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틀렸다고 말한다면 돌로 맞아 죽을까?

by 곽건용 posted Nov 12, 2013 Likes 1 Replies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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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손으로 제가 쓴 글을 민초에 올리는 건 두 번째 같네요. 틀릴 수도 있습니다만... ^^


아래 김주영 님이 쓰신 글을 읽고 지난 4월에 제가 제 페북에 쓴 글을 올려 봅니다. 


맘에 안 들어하고 심지어 욕을 할 분도 있겠지만 그 정도의 맷집은 있다고 믿고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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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의 발의가 무산되어 말들이 많다. 개신교 안의 상황만 보면 대다수의 보수 기독교인들은 '사필귀정'이라 여기며 환호하고 있고 소수의 진보 기독교인들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창조하신 하나님의 뜻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발의를 무산시킨 보수 기독교인들의 시선은 법안의 다른 부분보다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에 꽂혀 있는 듯하다. 단순하게 말하면 '다른 건 몰라도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 금지만큼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왜? 동성애는 구약과 신약을 막론하고 성경이 절대 금지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란다.

이에 대해 진보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반론하는지는 내가 다 알지 못한다. 다만 며칠 전에 한 라디오 방송 팟케스트에서 단편적으로나마 이들의 논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그 방송에 나온 분이 이편의 대표자인지는 모르겠고 또 시간의 제약 때문에 충분히 논리를 전개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논리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만큼은 됐다. 개신교인 90% 이상의 절대다수가 보수기독교인인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분들의 노고에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분들의 논리에서 아쉬운 점이 느껴져서 한 마디 써본다.

우선, 보수 기독교인의 논리부터 보자.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들에게는 '논리'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다. 그저 성경이 동성애를 반대하니까 자기들도 반대한다는 게 전부다. 자기들은 그저 성경대로만 할 따름이란 말이다. 

과연 그런가? 그렇다면 왜 이들은 소나 양을 잡아 죽이는 동물희생제사를 드리지 않는가? 왜 일부다처 하지 않고 일부일처 하는가? 그들이 그렇게 숭상하는 아브라함을 비롯해서 구약의 족장들이 모두 그랬는데 말이다. 그거야 시대라 달라졌기 때문이라 하겠지. 그렇다면 그 시대의 변화가 왜 유독 동성애 문제에는 적용이 안 되는가 말이다. 예배와 결혼제도를 포함해서 옛 율법의 여러 조항들이 예수님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어 바뀌었지만 동성애 문제만큼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그렇다. 예수님은 동성애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성애 문제는 새롭게 이해되고 새롭게 해석될 필요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런 논리가 과연 가능할까? 그럼, 예수님이 새롭게 해석하지 않은 율법들은 모조리, 새롭게 해석하지 말고 글자 그대로 지켜야 할까? 말이 되는 얘기를 하시라!

보수 기독교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더 길게 얘기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한 마디로 정리하겠다. 만일 그대들이 성경 말씀을 따라서 동성애에 반대하는 거라면 동성애자들을 다 죽여라! 만나는 대로 다 죽여라! 구약성경(레위기 20:13)은 동성애를 반대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을 죽이라고 했다! 그러니 다 죽여라! 그러지 않을 거면 '성경대로'란 말은 하지 말라.

그 다음으로 진보 기독교인의 주장에 대해서 얘기해보겠다. 내가 들은 방송만 갖고 얘기하는 거니까 이들 주장의 전부는 아닐 거란 단서를 달고 얘기하겠다. 

이들은 성경에 있는 바 동성애가 관련된 구절들과 에피소드들이 잘못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소돔과 고모라가 동성애 때문에 멸망당한 게 아니라 나그네를 환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 얘길 포함해서 이들 주장을 요약하면 '성경은 잘못 이해되고 있다. 특히 동성애에 대한 구절들이 그렇다. 그 구절들은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분들의 주장에는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가능한 한 성경을 옹호하고 싶은 의도 말이다. 이들은 할 수만 있으면 성경 그 자체는 건드리지 말고 그에 대한 '해석'만 문제삼으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내가 보기엔 성경은 명백히 동성애를 죄로 여기고 있다. 구약과 신약을 막론하고 그렇다. 여기에는 재고하거나 재해석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율법뿐 아니라 바울도 그랬으니 말이다. 

문제는 뭔가 하면, 동성애를 죄로 여기는 성경이 옳으냐 그르냐의 여부다. 성경이 동성애를 죄로 여긴다고 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기독교인인 우리도 반드시 그렇게 여겨야 하나? 성경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서술한다고 해서 우리도 그렇게 믿어야 하나? 성경이 우주 역사가 6천 년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대로 믿어야 하나? 가나안 일곱 족속을 다 죽이라 했으니 오늘날에도 이교도들은 다 죽여야 하나? 아니지 않나! 우린 그렇게 믿지 않는다. 우주 역사가 6천 년이라고 믿는다 해도 살아가는 데 별 지장은 없겠지만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으면 절대 비행기 타고 멀리 가면 안 된다! 지구 끝에 다다르면 낭떨어지로 떨어질 테니 말이다. 

이렇듯 성경에도 '사실'과 다른 얘기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우린 그걸 다 믿지 않는다. 근데 왜 하필 동성애만은 성경 말씀 그대로 믿고 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는가. 왜 이 문제에 대해선 성경이 '틀렸다'거나 '성경대로 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지 못하는가. 예수님 말씀 중에도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맞지 않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바울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말이다. 아무리 예수님 말씀이라고 오늘날에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게 있다면 그렇게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바울은 말할 것도 없고.

'사실'과 '윤리'의 문제는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다. 맞다. 사실과 윤리는 다르다. 하지만 윤리보다 더 '딱딱한 것'이 사실 아니던가. 윤리란 본래 상황의 영향을 더 많지 받는 것이 아니던가. 사실도 달라지는데 윤리야 오죽하겠는가.

결론적으로, 내 얘긴 동성애 문제를 다루는 데 성경은 끌어들이지 말자는 얘기다. 진보 기독교는 성경을 끌어들이는 보수기독교를 향해서 '구차하게' 동성애에 대한 구절을 달리 '해석'하려 하지 말고 '그건 성경이 틀렸다'라고 자신있게 말해야 한다는 얘기다. 성경은 동성애 문제를 판단하는 데 준거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말이다. 그때와 지금은 세계관도 다르고 과학의 지식 수준이라 가치관, 윤리관 등 모든 게 달라졌다고 말이다. 

물론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예컨대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당신의 모습대로 만드셨다.'는 고백 같은 건 변하지 않는다. 이런 고백은 사람 사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판단하는 준거점이 될 수 있다. 물론 달리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든 저렇든 "동성애자는 모조리 죽여라."는 레위기 20:13 같은 구절이 오늘날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성경지상주의(biblicism)은 성경에 쓰여 있는 모든 말이 사실이라고 믿는 잘못된 믿음만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성경에 기록된 옳지 않은 말을 옹호하려는 노력까지 포함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오늘날 한국 개신교 상황을 고려하면 이렇게 주장하면 '큰 변'을 당할 각오를 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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