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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이 끌고 온 짐승들의 울음소리로 인해 밤의 정막은 깨어지고 있었다. 마당 한쪽에는 이집 저집에서 빼앗아온 물건들로 가득히 쌓여있었다. 형들을 도운 종들은 여자들과 물건들을 관리하고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버지의 얼굴은 파르르하다 못해 검은 암막으로 덮여있었다. 큰 아버지, 에서를 만날 때의 비장함보다 더욱 굳어지신 얼굴모습이었다. 레아, 빌하, 실바 세 엄마 모두 공포의 얼굴이 되어있었고 남녀종들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버지는 망연자실하였으나 이내 입을 떼셨다.뺏어온 짐승들과 물건들은 당장 여자들과 함께 돌려보내라아버지는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사색이 되어 끌려온 세겜의 여자들을 탈취물과 함께 다 돌려보내었다. 아버지가 장막 안으로 들어가시자 엄마들은 말없이 형들의 피범벅된 옷들을 벗도록 하였다. 형들은 우물가로 가서 목욕을 하고 피로 뻣뻣해진 머리를 감았다. 누구 하나 말없이 씻는 일에만 열중하였다.

 

아버지는 어디론가 나가시고 형들은 엄마들이 준비한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나는 배가 고팠지만 도무지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엄마와 여종들은 먹고 있는 형들의 옆에서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람결에 피비린내가 콧속을 스쳐 지나갔다. 까마귀 소리는 밤을 모르고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날 밤늦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으시고 우리는 모두 이내 곯아떨어졌다. 나는 그날 밤 세로로 둘로 쪼개진 세겜의 몸뚱아리와 그 아비 하몰의 떨어져나간 모가지가 눈에 아른거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땅에 나동그라진 그 모가지의 눈동자가 계속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형들의 쳐라, 잡아라.” 헛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나왔다. 나는 그날 밤 너무나 무서운 생각에 몸서리치다 겨우 선잠이 들었다.

 

날이 밝자 아버지는 가족 모두를 한 자리에 불러 모으셨다. 아버지의 얼굴은 어제와는 또 다른,  결기로 찬 얼굴 모습이었다. 이른 아침이면 집 앞을 지나가던 양떼들이 그 날은 보이지를 않았다. 피 냄새를 맡고 멀리서 날아온 것 같은 까마귀들의 울음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먼 하늘에는 독수리떼들이 하강을 위해 공중을 맴돌고 있었다.

 

아버지는 차분하게 자조지종을 물으셨다. 형들은 아버지 앞에 사실 그대로를 고백하였고 아버지는 시므온형과 레위형을 꾸중하셨다. 두 형은 대드는 투로 말하였다. “아버지는 저 놈들이 우리 아이를 창녀로 삼아도 되는 건가요.” 아버지는 두 형의 대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그리곤 둘러선 모두를 향해 우리는 오늘 벧엘로 떠나야한다. 여기 이대로 있으면 우리 가족도 몰살을 당할 것이다고 짧게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다시 단호하게 너희가 할아버지 집에서 가지고 나온 모든 신상을 내게로 가져오라.” 아무도 불평하는 이 없이 아버지의 명령을 따랐다. 형들은 호주머니에서 작은 우상들을 꺼내고 엄마와 여자들은 귀에서 고리를 벗겨내었다. 아버지는 그것들을 다 모았다. 그리고 모두를 데리고 근처의 상수리나무 근처에 데리고 갔다. 아버지는 종들을 시켜 땅에 파묻으라고 하시며 말씀하셨다.

 

여기가 내 할아버지 아브라함이 장막을 치신 곳이다. 할아버지도 유랑을 많이 하시고 사셨다. 아침을 먹고 벧엘로 떠날 채비를 해라.” 우리 진영에서는 이제 두려운 기운이 감돌고 잇었다. 모두는 부랴부랴 여행길을 위해 준비하였다. 모든 식구는 여장을 차리고 그날로 예루살렘이 가까운 벧엘을 향하여 이틀 길을 나섰다. 동네를 통과해 가는 길이었지만 아무도 우리의 길에 나서는 자가 없었다. 주인 잃은, 배회하는 개들과 피냄새에 취한 공중의 새떼들만이 우리의 머리 위를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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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2013.11.15 11:59
    요즘 님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에 응원을 보내며 계속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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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어빵 2013.11.15 14:29
    나는...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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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두지파 2013.11.16 00:20
    격려 감사합니다. 한 번 써보았는데 계속 가야겠네요.
    공부도 되고 제게도 크게 유익합니다. 더 찰지게 써보도록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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