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위의 저 소나무/이창수
1
트랜스젠더와 주차장 영감이 싸웠다
영감이 트랜스젠더에게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부른 게 발단이었다
트랜스젠더는 차라리 년이라고 불러주었으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 않는다고
싸움을 구경하는 미국인들에게 호소했다
미국인들이 년과 놈의 차이를 이해하는지 알 수 없지만
트랜스젠더의 호소에 환호로 답했다
호소의 힘은 언어의 밖에 있다
광산의 고싸움이나
청도의 소싸움처럼
이태원에도 년과 놈이란 호칭 때문에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있다
2
가브리엘이 왔다
그는 민중의 지팡이답게 지팡이를 짚고 왔다
가브리엘을 보자 트랜스젠더의 바지춤을 잡고 있던 영감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트랜스젠더는 긴 손을 휘둘러 영감의 민머리를 내리쳤다
가브리엘의 등장으로 영감은 기고만장했지만
양성애자인 가브리엘은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다
3
가브리엘의 임무는 이해 불가한 싸움을 말리는 데 있지만
년과 놈에 대한 개념이 확실한 영감을 설득할 수가 없었다
영감은 그게 있으면 남자고 없으면 여자라는 입장이었다
서로에 대한 몰이해가
물리적 충돌로 이어진다고
미국과 이라크의 싸움도 같은 이치라고
주차장 영감을 설득했지만
고추 달린 게 놈이지 년이야!
소귀에 경 읽기였다
4
가브리엘의 등장으로 싸움은 끝났다
이놈 저놈 이년 저년
미국인들도 싸움의 원인을 아는 것 같았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싸움의 원인보다는
싸움의 결과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미국인들은 새로운 전장을 찾아가고
트랜스젠더는 경찰서로 가고
영감은 다시 주차를 시작했다
흑인과 백인 동남아인과 동북아인들이
바쁘게 서로의 자리를 바꾼다
유목민은 초지를 찾아서
농경민은 초지를 불태워 밭을 갈고
5
아담의 갈빗대로 이브를 만든 것은
아담의 쓸쓸함을 달래주기 위한 하느님의 배려다
세상의 쓸쓸함을 지우기 위해
저 많은 술집이 생겨났다
세상의 모든 쓸쓸함은 술집으로 흘러가고 술집에서 나온다
쓸쓸함을 잊기 위해
아담의 후예들이 술을 마신다
쓸쓸함을 지우기 위해 서로 멱살을 잡고
남의 일에 참견하다
더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태초에 쓸쓸함이 있었다
6
싸가지 없는 비가 한 달이나 내렸다
지하에 물이 차서
트랜스젠더들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빗소리만 남았다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가
어떤 소나무 나무를 지칭하는지 궁금해
우산을 쓰고 남산으로 산책 갔다
안익태 선생이 외국 생활을 너무 오래했나?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찾을 수가 없었다
중국인들과 일본인들이
남산타워에서 시내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7
주차장 영감은 그게 있지만
남자 구실을 못하고
트랜스젠더는 그걸 버려서
여자로 대접 받는다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용기로 몸을 바꾸려 하고
주차장 영감은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라 한다
의지와 순응 사이에서 폭력이 발생하는데
이태원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시집 <귓속에서 운다>
사진은 9-28-2013에 찍은 Silver Lake(Pioneer, CA)의 돌산 위의 저 소나무
나는 여성들을 잘은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나는 남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여성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여성들은 원래 여성으로 태어났을 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동성애자들을 잘은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나는 이성애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동성애자들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동성애자들은 원래가 동성애자로 태어났을 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남성으로 태어나서 여성이 될 수 없듯이
여성들도 여성으로 태어나서 남성이 될 수 없는 것이고,
내가 이성애자로 태어나서 동성애자가 될 수 없듯이
동성애자들도 동성애자로 태어나 이성애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성애자들은 동성애자들을 이해는 할 수는 없을지라도
차별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남성이 여성을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차별하면 안 되는 것같이!
서로가 서로의 성향을 그냥 인정하고 존중하면 되는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이성애자이든 동성애자이든,
유대인이든 헬라인이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한국인이든 동남아인이든,
부자든 가난한자이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강남이든 밀양이든,
기독교인이든 타종교인이든
성직자이든 무신론자이든지 말이다!
하나님의 섭리?
하나님의 섭리는 그야말로 하나님의 영역이지 사람이 판단할 영역이 아니다.
주차장 영감은 주차장 영역을 잘 관리하시면 된다.
이 시에서 남산위의 소나무는 무슨 의미인지...
끙끙거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