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골목 입구에서 ...

by 인사동 posted Nov 27, 2013 Likes 0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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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인사동 입구에
Subway sandwich shop 이 있다.

오늘 이른 아침 날씨는 온퉁 회색이다.
어제 내린 비에 갑자기 그런 색갈이 되어 버렸다.
날씨만 그런 것이 아니라
검정 아니면 회색의 옷차림으로 온통 변해 버렸기 때문에
더 그렇다.

눈이 막 쏟아 질 기분이다.
한 두사람 어정 거리는 Subway 안에서
베지샐러드 한 볼을 막 끝내려 하고 있는 데,

창 밖에 한 남루한 젊고 작은 여성이 Subway 앞에서
X-banner 의 광고를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다.

저런 젊은  노숙자도 있구나!
얼굴은 좀 통통하여 건강한 모습이나.
잔뜩 껴입은 옷 모양이 가까운 전철역에서 막 자고 
나온 모양이다.

Shop 에 들어 올 모양이면,
꽤 벌이가 되는 노숙자인가보다
그런데, 광고만 보다가 그냥 지나간다.

급하게 마지막 샐러드를 입에 가득 물고
밖으로 나와 살펴보니,
벌써 저 만치 골목길에 들어서는 노숙녀를
"어이, 여보세요!"

노숙녀는 두어번 부르는 소리에 돌아서서는
자기에게 손 짖하는 것을 보고는
다른 사람을 부르나 하여 뒤를 돌아 보다,
아무도 없자,
"저요?"
"네"

앞으로 오는 노숙녀를 향해
"왜, 광고를 보고 있었어요?"
"너무 맛있게 보여서요"
그리고는 멋 적게 웃는다.

지갑에서 만원 짜리 한장을 꺼내 내밀면서
"들어가서 사 드시겠어요?"
"그래도, 괜찮나요?"

갑자기 반짝거리는 눈 빛을 하고는 
만원을 받아 쥐고는
잽싸게 shop 안으로 들어간다.

알바를 하는 아이가
혹시, 남루하다고 내 쫓지는 않겠지!
돌아보려다가
혹시, 노숙녀가 미안해 할까봐
건너편 건널목에서 막 밀려오는 대중 속으로
몸을 파묻어 버린다.

"주님, 언제까지 이러한 고통들을 계속 하시렵니까?"
눈물이 눈 안에서 빠르게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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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전에는이곳 인사동이
값비싼 물건으로 가득하였었다.
소위 한국적인 골동품들이 
전설같은 값으로 주고 받는 장소였다.

20년 전만 하여도,
곳곳 이곳 차집에서는
시를 논하고 그림을 논하는
젊은 남녀 친구들과 어울리는
도사 같은 분들을 심심치 않게
보아 왔던 곳이다.

그 한국적인 것들을
맛 보고,
경험하려고,
외국 관광객들이
모여들던 이 곳이,

이제는그 관광객들을 위한
잡다한 싸구려 선물 상품으로
가득 찬 곳이 되어 버렸다.

한심한 나라,
한국적인 이곳 하나 지키지 못하다니!

아니면,
한국이라는 지식하나 얻고 가려는
싸구려 선물을 찾는 관광객들의 잘못인 줄도 모르는 일이다.

나무로 깍은 귀여운 장구치는 목각 인형 하나를 집어든다.
"사장님, 이것 얼마에요"
"만 이천원이에요"
누가 봐도 한국이라는 심볼은 된다.

이제는 인사동에서
한국이라는 혼과 생명을 체험 할 수가 없단 말인가!
가슴이 저려온다.

전설 적인 값으로
골동품을 주고 받는 것을 죄라고 생각 했었다.
아! 그러나 오늘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골동품을 산 것이 아니라.
그 혼을, 그 경험을 산 것이였다.

그 혼과 생명을 체험하기 위해서라면
그 얼마라도 치르고 싶은 것이 아니였겠는가!

...

심볼로 만 전락해 버린 성소!
만 이천원만 주면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상징!

아, 어떻게 하면
그 피 비린내 나는
성소의 혼과 생명을
체험 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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