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13.12.26 23:21

색동옷(6) - 줄초상

조회 수 103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벧엘을 뒤로 하고 우리진영은 다시 여장을 꾸렸다. 그곳에 머문 지 일주일 만이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할아버지가 계시는 헤브론이었다. 침체된 사기였지만 아버지의 고향을 향한 여행은 계속되었다. 풍파는 그치지 않았다. 우리는 뜻하지 않게 베들레헴 노중에서 또 다시 어머니의 임종을 맞았다. 어머니의 산달이 가까워 오며 우리 모두는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늦둥이를 바라보시는 100세를 훌쩍 넘기신 아버지의 기대는 남다르고 각별하였다. 노중이었지만 어머니가 바짝 산기를 느끼자 어머니들과 유모들은 발 빠르게 조산준비를 해나가기 시작하였다. 가설로 급조한 산실에는 어머니들과 유력한 하인산파가 들어가게 되었다. 해산을 위하여 어머니 일행이 들어가자 우리 진영은 흥분과 기대로 충만하여졌다.

 

동생의 순산은 우리 진영의 기세를 높일 것이었다. 비애로 점철된 일련의 과거들을 일거에 씻어낼 경사가 될 것은 자명하였다. 형들과 종들, 모두가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아버지와 나는 산실이 멀지않은 곳에서 잠잠히 기다렸다. 초조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지만 기대하는 울음소리는 쉽게 들려오지 않았다.

 

침묵의 시간이 지난 후에 여자 하인 하나가 아버지를 찾아왔다. 그녀는 난산이라고 귀띔하며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 하신다는 말을 덧붙여주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이윽고 아기의 힘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우 베냐민이 세상과 만나는 소리였다. 울음소리를 따라 일제히 함성이 울려 퍼졌다. 전 진영의 함성은 가라않지 않았고 아버지의 표정은 그 함성과 그대로 조화되고 있었다.

 

큰 터울의 아우를 보는 기쁨과 감격이 아버지의 얼굴에서 고스란히 배어나고 있었다. 아버지는 산실정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계셨다. 산고를 치룬 어머니를 빨리 위로할 심산이었다. 한참을 기다리다 조급해지신 아버지는 야전 산실로 다가가시고 나는 아버지 뒤를 바싹 따랐다. 웬일인지 산실 앞에는 목부장이 가로 막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조짐이 느껴지고 있었고 갓난아이는 산파의 손에 들려 밖으로 들려나왔다.

 

산파는 아이를 아버지에게 보이지 않았다. 산파의 돌출은 모두의 시선을 산실로 향하게 하였다. 모두의 주목과 때를 같이하여 울음소리가 들려나오기 시작하였다. 울음은 산실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이상조짐을 느낀 형들과 모든 권솔들은 산실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제야 산파가 아기를 안고 아버지 앞에 다가왔다. 그녀는 죄인이 되어있었다. 아버지는 산파의 말을 기다리지 않았다. 아버지와 나는 바로 산실로 다가갔다. 목부장은 아버지를 더 이상 제지하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 산실로 들어섰다. 어머니는 가느다란 숨을 남기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내 오열하기 시작하였다. 어머니는 나와 아버지를 번갈아 바라보셨다. 손을 허공에 저으시며 나를 부르셨다. 내 눈물은 뜨거웠다. 어머니의 마지막 박동을 보며 흐느껴 울었다. 한 손은 내가 잡고 한 손은 아버지가 잡았다. 우리의 울음과 어머니들의 울음은 함께 공명하며 밖을 향하여 나가고 있었다.

 

함성소리는 울음소리로 바뀌어 전 진영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산파도 아이를 맡기고 들어와 함께 울었다. 어머니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이를 보고 싶은 표정을 아버지가 이내 읽으셨다. 아버지는 아이를 데려올 것을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데려온 아이를 향해 ‘베노니’라고 간신히 부르셨다. 그리곤 아버지의 얼굴과 내 얼굴을 교대로 향하였다.

