요리사까지 동원된 반 뷔페 음식이었다
교인들이 먹지 못할 음식을 가려내기 시작했다
낙지볶음은 레위기 11장에 걸리니 음식상 아래로 넣고
돼지고기는 먹으면 멸망하는 것이니 아예 치우고
이젠 교회의 노 여집사님이 할 차례인데 그분은 고기가 들어 보이는 모든 것을 다 치웠다
목사님 얼굴은 홍당무가 되어도 교인들은
자기의 정결로 인하여 범죄에 동참하기를 거절했다

초청한 주인은 얼굴이 노래지고 음식상 앞에는 김치 밥 등등 채소만 풍성히 남았다
그리고 목사님을 불러낸 변호사는 정중히 말했다
“이런 교회 다시는 가지 않겠습니다”

이건 매우 긴 이야기다
내가 손가락이 아파서 간단히 적은 것이다
음식물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얼마 전에 교회의 식단에 새우미역 냉국이 올라왔다
모두들 어리둥절했다
그것 해 오신 할머니가 그랬다
“장로님 오늘 새벽에 일찍 일어나 시장가서 생생한 것 구해왔어요
교인들 맛있게 드시라고요“
“네 할머니 수고했어요”
어느 교인이 내 옆에 와서 소근댄다
“장로님 저것 먹어도 됩니까?”
“집에서는 잘 먹잖아 괜히 교회에서 못 먹는 거라고 핀잔줘서 할머니 불편하게 말게”
솔직히 말해서 나는 한 숟가락 떠먹는 시늉만 하고 말았다
그런데 어쩌지 교인들이 우리 장로들 밥 먹는 곳을 힐끔거리는 것 아닌가?
이럴 때는 단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
가르쳐야 한다
가르치지 않고 침례를 줬으니 그럴 수밖에 지금 누구를 탓할 건가?
고기도 안 먹는 교단에서 쇠고기 먹었다고 나무라거나
레위기 11장이 번연히 살아있다고 가르치는 교단에서 새우 먹는다고 잡아 족치든가
아니면 출교를 시킬 건가?
그럴 자신 없으면 가르치는 길 밖에 더 있겠나?
그래도 말 듣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우리 교회에는 섬에서 나서 자란 분들이 제법 된다
산중교인들이 흉년에 초근목피로 연명할 때 저들은
바닷가에서 고동 게 새우 해삼 멍게 같은 바위에 붙어사는 것들 간단히 잡아서 연명했다
산 속에 사는 분들이 생고기 배 따 먹는 상놈이라 욕해도 좋았다
밥 굶어 죽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바닷가에 나가면 지천에 널린 것이 먹을거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분들 좀처럼 그 버릇(?)을 못 버린다
대만의 교인들이 대대로 내려오던 돼지고기 먹는 버릇을 지금껏 하듯이 말이다
그것 버려야 구원 얻는다고?
그건 우리들 생각일 뿐이다
지오그라픽을 보고 있으면 내 몸이 스멀거린다. 그들 먹는 곤충을 보면 구역질난다
그런데 그게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단백질 원이라는데 할 말 없다
우리처럼 먹는 것 마시는 것 까탈스럽게 하지않아도 삶을 고통스러워하는 어려운 종족이
이 지구 인구의 1/2이라는데 놀란다
저들 그 버릇 못 고치면 지옥의 자식일 될 거라고 믿는 우리들 중의 어떤 이들 때문에
나 자신도 여기서 오랫동안 욕을 벌고 살았다
내가 보기에는 편협된 신앙 같은데 저들은 내가 양보한 신앙을 살아간다고 여긴다

우리의 현주소가 어딜까?
이 땅일까? 아니면 천국의 입구일까?
답은 스스로 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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