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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위의 저 소나무/이창수



1

트랜스젠더와 주차장 영감이 싸웠다

영감이 트랜스젠더에게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부른 게 발단이었다

트랜스젠더는 차라리 년이라고 불러주었으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 않는다고

싸움을 구경하는 미국인들에게 호소했다

미국인들이 년과 놈의 차이를 이해하는지 알 수 없지만

트랜스젠더의 호소에 환호로 답했다

호소의 힘은 언어의 밖에 있다

광산의 고싸움이나

청도의 소싸움처럼

이태원에도 년과 놈이란 호칭 때문에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있다


2

가브리엘이 왔다

그는 민중의 지팡이답게 지팡이를 짚고 왔다

가브리엘을 보자 트랜스젠더의 바지춤을 잡고 있던 영감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트랜스젠더는 긴 손을 휘둘러 영감의 민머리를 내리쳤다

가브리엘의 등장으로 영감은 기고만장했지만

양성애자인 가브리엘은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다


3

가브리엘의 임무는 이해 불가한 싸움을 말리는 데 있지만

년과 놈에 대한 개념이 확실한 영감을 설득할 수가 없었다

영감은 그게 있으면 남자고 없으면 여자라는 입장이었다

서로에 대한 몰이해가

물리적 충돌로 이어진다고

미국과 이라크의 싸움도 같은 이치라고

주차장 영감을 설득했지만

고추 달린 게 놈이지 년이야!

소귀에 경 읽기였다


4

가브리엘의 등장으로 싸움은 끝났다

이놈 저놈 이년 저년

미국인들도 싸움의 원인을 아는 것 같았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싸움의 원인보다는

싸움의 결과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미국인들은 새로운 전장을 찾아가고

트랜스젠더는 경찰서로 가고

영감은 다시 주차를 시작했다

흑인과 백인 동남아인과 동북아인들이

바쁘게 서로의 자리를 바꾼다

유목민은 초지를 찾아서

농경민은 초지를 불태워 밭을 갈고


5

아담의 갈빗대로 이브를 만든 것은

아담의 쓸쓸함을 달래주기 위한 하느님의 배려다

세상의 쓸쓸함을 지우기 위해

저 많은 술집이 생겨났다

세상의 모든 쓸쓸함은 술집으로 흘러가고 술집에서 나온다

쓸쓸함을 잊기 위해

아담의 후예들이 술을 마신다

쓸쓸함을 지우기 위해 서로 멱살을 잡고

남의 일에 참견하다

더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태초에 쓸쓸함이 있었다


6

싸가지 없는 비가 한 달이나 내렸다

지하에 물이 차서

트랜스젠더들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빗소리만 남았다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가

어떤 소나무 나무를 지칭하는지 궁금해

우산을 쓰고 남산으로 산책 갔다

안익태 선생이 외국 생활을 너무 오래했나?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찾을 수가 없었다

중국인들과 일본인들이

남산타워에서 시내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7

주차장 영감은 그게 있지만

남자 구실을 못하고

트랜스젠더는 그걸 버려서

여자로 대접 받는다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용기로 몸을 바꾸려 하고

주차장 영감은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라 한다

의지와 순응 사이에서 폭력이 발생하는데

이태원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시집 <귓속에서 운다>



사진은 9-28-2013에 찍은 Silver Lake(Pioneer, CA)의 돌산 위의 저 소나무



나는 여성들을 잘은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나는 남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여성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여성들은 원래 여성으로 태어났을 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동성애자들을 잘은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나는 이성애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동성애자들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동성애자들은 원래가 동성애자로 태어났을 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남성으로 태어나서 여성이 될 수 없듯이

여성들도 여성으로 태어나서 남성이 될 수 없는 것이고,

내가 이성애자로 태어나서 동성애자가 될 수 없듯이

동성애자들도 동성애자로 태어나 이성애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성애자들은 동성애자들을 이해는 할 수는 없을지라도

차별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남성이 여성을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차별하면 안 되는 것같이!


