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비가 온다고 하지
하늘에서 비가 샌다고 하지 않는다.
하긴,
노아 홍수 때
하늘의 창들이 열렸다 했으니
그건 비가 엄청 샌 거였다고 해도
말이 될는지 모르겠다.
사실 요즘
내 집 천장이 샌다.
작년에도 샜는데
그래서 고쳤는데
올해에 또 샌다.
같은 장소에서.
그래서 천장이 다시 다 헐렸다.
이 누리의 천장이 샌다고
제목을 붙였다가
피식 웃었다.
"누리" 위에 있는 건 하늘이지
천장이 아니지 않은가.
새는 하늘 어떻게 할 것인가.
막을 길 없다.
그런데 생각나는 말이 있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 했다.
하늘이 샌다면
그건
밑에서도 어딘가 샌다는 말이리라.
하긴,
그래서였나.
노아 홍수 때
하늘의 창들만 열린 게 아니라
큰 깊음의 샘들도 터졌다 했다.
홍수는
하늘과 땅의 따로국밥 놀이가 아니라
하늘과 땅의 합작이었다.
이 누리의 하늘이 샌다.
이 누리의 깊음이 샌다.
처음 있는 일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 누리의 자연현상이다.
그러나
하늘의 창이
깊음의 샘이
많이, 오래 새면
누리를 뒤집는 홍수가 된다.
그리고 누리는 내려앉는다.
나는 내 손으로 이 누리를 닫지 않는다.
그러나
열린 하늘 위 창
터진 땅 아래 샘,
이 누리 무너뜨릴 수 있다.
누리꾼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가끔 일어나는 이런 일
운영방침, 삭제방침이 없어서 일어나는 일 아니다.
"문제성" 글들 대부분이
운영방침, 삭제방침 따로 없어도
삭제 기대하며 올리는 글이다.
400자 원고지 500쪽이나 되는 분량의
상세한 삭제방침이 있다 해도
올라올 글들이다.
어느 선 안에서 어느 정도는
그런 글 충분히 이해하고 용납할 수 있을 만큼
이 누리는 여유 있는 곳이라 믿고 싶다.
그러나
삭제될 글이라는 거 알면서
관리자가 삭제하리라 기대하며
올리는 분들께 부탁드린다.
다른 분도 곧 얘기하겠지만
이 누리 "관리"하는 사람들
다 여느 누구만큼 바쁜 사람들이다.
먹고살아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해야 하고
미워하는 사람과 미워해야 하고
쉬어야 하고
잠자야 하고
울어야 하고
웃어야 하고
먹어야 하고
똥 눠야 하고
밥해야 하고
빨래해야 하고
청소해야 하고
은행에 다녀와야 하고
아이들 데려와야 하고
장봐야 하고
운동해야 하고
비 새는 천장 고쳐야 하고
자동차 정비해야 하고
신문 읽고 뉴스 듣고
세상 걱정해야 하고
책 읽어야 하고
놀아야 하고,
이 목록은 시작일 뿐이다.
그리고 유념해주시기 바란다.
우리 셋 중
은퇴한 사람 하나도 없다.
실시간 관리 불가능하고
실시간 관리 불필요하다.
뭔가 하나 지적하고 요청할 때
기억해주실 것은
우리 셋 다 각각 동시에
어디 가서 일하고 있거나
어디 가서 먹고 있거나
어디 가서 똥 누고 있거나
어디 가서 자빠져 자고 있거나
어디 가서 놀고 있거나
어디 가서 사랑하고 있거나
어디 가서 웃고 있거나
어디 가서 울고 있거나
또 어디선가는
새는 천장, 무너진 천장 바라보며
그래도 비는 좋다, 어쩌고 하면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을 수 있다.
홧김에 글 올렸으면,
생각 없이 18분, 14분,
아니 14초에 써서 올리고 재미 봤으면,
아니면 스무 시간 공들여
많은 생각을 하며 썼다 해도
그 담엔 알아서 곧 내려주시기 바란다.
"관리인"이 쫓아다니면서
일일이 주워/지워주기를 기대하지 마시기 바란다.
이 누리를 아끼신다면.
아끼지 않으신다면
할 말 없다.
우리가 올리는 글 하나에
하늘 위 창문 하나 열리고 닫힌다.
우리가 올리는 글 하나에
땅 아래 깊음 하나 열리고 닫힌다.
창이 창들이 되고
샘이 깊음이 되고
천지 합작으로
홍수 나면
이 누리 사라진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 했다.
하늘이 샌다면
그건
밑에서도 어딘가 샌다는 말이리라.
오늘 처음
내손으로 칼질, 가위질 몇 번 했지만
나는 내 손으로 이 누리 닫지 않는다.
그러나
하늘과 땅,
그거 아무도 못 말린다.
새는 하늘 어떻게 할 것인가.
터지는 샘 어떻게 할 것인가.
막을 길 없다.
홍수 후 새 천지 개벽했듯
이 누리 없어져도
새 누리 개벽한다.
엄격한 규율과 운영방침,
날 세운 칼 쥔 운영진이
곳곳에서
하늘 위 창과
땅 아래 깊음
철저히 봉쇄하고 지키는 누리
분명히 어딘가 생긴다.
그때 나는 말할 것이다.
사라져간 이 누리
후회 없다.
It was an experiment.
We tried.
Yes, we trusted.
Yes, we tried.
No regrets.
그리고 나는 또 말하리라.
어디 가서
다른 꿈
또 한 번
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