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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6 23:21

색동옷(6) - 줄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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벧엘을 뒤로 하고 우리진영은 다시 여장을 꾸렸다. 그곳에 머문 지 일주일 만이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할아버지가 계시는 헤브론이었다. 침체된 사기였지만 아버지의 고향을 향한 여행은 계속되었다. 풍파는 그치지 않았다. 우리는 뜻하지 않게 베들레헴 노중에서 또 다시 어머니의 임종을 맞았다. 어머니의 산달이 가까워 오며 우리 모두는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늦둥이를 바라보시는 100세를 훌쩍 넘기신 아버지의 기대는 남다르고 각별하였다. 노중이었지만 어머니가 바짝 산기를 느끼자 어머니들과 유모들은 발 빠르게 조산준비를 해나가기 시작하였다. 가설로 급조한 산실에는 어머니들과 유력한 하인산파가 들어가게 되었다. 해산을 위하여 어머니 일행이 들어가자 우리 진영은 흥분과 기대로 충만하여졌다.

 

동생의 순산은 우리 진영의 기세를 높일 것이었다. 비애로 점철된 일련의 과거들을 일거에 씻어낼 경사가 될 것은 자명하였다. 형들과 종들, 모두가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아버지와 나는 산실이 멀지않은 곳에서 잠잠히 기다렸다. 초조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지만 기대하는 울음소리는 쉽게 들려오지 않았다.

 

침묵의 시간이 지난 후에 여자 하인 하나가 아버지를 찾아왔다. 그녀는 난산이라고 귀띔하며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 하신다는 말을 덧붙여주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이윽고 아기의 힘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우 베냐민이 세상과 만나는 소리였다. 울음소리를 따라 일제히 함성이 울려 퍼졌다. 전 진영의 함성은 가라않지 않았고 아버지의 표정은 그 함성과 그대로 조화되고 있었다.

 

큰 터울의 아우를 보는 기쁨과 감격이 아버지의 얼굴에서 고스란히 배어나고 있었다. 아버지는 산실정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계셨다. 산고를 치룬 어머니를 빨리 위로할 심산이었다. 한참을 기다리다 조급해지신 아버지는 야전 산실로 다가가시고 나는 아버지 뒤를 바싹 따랐다. 웬일인지 산실 앞에는 목부장이 가로 막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조짐이 느껴지고 있었고 갓난아이는 산파의 손에 들려 밖으로 들려나왔다.

 

산파는 아이를 아버지에게 보이지 않았다. 산파의 돌출은 모두의 시선을 산실로 향하게 하였다. 모두의 주목과 때를 같이하여 울음소리가 들려나오기 시작하였다. 울음은 산실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이상조짐을 느낀 형들과 모든 권솔들은 산실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제야 산파가 아기를 안고 아버지 앞에 다가왔다. 그녀는 죄인이 되어있었다. 아버지는 산파의 말을 기다리지 않았다. 아버지와 나는 바로 산실로 다가갔다. 목부장은 아버지를 더 이상 제지하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 산실로 들어섰다. 어머니는 가느다란 숨을 남기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내 오열하기 시작하였다. 어머니는 나와 아버지를 번갈아 바라보셨다. 손을 허공에 저으시며 나를 부르셨다. 내 눈물은 뜨거웠다. 어머니의 마지막 박동을 보며 흐느껴 울었다. 한 손은 내가 잡고 한 손은 아버지가 잡았다. 우리의 울음과 어머니들의 울음은 함께 공명하며 밖을 향하여 나가고 있었다.

 

함성소리는 울음소리로 바뀌어 전 진영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산파도 아이를 맡기고 들어와 함께 울었다. 어머니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이를 보고 싶은 표정을 아버지가 이내 읽으셨다. 아버지는 아이를 데려올 것을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데려온 아이를 향해 ‘베노니’라고 간신히 부르셨다. 그리곤 아버지의 얼굴과 내 얼굴을 교대로 향하였다.

 

어머니의 마지막 남긴 말은 ‘요셉’이었다. 어머니의 잠긴 입과 감긴 눈은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버지의 흐느낌은 대성통곡으로 바뀌었다. 형들도 산실 앞으로 다가와 오열하기 시작하였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베냐민을 얻은 기쁨은 그대로 가려졌다. 세겜의 충격 이후 연이은 줄초상이었다.

 

아버지와 나는 많이 울었다. 상처 없는 생존은 없다 하지만 떠오르는 어머니의 역정은 고스란히 펑펑 쏟는 눈물로 이어졌다 어머니는 그날 나와 아버지를 번갈아 보시며 세상을 뒤로 하셨다. 객사하는 어머니의 파리한 시신은 그대로 내 심장 속에 박혀 들어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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