서로가 서로의 성향을 그냥 인정하고 존중하면 되는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이성애자이든 동성애자이든, 

유대인이든 헬라인이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한국인이든 동남아인이든, 

부자든 가난한자이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강남이든 밀양이든, 

기독교인이든 타종교인이든 

성직자이든 무신론자이든지 말이다!


하나님의 섭리?

하나님의 섭리는 그야말로 하나님의 영역이지 사람이 판단할 영역이 아니다.


주차장 영감은 주차장 영역을 잘 관리하시면 된다. 

  • ?
    김주영 2013.10.22 23:53

     이 시에서 남산위의 소나무는 무슨 의미인지...

    끙끙거리고 있습니다. 

  • ?
    달수 2013.10.23 00:29

    > 안익태 선생이 외국 생활을 너무 오래했나?

    >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찾을 수가 없었다

    ----------------------------------------------------

    안익태 선생은 곡을 지으신 분이고,

    "남산 위의 저 소나무"라고 지으신 분은

    확실치는 않지만, 안창호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글의 원 저자인 이창수님이 착오를 하여 글을 지으신 것 같습니다.

  • ?
    아기자기 2013.10.23 09:36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애국가 속의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려는 꿈을 품고

    그 뜻을 조금도 변하지 않겠다는 듯이 철갑으로 무장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민족의 생존의지까지는 좋은데

    그것이 민족의 순수성을 고수하거나

    민족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철갑의

    헛된 망상이나 위험성을 경고하는 상징이 되었지요.


    왜냐하면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서울 남산에는

    -사진 같이 어려운 환경의 절벽에서 바람,서리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자라나는 그런-

    소나무는 없습니다.

    즉 있지도 않은 허상을 지키려하는

    잘못 설정된 이념의 상징이 되어 버렸습니다.


    있지도 않은 단일 민족의 순수성이나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히틀러의 게르만(아리안) 민족의 순수성과 우월성 주장과도 유사할 수 있음입니다.

    주차장 영감으로 상징되는 보수적인 성에 대한 허상과 우월성과 유사합니다.


    그 상징의 자리 남산의 현장에는 소나무는 없고

    이제는 중국인들과 일본인들이

    동남 아시아인들과 서구인들이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이게 현실이고 보다 나은 바람직한 세상이라는 거지요.

    모두가 공존하고 차별 없는 세상!


    주차장 영감의 철갑을 두른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그게 있으면 남자고 없으면 여자라는 년과 놈에 대한 철갑을 두른 개념이라

    천사장 가브리엘도 설득할 수 없는 소귀에 경 읽기라는 것이지요.


    유목민.노마드도 초지를 찾아서 이동 변화하고

    정착민인 농경민조차 초지를 불태우고 땅을 갈아엎어

    오늘은 이미 어제의 땅은 없고 변하여야 좋은 수확을 내는데,


    주차장 영감님 아직도 있지도 않은

    남산 위의 저 소나무를 노래합니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존하세“

  • ?
    백근철 2013.10.23 11:16

    귓 속에서 오래 울리는 설교가 될 것 같습니다.

  • ?
    남산 2013.10.26 12:33
    애국가의 남산은 서울 남산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어디에서나 동네 앞에 있는 앞산을 뜻합니다.
  • ?
    아기자기 2013.10.26 21:59

    이런 주장 저런 주장이 있습니다.^^

    이제는 독자들의 이해의 몫이겠지요.


    말 나온 김에 남산의 변천사, 이런 역사의 아픔도 있습니다.

    미디어스에서 발췌했습니다.


    1.

    잘 알다시피 ‘애국가’의 2절 가사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이다. 그런데 대기오염과 지구 온난화 때문에 남산의 소나무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사실 저 멀리 임진왜란(1592~1597년) 때부터 일제의 식민 지배 때까지 남산은 일본에 의해 심하게 훼손됐다.