 

어머니의 마지막 남긴 말은 ‘요셉’이었다. 어머니의 잠긴 입과 감긴 눈은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버지의 흐느낌은 대성통곡으로 바뀌었다. 형들도 산실 앞으로 다가와 오열하기 시작하였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베냐민을 얻은 기쁨은 그대로 가려졌다. 세겜의 충격 이후 연이은 줄초상이었다.

 

아버지와 나는 많이 울었다. 상처 없는 생존은 없다 하지만 떠오르는 어머니의 역정은 고스란히 펑펑 쏟는 눈물로 이어졌다 어머니는 그날 나와 아버지를 번갈아 보시며 세상을 뒤로 하셨다. 객사하는 어머니의 파리한 시신은 그대로 내 심장 속에 박혀 들어오게 되었다.


  1.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 No Image notice by admin 2013/04/06 by admin
    Views 36683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3. No Image notice by admin 2013/04/06 by admin
    Views 53695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4. No Image notice by admin 2010/12/05 by admin
    Views 85493 

    필명에 관한 안내

  5. 구름 타고 가는줄 알았는데 .

  6. No Image 19Dec
    by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3/12/19 by (사)평화교류협의회(CPC)
    Views 1481 

    [평화의 연찬 제93회 : 2013년 12월 21일(토)] ‘한해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내면서’

  7. No Image 19Dec
    by 김종식
    2013/12/19 by 김종식
    Views 1233 

    교회에 안 갔다는 결혼하고 성장한 아들과 나눈이야기

  8. 혈변이 나오는데...

  9. 중국 인터넷 인기글 .

  10. 따끈따끈한 호빵이요

  11. No Image 20Dec
    by fallbaram
    2013/12/20 by fallbaram
    Views 83765 

    독백 (내 나름의 공부방식)

  12. “김대중 노무현 이름만 들어도이가 갈리는데 문재인이라니” - 국군 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의 심리전단(530단) 요원들

  13. No Image 20Dec
    by 민영엄마
    2013/12/20 by 민영엄마
    Views 1538 

    민영이에 대한 견해

  14. No Image 21Dec
    by 반달
    2013/12/21 by 반달
    Views 1538 

    << 질병의 진짜 원인을 알아본다 >>> 1. 멀정한 교수가 치매환자가 되고,

  15. 변호인....이 시대의 아픔

  16. 김대중 노무현의 멀때 행위

  17. 이런 역사를 아는이가 있는지?

  18. 지금, 청와대에서는 . . 2일전, 3일전, 4일전, 1주전, 2주전, 3주전 . . . http://www.youtube.com/user/cheongwadaetv/videos

  19. 젊은이! . . 김정은 동지는 . . 돌발사건을 일으킬수 있는 위험천만의 인물이다.

  20. No Image 22Dec
    by 바이블
    2013/12/22 by 바이블
    Views 1418 

    박정희 와 딸을 지지 하는 사람들은.

  21. No Image 22Dec
    by 시사인
    2013/12/22 by 시사인
    Views 1104 

    짐승들의 울부짖음

  22. 독재자 인명사전-다음에서

  23. 또 내가 보니-이런 도표가

  24. 똥물에 튀겨 죽일 놈과 년

  25. 내시열전

  26. 최 헌국 목사와 예수

  27. 즐거운 크리스마스 입니까? Happy Christmas, if War Is Over!

  28. No Image 24Dec
    by 반달
    2013/12/24 by 반달
    Views 2500 

    <<<  Happy Christmas Day To You! >>> * 말/글이 복을 부르기도 하고, 말/글이 독을 부르기도 한다. (말씀/말씨/말투의 철학) (글씀/끌씨/글투는?)

