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 어느 조폭 아내의 장례식

by fm posted Oct 28, 2013 Likes 0 Replies 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누가 말했던가?

가을엔 떠나지 말라고

더 서글퍼진다는 뜻?


어제 안식일 시간에 순서를 맡았지만, 갑자기 친구부인의 장례식에 갔었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요,  안식일이 사람을 축복하기위해 있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만사 제쳐놓고 말이다


가을은 사람들(특히 남자)을 감성에 빠지기 쉽게 한다

그러니

이왕이면 떠나도 가을은 피해주심이 나을듯 함.. ㅎㅎ


상주(떠난 여인의 남편)는 우리조직? 조기축구회원으로 50대 초반이다

나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어린선수지만

평소 쉽게 접근하기 힘든 무게와 위엄을 간직한

말이 적은 선수다


소문에 그가 교회 입교하여 현재 안수집사로 열심히 봉사와 사랑으로 섬기기전 인생은

무시무시한 조폭 두목이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내가 보기엔 한 번도 실수나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았고

선후배를 잘 구별하는 모습이었다

..........................................................................................................................................................................................................


지난주 일요일까지 아무 낌새도 없었는데 갑자기 장례식 이라니?

교통사고인가/ 혹 더끔직한 일을 당했나?  별의별 상상을 하면서 추모예배에 갔는데 


이건 완전히 유명인사의 죽음에 모인 상객들을 방불 하는 큰 무리들이 몰려온다

평소 인덕을 많이 베푼게 틀림없다

주차장은 이미 꽉찼고,  길가에 차를 세운 후 교회당으로 들어가는데

젊고 건장한 , 누가 봐도 조폭 특유의 모습이 완연한 친구 후배들이

줄잡아 50여명은 넘게 보이고 함께 들어간다


아! 그는 과연 조폭의 두목이었구나!

그런데 회심하여 열심히 성실한 삶을 살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사를 읽는 상주의 말이 가슴에 박힌 것은


{뒤뜰에 심어 놓은 감나무가 시들어간다고 슬퍼하던 당신이 물을 주고 정성을 붓자 다시 회복되는 것을 기뻐하며 내년엔 감이 많이 열리면 누굴 줄까 미리 명단을 써놓은 메모지를 보았소. 이제 난 어떻게 살라고 혼자 가시나요? 너무 사랑하면 천사도 질투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가봐요. 대단하지 않아도 좋으니 다시 돌아올 순 정녕 없는가요. 강아지들이 아침에 문을 긁으면서 짖는데 나보다 당신을

더 좋아했던 강아지가 자꾸 당신을 찾는데, 뭐라고 말해줘야 되나요? 야속한사람!  사랑한다는 표현도 못했던 나를 용서하구려!

이제나마 친지들 앞에서 당신을 너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소....}


울음소리가 크게 여기저기서 들린다

험악한 인상을가진 그들의 눈에서도 맑은 눈물이 흘러 나오는것을 보게되었다

피는 붉고 눈물은 희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죽음의 사인은 과로사로 특별한 병명은 없었고 화장실에 갔다가 쓰러져

응급실로 갔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단다


사람이 죽음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에 겸손해질 수밖에

많은것을 생각케 하는 장례식에 참석하여 숙연해진 안식일,

한사람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시라고 기도해본다





Articles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