    서울의 남산은 본래 서울의 ‘안산’(案山)에 해당되는 곳이다. 조선은 백악, 목멱, 타락, 인왕 등 네 개의 산(내사산)에 둘러서 한양도성을 쌓고 서울을 만들었다. 정궁인 경복궁은 ‘주산’(主山)인 백악을 등지고 들어서서 ‘안산’(案山, 목멱=남산)을 바라보며 안정을 취한다. 남산에 오르면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남산에서는 정궁인 경복궁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조선에서 남산은 귀하고 중요한 곳으로 여겨졌다. 조선 왕조는 남산을 신으로 모시고 그 정상에 나라의 제사를 지내는 ‘국사당’(國師堂)을 지었다. 지금의 팔각정 자리가 그곳이다. 현재 ‘국사당’은 인왕산 서쪽에 있다. 현재의 인왕산 국사당 옆에는 기묘한 형태의 ‘선 바위’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기도한다. 그곳에서는 저 아래로 일제가 독립운동가들을 가두기 위해 만든 거대한 근대 감옥인 ‘서대문 형무소’가 보인다.


    일제는 1925년에 남산의 서쪽 기슭에 거대한 ‘조선신궁’을 지으면서 남산 정상에 있던 ‘국사당’을 강제로 인왕산 서쪽 자락으로 옮겼다. 일제는 경복궁 근정전 앞에 ‘조선총독부’를 짓고 그것과 일직선의 위치에 ‘조선신궁’을 지었다. 그 결과 확장된 ‘조선총독부’ 앞 큰 길(현재 세종로)은 경복궁과 일직선을 이루지 않고 5도 정도 동쪽으로 틀어져 ‘조선신궁’과 일직선을 이루게 되었다. 일제는 남산과 남대문 사이의 한양도성을 파괴해서 ‘조선신궁’을 짓는 데 썼다. 해방 뒤에 ‘조선신궁’은 파괴됐고, 1960년대에 그 자리에는 어린이회관(현재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 안중근 의사 기념관, 식물원(현재는 철거), 분수대 등이 들어섰는데,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의 서쪽 계단은 ‘조선신궁’에 오르는 계단의 일부가 남은 것이다


    일제는 서울역 앞쪽 남산의 서북쪽 기슭에 ‘조선신궁’을 지어서 그것이 서울 시내를 굽어보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남산의 서쪽(지금의 해방촌)에는 ‘경성 호국신사’를 지었고(지금 그 흔적은 ‘해방촌 108 계단’으로 남아 있다), 동북쪽(지금의 숭의여대)에는 ‘경성신사’를 지었다. 특히 ‘경성신사’ 주변은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주둔했던 ‘왜성대’가 있던 곳으로 일제는 이곳을 신성시해서 초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는 1907년에 여기에 ‘조선 통감부’(지금의 ‘서울 애니메이션센터’)를 지었다.


    ‘조선 통감부’는 1905년의 ‘을사늑약’으로 설치되었다. 그 청사와 관저는 모두 남산 자락에 있었으며, 1910년 8월 29일에 일제에 의한 ‘한일합방조약’이 발표되기 1주일 전인 8월 22일에 ‘조선 통감부 관저’에서 총리대신 이완용과 조선통감 데라우치 마다사케가 여기에 조인했다. 36년에 걸친 ‘경술국치’가 여기서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1961년 5월 16일 군사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찬탈한 박정희 일당은 6월 10일에 저 악명높은 공작정치와 공포정치의 대명사 ‘중앙정보부’(초대 부장 김종필)를 남산에 만들었다. 이로써 한양의 명산 남산은 일제의 지배를 위한 장소에서 박정희의 독재를 위한 장소로 바뀌었다. <사진 3>의 ‘조선 통감부 관저’의 입구가 ‘중앙정보부’의 입구가 되었으며, 왼쪽 은행나무와 오른쪽의 느티나무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2.

