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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겠다, 마량에 가면

이재무



몰래 숨겨놓은 애인 데불고

소문조차 아득한 포구에 가서

한 석 달 소꿉장난 같은 살림이나 살다 왔으면,

한나절만 돌아도 동네 안팎

구구절절 훤한, 누이의 손거울 같은 마을


마량에 가서 빈둥빈둥 세월의 봉놋방에나 누워

발가락장단에 철지난 유행가나 부르며

사투리가 구수한, 갯벌 같은 여자와

옆구리 간지럼이나 실컷 태우다 왔으면,


사람들의 눈총이야 내 알 바 아니고

조석으로 부두에 나가

낚싯대는 시늉으로나 던져두고

옥빛 바다에 시든 배추 같은 삶을 절이고

절이다가 그것도 그만 신물이 나면

통통배 얻어 타고 휭, 먼 바다 돌고 왔으면,


감쪽같이 비밀 주머니 하나 꿰차고 와서

시치미 뚝 떼고 앉아

남은 뜻도 모르고 웃음 실실 흘리며

알량한 여생 거덜냈으면,


-시집『저녁 6시』(창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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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Hobbiton in Matamata New Zealand> Beauty of Planet Earth 



주) "몰래 숨겨놓은 애인"은 누구일까?

  • ?
    아기자기 2013.12.10 21:21
    “몰래 숨겨놓은 애인"은?
    나의 “마량”은?

    좋겠다,
    몰래 숨겨 놓은 그런 곳 있으면
    사람들의 눈총이야 내 알 바 아니고
    옥빛 바다에 시든 배추 같은 삶을 절이고
    절이다가 그것도 그만 신물이 나면
    통통배 얻어 타고 먼 바다 휭하니 돌아나가

    그 곳에 가서 빈둥빈둥 세월의 봉놋방에 누워
    사투리가 구수한, 갯벌 같은 예수와
    발가락장단에 철지난 유행가나 부르며
    옆구리 간지럼이나 실컷 태우다 왔으면,

    감쪽같이 비밀 주머니 하나 꿰차고 와서
    시치미 뚝 떼고 앉아
    남은 뜻도 모르고 웃음 실실 흘리며
    알량한 여생 거덜냈으면,
  • ?
    김균 2013.12.11 01:55
    한참 때
    마량에 낚시 많이다녔습니다
    항만공사할때 석축에서 감성돔 잘 낚였거든요
    지금도 종종 여행다니는 코스 중 한 곳입니다
    녹동 마량
    그리고 완도 진도
    그런데 요즘 제일 자주 가는 곳은 여수입니다
  • ?
    fallbaram 2013.12.11 03:08
    누구 데불고?
  • ?
    아기자기 2013.12.11 08:31
    “사투리가 구수한, 갯벌 같은” 예수,

    세리 창기 병자 노동자 어린이 여인...들과 같이 먹고
    발가락 장단에 함께 노래하며
    허물없이 간지럼 태우며 같이 웃는
    그런 예수면 좋겠습니다!^^
  • ?
    아기자기 2013.12.11 08:28

    그렇지 않아도 마량포구 가까이 사시는 장로님은
    이 시가 현실일 수도 있겠다는
    전혀 근거가 없는
    무모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꿈꾸는 마량은
    민초들이 사는 시골 농촌이나
    어촌, 공장 지역 혹은 밀양이고,

    데불고 가고픈 몰래 숨겨논 애인은
    “사투리가 구수한, 갯벌 같은” 예수

    그 곳에서
    손발에 갯벌 흙 다 묻히고 같이 힘들이며
    굳은 일에 마다않고 동행하는 예수

    그들과 발장단 맞추고 같이 노래하며
    허물없이 간지럼 태우며
    같이 웃는 그런 예수입니다!

    불쌍하고 가난한 자들과
    억울한 약자들이 있는 곳에 사는
    사투리가 구수한 갯벌 같은 예수와 같이라면

    그런 곳에 살면서
    알량한 남은 인생 거덜 내도 좋겠습니다!...

    "문~디이" 장로님 같이 말입니다!^^

  • ?
    바다 2013.12.11 12:40
    오랫만이지요 아기자기님
    이곳과 가까운 서천에도 마량 이라는 아름답고 고즈넉하며 작은 포구가 있답니다
    그곳인가 했더니 남도네요

    은유법의 대가시네요
    올리신 글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거의 두달을 생사화복의 일들이 주변에서 얼마나 일어나는지
    좀 바빴더랬습니다

    지금 이글을 쓰고 또 교회 상가집을 가야 합니다
    나라도 고령화로 힘들고 교회도 고령화로 힘드네요

    저는 여기에서 만나는 은유와 직설과 현실제안들이
    숨겨놓은 애인 데불고 은근한 재미를 누리는 1인 입니다 ^^
  • ?
    아기자기 2013.12.11 20:53
    고향 바다님, 오랜만 입니다!

    시인의 고향이 충청도이니까 아마 그가 아는
    “한나절만 돌아도 동네 안팎
    구구절절 훤한, 누이의 손거울 같은 마을“은
    같은 충청도 서천의 마량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나
    “몰래 숨겨놓은 애인 데불고
    소문조차 아득한 포구에 가서
    한 석 달 소꿉장난 같은 살림이나 살다 왔으면“
    하는 곳은 그래도 좀 멀리 저 남도 끝자락의
    마량이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만...

    저에게는 그래도 아직까지 휭하니
    가보고 싶은 곳은 고향 바다입니다!

    이 시를 올린 것은 설마하니 아기자기가
    바람을 염두에 두고 올린 것은 아니겠고요^^

    제목에 쓴 대로 가끔은 어떤 안식일 교인들이
    숨을 턱하니 막히게 할 때 생각나는 시입니다.
    물론 다른 교회에 다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어디든지 근본주의자들과 자신이 시어머니인줄
    착각하고 우기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럴 때 나만의 장소에 가서
    시어머니한테 쫓겨나 몰래 숨어 있는 애인
    “사투리가 구수한, 갯벌 같은” 예수를 만나
    한나절 “발가락장단에 철지난 유행가나 부르며
    옆구리 간지럼이나 실컷 태우다“오면
    숨이 좀 트입니다.

    그러면
    “시치미 뚝 떼고 앉아
    남은 뜻도 모를 웃음 실실 흘“리지요!^^

    일터나 상갓집에서 밤낮 바쁘더라도
    “감쪽같이 비밀 주머니 하나 꿰차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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