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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겜을 떠나는 우리의 행렬은 길었다. 그리고 장중하였다. 우리를 지휘하는 아버지의 존재는 우리에게 태양이었다. 우리의 대오는 기치를 펼친 군대와 같았다. 아버지는 우리의 추적한 옷들을 다 벗게 하고 단정한 새 옷으로 갈아입게 하였다. 출발 전 다시 한 번 장신구와 주술도구가 남아있는 지를 확인하였다. 아버지의 채근에 하란에서 따라 나온 몇몇 종들이 마지못해 애장품들을 꺼내놓았다.

 

나무로 된 것도 은으로 된 것도 있었다. 대개 귀걸이와 부적처럼 몸에 지니는 것들이며 거기에는 여러 신상의 모습과 주술문이 적혀있었다. 주술문에는 하루 백 번씩 소리 내어 읽으면 무병장수와 다산의 축복이 있다고 쓰여 있는 것도 있었다. 아버지는 냉엄하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이제 가나안의 풍습과 정신에서 떠난다. 내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의 정신으로 돌아설 것이다. 나를 대적하는 자는 나를 떠나라.”

 

선혈이 낭자했던 공회당을 지나고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은 세겜의 대로를 통과했지만 우리는 승리자도 패배자도 아닌 심정으로 도시의 중앙을 묵묵히 지나왔다. 아침 일찍부터 우리 가족들이 짐을 챙기는 동안 남녀종들은 식량을 싣고 짐승들을 몰이하기 위해서 분주한 시간을 보내었다. 행렬의 맨 앞은 양떼들을 몰게 했고 다음은 짐을 실은 약대가 따랐다.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약대 등위에 탔고 아버지의 유모도 그 안장에 함께 올랐다. 맨 후미는 장정의 종들이 걷고 있었다. 만삭의 어머니는 보행하는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지만 나는 형들과 보폭을 유지하며 즐겁게 걸어 나갔다. 아버지는 날벼락으로 많이 놀란 어머니를  더욱 애틋하게 챙기셨다. 철없이 뛰놀며 성장하던 10년의 세겜을 뒤로 한 체 우리는 아버지의 인도를 따라 또 다시 길 위로 나섰다.

 

민가를 벗어난 산림지역이 우리에게는 안전지대였다. 민가를 만나면 우리 진영은 다시 긴장이 고조되었다. 소문은 삽시간에 주변 족속에게로 다 퍼진 것 같았다. 멀리서 우리를 주시하는 원주민들의 시선이 예전과 다르게 느껴졌다. 사람을 보는 것이 두려웠고 사람이 나타나면 우리는 많이 긴장하였다.

 

우리는 밧단아람의 외숙 할아버지 집에서 떠나오면서 세겜에서 정착해 사는 줄로 생각하였다. 견고히 지은 집들과 공들여 개간한 농토와 늘어나는 짐승들을 보며 모든 식구들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큰 집과 많은 살림살이를 내버리고 느닷없이 떠난 길이었지만 아버지의 표정은 그렇게 두렵거나 어둡지 않았다. 어릴 때 보았던 얍복강에서 긴 시간을 보내시고 에서 큰 아버지를 만날 때의 장군다운, 그 장엄한 표정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었다.

 

우리는 조촐한 끼니로 허기를 해결하며 걸음을 재촉하였다. 휴식과 1박의 야영 후에 야심한 밤이 되어서야 루스에 도착하였다. 루스로 들어서는 길은 산에 가까운 심한 오르막길이었다. 예루살렘과 가까운 곳이었고 작은 성읍이었다. 아버지만 유독 그곳을 벧엘이라 부르고 있었다. 아버지의 표정은 감개무량으로 변해있었다. 아버지가 자주 말씀하시던 벧엘에 우리는 도착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숙영에 들어가기 전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셨다. “내 아들들아! 우리는 드디어 이 땅을 밟았다. 모두 새로운 공기를 마셔라. 오늘은 밤이 깊었으니 모두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우리 모두는 이 자리에 다시 모인다.” 우리는 모두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였다. 형들과 하란에서 같이 온 우리의 목부들이 익숙한 솜씨로 바닥을 고르고 장막을 쳤다.

 

일단의 이동을 마치고 우리는 안도하였다. 형들은 그래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그날 밤에 종들을 시켜 교대로 야경을 세웠다. 만삭의 어머니와 연로한 유모 드보라 외에는 아무도 병약한 자가 없었다. 우리는 종일 걸었기에 모두가 잠에 떨어졌다. 피곤한 우리에게 밤은 짧았다. 우리 모두는 아침 일찍 다시 모였다. 아버지의 얼굴은 변해있었다. 전날의 얼굴이 아니었다. 전에 결코 볼 수 없었던, 범접하기 어려운 왕의 얼굴이었다.