    ‘중앙정보부’는 1981년에 전두환 일당에 의해 ‘국가안전기획부’로 바뀌었다. 1996년에 ‘안기부’가 내곡동으로 이전할 때까지 ‘남산’은 ‘중정’과 ‘안기부’를 뜻하는 말로 널리 쓰였다. ‘남산에 끌려갔다’는 말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독재의 비밀경찰들에게 중정이나 안기부로 끌려가서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중정’과 ‘안기부’의 건물들은 ‘조선 통감부 관저’ 부지에만 있지 않았다. 퇴계로에서 남산 순환로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남산 1호 터널에 이르는 산자락에 모두 40동이 넘는 ‘중정’과 ‘안기부’의 건물들이 산재해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이 철거됐고 여섯 동 정도의 건물들이 남아 있다. 이 건물들은 독재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적으로 복원되고 보존돼야 한다.


    현재 ‘서울 유스호스텔’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은 1972년에 ‘중정’의 본관으로 지어진 것이다. 1972년은 바로 박정희의 유신 독재가 시작된 해이다. 박정희는 1967년에 ‘동백림 사건’과 같은 간첩 사건을 조작해서 1969년에 ‘3선 개헌’을 강행했다. 그런데 1971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사실상 야당의 김대중 후보에게 졌다. 그러자 박정희는 광분했다. 박정희는 영구집권을 위해 무서운 책동을 시작했다. 1972년 7월 4일 박정희는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해서 평화와 통일의 길이 열리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석달여 뒤인 10월 17일 비상계엄을 선포해서 국회를 해산하고 헌법을 중단시켰다. ‘유신 독재’가 시작된 것이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자 박정희는 ‘긴급조치’를 남발해서 국민의 인권을 더욱 억압하는 동시에 중정을 이용한 공작정치와 공포정치를 더욱 강화했다.


    1973년 8월 8일 박정희는 중정을 시켜 김대중을 일본에서 납치했다. 사실 박정희는 김대중을 현해탄에 던져 죽이려고 했으나 미국 정부의 방해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서울로 데려와서 집에 가뒀다. 두 달 뒤인 10월 4일 서울대 법대생들이 유신 독재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당시 서울대 법대의 최종길 교수는 교수회의에서 학생들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10월 16일 중정은 최 교수를 연행됐다. 그리도 사흘 뒤인 10월 19일 최 교수는 중정 본관 앞 마당에서 머리가 깨져 죽은 시체로 발견됐다. 10월 25일 당시 중정 차장이었던 김치열은 ‘유럽 간첩단 사건’을 발표하며 최종길 교수가 간첩이라고 자백하고 죄책감에 투신자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는 거짓이었다. 중정은 ‘유럽 간첩단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최 교수를 고문하다 죽이고는 3층 옥외계단에서 밖으로 던져 자살을 가장했던 것이다. 당시 중정 부장은 이후락이었다.


    중정은 계속 무서운 고문을 통한 간첩 조작, 용공 조작 등의 조작 사건들을 만들어서 박정희 독재를 지키고자 했다. 1974년 4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이 발표됐다. 주모자로 몰려 도피하다 체포됐던 서울대 사회학과 학생 이철과 유인태에게는 사형이 선고됐다. 다행히 두 사람은 감형받아 몇 년 뒤 감옥 문을 나섰고, 2009년 9월 ‘민청학련’ 사건도 완전히 무죄로 판결받았다. 그러나 8명의 사람들이 사형을 선고받고 살해됐다. 박정희 독재는 1964년 8월에 한일협정 반대를 진압하기 위해 인민혁명당 사건을 조작했다. 그리고 1974년에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를 ‘민청학련’의 배후로 조작했다. 8명이 체포되어 중정에서 혹독한 고문을 당했고,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형을 선고받고 18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1975년 4월 9일 새벽에 서대문 형무소 사형장에서 그 8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당시 검찰총장은 최종길 살인 사건 직후 임명된 김치열이었으며, 이 자는 12월에 내무부장관에 임명되어 치안본부 대공분실을 만들었다. 당시 중정 부장은 신직수였다.


