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일탈정부

by 시사인 posted Dec 04, 2013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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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개인적 일탈”…“사춘기 정권이냐”“창조적 꼬리자르기”
이용욱 기자 

현 정부를 두고 ‘일탈 정부’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채동욱 전 검찰총장 관련 개인정보 불법열람 등 각종 스캔들이 발생할 때마다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며 발뺌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만 유독 개인적 일탈이 많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 “개인적 일탈을 조직적으로 하느냐” “창조경제 정부가 왜 변명은 창조적으로 못하냐” 등의 비아냥도 온라인상에서 제기된다.

실제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개인적 일탈사’는 유서가 깊다. 이 논리가 처음 등장한 것은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졌을 때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 10월22일 1차 조사결과 발표에서 “관련자들은 소환조사애서 개인 블로그와 트위터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고 별도의 지시는 받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 댓글작업이 발각된 사이버사령부 소속 요원 4명이 정치적 글을 올린 것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국정원도 같은 논리를 사용했다.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국정원은 대선개입 의혹을 정상적인 대북 심리전 활동이라고 했으나, 검찰의 공소장변경 등을 통해 5만5000여건의 댓글이 발견되는 등 조직적 개입의혹이 제기되자 ‘개인적 일탈’ 논리를 사안을 덮으려 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달 4일 내곡동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북) 심리전 활동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없어 일탈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엔 청와대가 ‘일탈해명’에 동참했다. 조오영 행정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모군 인적사항 열람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자 “개인적 일탈행위”라고 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4일 “조 행정관의 행동은 청와대와 관계없는 개인적인 일탈행위”라며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관계나 친분 등 나머지는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히고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권이 ‘개인일탈’ 운운하는 배경은 간단하다. 파장이 큰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은 정부의 정통성 논쟁으로 번질 수 있는 쟁점이다. 권부 핵심인 청와대가 불법적으로 개인정보 열람을 한 사실은 ‘정권의 도덕성’과도 연계될 수 있음을 우려할 법 하다.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 것이지만, 그간의 ‘일탈 변명’은 사건이 번지면서 옹색해지기 일쑤였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당 고위정책-약속살리기위원회 연석회의’에서 “그러니까 이 정권에 대해 ‘사춘기 정권’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냐”며 “기본도 갖추지 못한 꼬리자르기 변명은 사춘기 청소년의 변명에 불과할 정도로 아무도 이해 못하고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고 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또 ‘개인의 일탈’이랍니다. 이거, 많이 듣던 거짓말이죠”라고 했고,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개인 일탈=창조적 꼬리자르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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