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시즘의 광기 ( 펌글 ) - 한겨레 신문에서

by 꼴통 posted Sep 05, 2013 Likes 0 Replies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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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이었던 조지프 매카시에 의해 발발되어 전 미국을 반공의 광기에 몰아 넣었던

매카시즘. 미국인들은 매카시즘 광기에 휩쓸렸던 시기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단 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치욕과 수치

그리고 말합니다. “매카시즘의 교훈은 우리가 공산주의로부터 지켜내고자 했던

자유와 민주를 오히려 우리 스스로 짓밟았다는 것이다.”

무고한 이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희생시켰다는 것이 매카시즘의 교훈이 아닙니다.

자유를 위해 공산주의를 몰아내겠다면서 정작 그 자유를 희생시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

그 어떤 목적을 위해서도 자유는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

매카시즘의 광기로부터 얻은 교훈이라는 것입니다.

덴젤 워싱턴과 브루스 윌리스가 열연한 영화 비상계엄은 매카시즘의 교훈을 얻은 미국조차도

 또다시 안전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는, 매카시즘과 같은 유형의 광기에 휩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미국의 경제 수도 뉴욕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FBI 뉴욕 본부마저 테러에 무력화 되는 상황에 이르자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뉴욕에 투입된 계엄군은 즉시 예비(?) 테러리스트들을 임시 수용소에 격리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그들은 아랍계 미국 시민권자들입니다.

영화의 백미는 테러 총책의 사살 장면도, 계엄군 사령관이 체포 당하는 장면도 아닙니다.

이 영화의 메시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은 아랍계라는 이유로 수감된 FBI 수사관이 수용소에서 빠져 나오는 것을

거부하며 자신이 있을 곳은 여기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마제스틱이라는 영화에서 빨갱이로 몰린 할리우드 작가는 우여곡절 끝에 FBI

누군가 하나를 빨갱이로 지목해 주면 사면해 주겠다는 타협을 거부합니다.

오히려 매카시즘을 조롱하며, 매카시즘의 공범 되기를 거부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지만, 공산주의자라 해도 부끄럽지 않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는 자는 자유와 안전 모두를 잃게 될 것이다.”

왜 제가, 자유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제가 저의 사상을 심판 받아야 합니까?

왜 자유를 억압당해야 합니까?

구속되고 체포된 것은 이석기 의원과 그 주변인물들 뿐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곧 우리입니다.

지금 60년 넘는 세월,

대한민국을 옥죄어 왔던 매카시즘의 광기와 광풍은 대상을 한정하지 않습니다.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바라는 모든 이들이 매카시즘의 공격 대상입니다.

1950
년대, 어느 할리우드의 작가는 혼자만 매카시즘의 광기를 빠져 나올 것인지,

아니면 매카시즘에 저항할 것인지의 선택에서 후자를 택했습니다.

그런 이들의 의지가 미국을 매카시즘에서 빠져 나오게 했겠지요.

2013
년 민주당은 전자를 선택했습니다. 자유를 억압하는 매카시즘에 저항하기 보다

자신들만 그 공격에서 벗어나려 했습니다.

이런 야당이 있었기에 이승만과 박정희와 전두환의 독재가 가능했겠지요.

저는 저들이 체포하고 구속한 것이 이석기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이석기나 진보당의 추종자가 아닌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매카시즘의 공범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 그 이유입니다.

한 세대 전 매카시즘의 공포에 휩싸여 매카시즘의 공범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우리의 부모님과 달리

저는 차라리 매카시즘이 만들어 낸 수용소에 갖힐지언정 그 공범이 되어

다시 우리 자식들에게 매카시즘의 공포를 물려 주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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