    1981년에 전두환 일당은 악명높은 중정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안기부로 이름을 바꿨다. 아마도 전두환 일당이 중정의 이름을 안기부로 바꾼 것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를 사살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름만 바뀌었을 뿐 사람도, 하는 일도 바뀐 것은 없었다. 중정과 마찬가지로 안기부는 온갖 불법을 저지르며 국민들을 괴롭히고 억압했다. 전두환 일당이 ‘국가 안전’을 내걸고 실제로 추구한 것은 ‘정권 안전’이었다. 박정희 독재는 중앙정보부를 핵심으로 해서 국군보안사령부와 치안본부 대공분실이 결합된 ‘감시와 억압의 3각 체제’를 확립했다. 중앙정보부가 안전기획부로 이름을 바꿨어도 이 ‘공작-공포정치 3각 체제’는 바뀌지 않았다. ‘남산’은 계속 너무나 무서운 곳이었다.


    3.

    안기부는 1995년 9월에 내곡동에 새 청사를 지어 옮겼다. 남산에 있던 국내 파트와 석관동에 있던 해외 파트가 내곡동의 새 청사로 합쳤다. 그리고 1999년에 안기부는 다시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개명은 명실상부한 최고의 정보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일환이었다. 그러나 그 본성은 민주화에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2012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국가정보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심복인 원세훈 국정원장의 지휘 아래 광범위한 여론 조작의 방식으로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국기문란 범죄를 저질렀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남재준 국정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화록을 공개하는 국기문란 범죄를 저질렀다. 국가정보원은 여전히 안전기획부를, 중앙정보부를 꿈꾸고 있는 것 같다.


    남산에서 안기부가 떠난 뒤에 그곳에서는 무참한 독재의 역사를 지우는 작업이 활발히 진행됐다. 그 선두에 이명박이 있었다. 그는 서울시장이던 2003년에 안기부 본관을 인권 역사관으로 써야 한다는 독재의 피해자들과 시민사회의 요청을 거부하고 ‘유스 호스텔’로 만들었다. 사실 안기부가 자리잡고 있던 곳은 남산의 북사면이어서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음습한 곳이다. 그곳에서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또 그곳에서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독재의 무서운 고문과 살인이 저질러졌다. 특히 본관은 최종길 교수의 살인극이 펼쳐졌던 곳이다. 이곳은 청소년을 위한 ‘유스 호스텔’로 이용하기에는 너무 음습하고 무서운 곳이며, 하루빨리 역사를 지키고 알리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지우고 없애려 해도 그렇게 될 수 없는 것이 바로 역사이다. 역사를 잊으면 역사는 반드시 복수한다. 무서운 역사일수록 직시하고 기억해야 한다. 무서운 역사가 반복되어 또 다시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남산은 아주 좋은 곳이다. 너무 많이 개발되어 생태적 훼손이 심각한 상태이지만, 남산은 시민의 생태적 휴식공간으로서, 서울의 남북 녹지축의 회복을 위한 생태적 거점으로서 여전히 아주 중요하다. 봄에는 꽃구경하기 좋고, 가을에는 단풍 구경하기 좋다. 정상의 봉수대에서 바라보는 서울 시내의 전경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프고 무서운 역사가 깊이 새겨져 있기도 하다.


