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새는 이 누리 하늘: 이 누리 무너지면 그때 나는 말하리라

by 김원일 posted Jan 03, 2011 Likes 0 Replies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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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비가 온다고 하지
하늘에서 비가 샌다고 하지 않는다.

하긴,
노아 홍수 때
하늘의 창들이 열렸다 했으니
그건 비가 엄청 샌 거였다고 해도
말이 될는지 모르겠다.


사실 요즘
내 집 천장이 샌다.
작년에도 샜는데
그래서 고쳤는데
올해에 또 샌다.
같은 장소에서.

그래서 천장이 다시 다 헐렸다.

이 누리의 천장이 샌다고

제목을 붙였다가
피식 웃었다.
"누리" 위에 있는 건 하늘이지
천장이 아니지 않은가.





새는 하늘 어떻게 할 것인가.

막을 길 없다.



그런데 생각나는 말이 있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 했다.


하늘이 샌다면
그건
밑에서도 어딘가 샌다는 말이리라.

하긴,
그래서였나.

노아 홍수 때
하늘의 창들만 열린 게 아니라
큰 깊음의 샘들도 터졌다 했다.

홍수는
하늘과 땅의 따로국밥 놀이가 아니라
하늘과 땅의 합작이었다.





이 누리의 하늘이 샌다.
이 누리의 깊음이 샌다.


처음 있는 일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 누리의 자연현상이다.





그러나

하늘의 창이
깊음의 샘이
많이, 오래 새면


누리를 뒤집는 홍수가 된다.
그리고 누리는 내려앉는다.







나는 내 손으로 이 누리를 닫지 않는다.

그러나
열린 하늘 위 창
터진 땅 아래 샘,

이 누리 무너뜨릴 수 있다.

누리꾼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가끔 일어나는 이런 일
운영방침, 삭제방침이 없어서 일어나는 일 아니다.

"문제성" 글들 대부분이


운영방침, 삭제방침 따로 없어도

삭제 기대하며 올리는 글이다.


400자 원고지 500쪽이나 되는 분량의
상세한 삭제방침이 있다 해도
올라올 글들이다.



어느 선 안에서 어느 정도는
그런 글 충분히 이해하고 용납할 수 있을 만큼
이 누리는 여유 있는 곳이라 믿고 싶다.



그러나
삭제될 글이라는 거 알면서
관리자가 삭제하리라 기대하며
올리는 분들께 부탁드린다.

다른 분도 곧 얘기하겠지만
이 누리 "관리"하는 사람들
다 여느 누구만큼 바쁜 사람들이다.

먹고살아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해야 하고
미워하는 사람과 미워해야 하고
쉬어야 하고
잠자야 하고
울어야 하고
웃어야 하고
먹어야 하고
똥 눠야 하고

밥해야 하고

빨래해야 하고

청소해야 하고

은행에 다녀와야 하고

아이들 데려와야 하고

장봐야 하고

운동해야 하고
비 새는 천장 고쳐야 하고
자동차 정비해야 하고
신문 읽고 뉴스 듣고
세상 걱정해야 하고

책 읽어야 하고
놀아야 하고,


이 목록은 시작일 뿐이다.



그리고 유념해주시기 바란다.


우리 셋 중
은퇴한 사람 하나도 없다.


실시간 관리 불가능하고
실시간 관리 불필요하다.

뭔가 하나 지적하고 요청할 때
기억해주실 것은

우리 셋 다 각각 동시에
어디 가서 일하고 있거나

어디 가서 먹고 있거나

어디 가서 똥 누고 있거나
어디 가서 자빠져 자고 있거나
어디 가서 놀고 있거나
어디 가서 사랑하고 있거나
어디 가서 웃고 있거나
어디 가서 울고 있거나

또 어디선가는
새는 천장, 무너진 천장 바라보며
그래도 비는 좋다, 어쩌고 하면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을 수 있다.




홧김에 글 올렸으면,
생각 없이 18분, 14분,
아니 14초에 써서 올리고 재미 봤으면,


아니면 스무 시간 공들여
많은 생각을 하며 썼다 해도


그 담엔 알아서  곧 내려주시기 바란다.

"관리인"이 쫓아다니면서
일일이 주워/지워주기를 기대하지 마시기 바란다.


이 누리를 아끼신다면.

아끼지 않으신다면
할 말 없다.




우리가 올리는 글 하나에
하늘 위 창문 하나 열리고 닫힌다.

우리가 올리는 글 하나에
땅 아래 깊음 하나 열리고 닫힌다.

창이 창들이 되고
샘이 깊음이 되고

천지 합작으로
홍수 나면

이 누리 사라진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 했다.


하늘이 샌다면
그건
밑에서도 어딘가 샌다는 말이리라.





오늘 처음

내손으로 칼질, 가위질 몇 번 했지만

나는 내 손으로 이 누리 닫지 않는다.

그러나

하늘과 땅,
그거 아무도 못 말린다.


새는 하늘 어떻게 할 것인가.

터지는 샘 어떻게 할 것인가.

막을 길 없다.






홍수 후 새 천지 개벽했듯
이 누리 없어져도
새 누리 개벽한다.

엄격한 규율과 운영방침,
날 세운 칼 쥔 운영진이
곳곳에서
하늘 위 창과
땅 아래 깊음
철저히 봉쇄하고 지키는 누리

분명히 어딘가 생긴다.





그때 나는 말할 것이다.

사라져간 이 누리

후회 없다.

It was an experiment.
We tried.


Yes, we trusted.

Yes, we tried.


No regrets.





그리고 나는 또 말하리라.


어디 가서

다른 꿈

또 한 번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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