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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9 02:05

너와 나의 우왕좌왕

조회 수 2612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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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하기 봉사대를 워싱턴 동부에 있는 인디안 reservation 에 다녀 왔다. 

알고 보니 장로교회에서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지난 10여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그곳에 와서 본토인들을 돕다는

지도자격인 몇 사람이 있었다. 

직업이 목수, 기술자, 건축 하청업자들이다. 

안식일교인 '선교사' 들이 대개 의료인들인데 비해

이곳에서는 이분들의 기술이 크게 유용했다. 


첫날부터 그들과 코드가 잘 맞아서

재미있게 지냈다. 


하루는 그 중 한사람인 마크(가명)와 단 둘이 트럭을 타고 가는 중

그의 얘기를 들었다. 


'은퇴는 했지만 가만 있는 성격이 아니라

이것 저것 고치기도 하고

교회 일에 바쁘고...

TV 볼 시간도 없고...

TV 는 Fox News 밖에 안보는데

(속으로 '아차' 했지만 그냥 들었다)

Fox News 밖에 볼 것 없다.  언론이라는게 다들 좌파 일색이고

미국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리버럴한 인간들이 이 나라를 말아먹으려고 하고

도대체 오바마 케어라는게 말이 되냐?'


내가 맞장구를 쳐 주기를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계속 듣기만 했다. 

논쟁하고 싶지 않아서 주제를 바꿔보려고 다른 이야기를 하면

금새 다시 '정치' 이야기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흔히 보는

이기적 자본주의, 미국 우월주의의 보수 우파 이데올로기에 푹 젖어 있는 사람이었다. 

이반젤리칼 기독교나 Fox News 에서 하는 이야기들  그대로 전달하고 있었다. 


복지는 공산주의다

총기 소유는 헌법의 권리다 

내 자유를 제한하지 말아라 

이 나라는 오바마와 민주당 때문에 망한다

등등등


논쟁에 휘말려서 모처럼 좋은 관계가 망가질까봐

듣기만 하면서,  주제를 바꿔보려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 둥

갖은 노력을 다하다가  결국에  할 수 없어서 

겸손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말했다.

'뭐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의사로서

현재의 의료제도에 문제가 많아서  피해를 보는 국민이 많으니

적어도 세계 최대의 풍요국인 이 나라가 국민의 의료보험을 보장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상대방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 알면

혹시 좀 잠잠해질까 기대했지만

그와는 반대로

마크는 더욱 열을 올려가며

'사회주의' 를 욕했다. 


여기 이 사람

해마다 거의 한달을 이런 봉사에 헌신하는 사람이

"왜 정부가 내 돈을 가져다가 불법 이민자들을 구제해야 하느냐" 고 침을 튀기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그 주말까지

마크는 나에게 전과 같이 대하지 않았다. 


도대체 뭔가?


마크같이 선량하고 의로운 사람을 저렇게 '의식화' 한 것은 무엇인가

5분전까지만 해도 죽이 잘 맞아서 히히덕거리던 우리 사이를

얼음장처럼 갈라놓은 것은 무엇인가?

따지고 보면 별로 다른 것 없는 마크와 나의 삶을  저렇게 칼로 자르듯 '다르다' 라고 규정하는

이 빌어먹을 좌우 레벨 붙이기는 어디서 나왔나?


동료 교인들 중에도 있다. 

정치 '이데올로기' 만 빼면 나와 똑같은 사람인데

러시 림보를 듣고, 팍스 뉴스를 보고, 글렌 벡을 영웅시하고

오바마는 적그리스도, 국가 의료보험은 공산주의...


이 게시판에서 보는 대로

한국 교인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별반 다른 것 없는 교인들인데도 

좌우 가르는 정치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시퍼렇게 날이 선다 ^^




=====


(사족) 

좌와 우가 들어가는 표현들이 한자에 많다. 


항상 좌가 먼저 나온다


좌우간

좌우분별

좌지우지

좌고우면

좌우존비 

좌충우돌

좌수우봉

좌우사량

좌청룡 우백호...


우가 먼저 나오는 것은 단 하나

혼돈의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ㅋㅋㅋ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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