  29. No Image 25Dec
    by 반달
    2013/12/25 by 반달
    Views 1410 

    사랑해 ~ 대한민국, 사랑해 ~ 대한민국,

  30. 또 내가보니-제 1 단계 (반복과 팽창의 성경 이야기)

  31. 또 내가보니-제 2단계 (반복과 팽창하는 성경 이야기)

  32. 또 내가보니-반복하고 팽창하는 성경 이야기 제 3 단계

  33. No Image 26Dec
    by 열두지파
    2013/12/26 by 열두지파
    Views 1032 

    색동옷(6) - 줄초상

  34. 접장님과 Windwalker 님.

  35. 나의 삼육학원 채용을 절대적으로, 강력하게 반대한 목사

  36. No Image 27Dec
    by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3/12/27 by (사)평화교류협의회(CPC)
    Views 1419 

    [평화의 연찬 제94회 : 2013년 12월 28일(토)] 다문화사회 한국에 대한 이해와 한국인 되기

  37. No Image 27Dec
    by hm
    2013/12/27 by hm
    Views 1254 

    오늘 아침, 나에게 [감명과 가르침을 선물한 아름다운 '깊은생각님'의 '댓글'을 읽고 . . .]

  38. No Image 27Dec
    by fallbaram
    2013/12/27 by fallbaram
    Views 1326 

    또 내가보니-마지막 4 단계

  39. 개종과 개신

  40. 이 누리의 "김정은" ^^ 달수 님을 위하여

  41. 달수님의 글에 달린 댓글을 읽고

  42. 배시언 선생 책 내용과 관련한 시조사에 대한 아쉬운 마음

  43. 유대인의착각 기독교인의 착각 안식교인의 착각

  44. 달수님 단상

  45. [남대극/구약학박사] . . 교과해설 성소 13과 - 성소에서 얻는 권면 (놀라운 속죄/어린양의 피의 원리)

  46. 우리 모두 피해자

  47. 이 해(年)가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말(1)

  48. 오늘 교과공부를 하다가

  49. 새해에는

  50. 교회 청년에게 보내는 기별

  51. 아편전쟁의 패배와 중화주의.

  52. 옛날이 좋았더라

  53.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54. 지현이와 정원이에게 - 새해 아침의 간절한 바람

  55. 진실 케 하소서.!!

  56. No Image 01Jan
    by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4/01/01 by (사)평화교류협의회(CPC)
    Views 1570 

    [평화의 연찬 제95회 : 2014년 01월 04일(토)] ‘새해 벽두 분단시대를 넘어 통일을 바라보며’

  57. 하루 종일 들어도 질리지 않는 연주음악, B/e/c/a/u/s/e H/e l/i/v/e/s

  58. 예수 그리스도가 작사한, 내가 좋아하는 노래

  59. 내가 처음 주를 만난 날

  60. As the deer (타락해가던 이 게시판에도 복음성가가...)

  61. 들리는가 아직도 내가 그냥 서 있다.

  62. 아프리카보다 더 멀고 더 형편없는 가난-나는 부요하여 부족한것이 없다 하여도

  63. [신계훈목사님이 생각나서 . . .] [요한복음 세미나] 서론, 목적구성, 배경 2 - 신계훈 목사

  64. 안식일 일요일 그리고 마녀 사냥

  65. No Image 02Jan
    by 왈수
    2014/01/02 by 왈수
    Views 1477 

    PC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를 MP3로 녹음--내용 추가

  66.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더라-누가 누구를 말하는가

  67. 종북, 빨갱이 그리고 남은 자

  68. 요한의 숫자놀이

  69. Pure Heart .

  70. 티끌보다 작은 정신병자(?) 그대, 안녕하신가

  71. 새해에는 김원일 님을 비롯....

  72. 우리 시대의 거인

  73. 새해의 민초스다 신무기는? (미국, 북한 1시간 내 타격 가능한 신무기 개발) - 북한 김정은 동지에게 보내는 새해 서한.

  74. No Image 06Jan
    by fallbaram
    2014/01/06 by fallbaram
    Views 1019 

    각 시대의 대쟁투-율법과 은혜 (제 1부)

Board Pagination Prev 1 ...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