 

아버지는 모두를 향해 긴 말씀을 하기 시작하셨다.

 

우리는 살기 위하여 세겜을 떠나왔다. 세겜 주변 족속들이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지만 우리가  그곳에 머무른다면 우리는 저들에게 멸족을 당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너무 파란만장한 길을 가고 있다. 나는 쫓기는 삶을 살아왔고 험한 세월을 지내왔다. 이제 나와 너희는 신령한 땅을 밟았다. 나는 세겜에 머문 지난 십년을 크게 후회하고 있다. 그곳에 안주했던 것은 나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나는 다시 하나님께로 마음을 돌이켰다. 벧엘은 내 영혼의 요람이고 고향이다. 나는 이곳에서 강한 자가 되었다. 내가 30년 전 천애고아의 심정으로 고향집을 떠나올 때 나의 마음은 칠흑과 같았다. 사고무친으로 살아갈 생각에 너무도 혼절하고 기진맥진하였다. 그렇게 버려진 내게 주님이 찾아오셨다. 내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부르시고 만나주셨던 우리 조상의 하나님이 파렴치한 나에게도 손을 뻗치신 것이다. 나는 그때 다시 살아났다. 이 벧엘에서 나는 다시 소생을 하고 다시 걸을 힘을 얻었다. 그러나 우매한 나는 하란에서 20, 세겜에서의 10년을 그 분을 외면하고 살아왔다. 어제 밤 주께서는 나를 다시 찾아오셨다. 너희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돌보아주신 세계의 주인이 탈진하여 잠든 내게 찾아오셨다. 이곳은 인간잡배인 내게 거듭 약속을 주신 내 생애의 기념비적인 곳이다. 이제 내게는 끊임없는 회복과 끊임없는 진군만이 있을 뿐이다. 너희 모두가 내 뜻에 조화되기 바란다. 나를 거역하는 자는 우리 중에 끊어짐을 당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한주일 머문 후 내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될 것이다.”

 

아버지는 전에 없던 비장함으로 말을 마치셨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들고 우리 형제들의 안녕과 후손들의 축복을 위해 기도하셨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평안하기도 빼놓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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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관 2013.11.27 03:10
    안녕 하세요.~~
    열두 지파님 오랜만 입니다.
    쓰신글 잘읽었 습니다.^^
    기쁜 감사절에 더 감사할 많은 것들이 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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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두지파 2013.11.27 11:40

    조악한 글에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실 정숙 일변도로 진행되는 성경적 연재가 지리한 진행이 되기 십상이지요. 그런 면에서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성경 인물들의 내면을 엿 볼수 있어 얻는 것이 더 많은 듯합니다. 다중의 유익 이전에 훗날을 도모하며  단단한 필력을 위한 연마과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습작을 통하여 신앙 측면으로도 더 생생해짐을 느낍니다. 추수감사절에도 감사하고 생존 감도 희비쌍곡선에서 희망과 기쁨의 긍정으로 그 축이 기울어지는 듯합니다.

    사실 늘 수심이 깊은 편이었습니다. 표면으로는 말짱했지만 작은 일에도 일희일비하며 우울증환자에 가까웠습니다. 약진과 분발을 통하여 치유가 되고 영혼이 햇살을 받고 에너지를 얻은 듯합니다. 체내에 박동이 뛰는 한 우울과 낙심 기류는 늘 엄습하리라 여깁니다. 연재 과정을 통해 요셉처럼 튼튼하고 강한 자가 되어 제 삶을 지배하는 주체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스쳐가는 생이 아니라 생을 제대로 들여다 본 자로 삶이 마쳐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출입하는 분들에게도 생의 진중한 고민과 성찰이 있었으면 합니다. 박 희관님과 많은 공감대가 있는 듯합니다. 환한 영혼으로 건필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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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원합니다 2013.11.28 19:08

    열두지파님!
    글은 쓴다는 것은 그 사람의 영혼을 파는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좋은 글은 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요.
    여러모로 힘든 상황 속에서 습작을 통해 생의 많은 힘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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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두지파 2013.11.28 20:57
    “글쓰기는 영혼을 파는 것이다.”는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는 것이 글쓰기의 한 단면이라 여깁니다. 그런 다소 부정적인 연유로 인해 글을 장악해야 할 필요가 생깁니다. 속살을 드러내는 허용치에 대한 감각이 필요한 듯합니다. 지금은 작풍이 날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역시 꾸준한 습작이 비법이라 여겨 농익기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글쓰기는 새롭게 읽는 것이고 곱으로 읽는 것 같은 생각입니다. 쓰기는 외모의 변화는 가져다주지 않지만 정신은 깊이 감응을 하고 있네요. 뼛속으로 쓰는 글을 써보고 싶네요. 응원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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