    주)남산의 그 아프고 무서운 역사는 오늘도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아 더 마음이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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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21 박진하의 글을 읽고 감기 2012.04.20 1790
12420 정신적 20세기를 넘어서는 길 김원일 2010.12.25 1790
12419 이런 글 써도 안 잡아 간다 로산 2012.07.23 1789
12418 제가 공개 사과 올립니다 3 1.5세 2010.12.13 1789
12417 목욕탕에서라도 벗겨내기 김균 2013.06.23 1788
12416 대총회와 연합회의 시계는 거꾸로 가는가? 2 김주영 2011.09.20 1788
12415 화잇의 글을 보며 5 청교도 2011.06.26 1788
12414 비교 정치론 로산 2010.12.24 1788
12413 흡혈귀가 사는 나라 5 김주영 2013.12.06 1787
12412 안식일 교회가 사이비인 이유를 명백하게 밝혀주는.. 아래의 두 글들. (이 떡밥은 내꺼야 비켜!) 10 케로로맨 2012.11.30 1787
12411 이것이 진짜 한국인들의 모습? 1 타향살이 2012.01.26 1787
12410 다중인격장애, 귀신들림... : 영매님께 김주영 2011.10.28 1787
12409 일상다반사!!! file passer-by 2011.08.23 1787
12408 역사를 읽지 못하는 세대 김균 2013.08.15 1786
12407 박 대통령과 시진핑 정상회담 시청 소감. 김재흠 2013.06.28 1786
12406 알고 싶어요 / 이선희 - "깊은 밤에 홀로 깨어 눈물 흘린 적 없나요? 때로는 일기장에 내 얘기도 쓰시나요?" serendipity 2012.11.08 1786
12405 강철호 님 1 나그네 2011.10.07 1786
12404 인간 독재자, 돼지 독재자,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김원일 2013.08.10 1785
12403 송해 "박근혜는 국가 위해, 한 풀려 살아온 사람" 지지 9 방송인 2012.12.17 1785
12402 성령잉태 1 로산 2011.10.05 1785
12401 상아침대에 누운 자유 로산 2010.11.18 1785
12400 인식, 잠, 사랑 file 최종오 2013.06.23 1784
12399 다시한번 부탁드려요. 1 광야지기 2012.04.10 1784
12398 supra ratio (above, beyond reason) ? - 빈배님께 드리는 질문 2 김종식 2011.07.11 1784
12397 지금 / 조영남 - "지금 지금 우린 그 옛날의 우리가 아닌 걸 분명 내가 알고 있는만큼 너도 알아..두 마음의 빛바램이 쓸쓸해 보일뿐이지 진정 사랑했는데 우리는 왜 사랑은 왜 변해만 가는지..." serendipity 2012.12.12 1783
12396 곽목사 5 김주영 2011.09.01 1783
12395 안식교 교리가 부각시키는 십자가의 특별한 의미, 그 놀라운 사랑... 5 student 2011.06.09 1783
12394 관리자님 2 아침이슬 2012.12.22 1782
12393 말할 수 있는 사회. 1 프로젝트 2013.08.28 1782
12392 법위에 있는 사람 2 곽노현 2012.04.18 1782
12391 EBS 다큐프라임 : EBS Docuprime 자본주의 소비는 감정이다 꼬꼬마 2014.01.31 1781
12390 (제목) 보수 꼴통 사고의 모순 . . (조재경님께 올리는 글) 1 반달 2012.04.24 1781
12389 하늘 성소냐 하늘 지성소냐? 1 로산 2011.02.23 1781
12388 두 뿔 달린 새끼양 로산 2011.01.25 1781
12387 내 앞에서 화살에 맞았다며 아파할 때... 4 file 아기자기 2013.09.01 1780
12386 사랑한다! 바보 같은 내 아들들아 24 lg2 2013.01.02 1780
12385 예루살렘에서의 삼일 9 lg2 2012.11.27 1780
12384 인사 7 로산 2011.10.15 1780
12383 침묵하는 언론에 반기든 트위터러, 우리가 "'위키리크스' 직접 번역하겠다" 나서다.^^ 1 서프라이즈 2011.09.19 1780
12382 창피한 나와 너의 자화상 그리고 이중성 1 로산 2011.05.14 1780
12381 조재경님의 위대함 3 바이블 2010.12.15 1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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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79 누리꾼 김원일님도 사람 웃기실 줄 안다 9 박진하 2012.11.05 1779
12378 식욕과 자만의 상태에서... file 푸른송 2012.06.09 1779
12377 운명 직전 아내에게 남길 말. 5 김재흠 2013.05.22 1777
12376 존재의 이유 / 김종환 - "네가 있다는 것이 나를 존재하게 해, 네가 있어 나는 살 수 있는거야...그래 다시 시작하는거야" 1 serendipity 2012.11.06 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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