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14.01.08 11:38

축의금 만 삼천 원

조회 수 1418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축의금 만 삼천 원 -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허위적 올라왔다.

“철환 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amplt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수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 &amplt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ampgt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amplt민들레의 노래&ampgt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 먹기 위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수만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젯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 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 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ampgt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 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 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 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출처: 한국좋은글작가회(Daum Cafe)


  • ?
    Rilke 2014.01.08 12:14
    안녕사세요, 1.5세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어디에서 읽은글인데 여기에서 또 보아도 눈시울이 빨게 지네요.

    이민 첫세대 를 1세대
    이민 2세대를 2세대

    저는 수학으로 계산해 보니 1.37세대정도 되네요.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동정할수 있는 사람이 참된 그리스도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누가복음을 공부하는데, 누가가 조명한 예수님은 바로 위 이야기에 나오는 이들을 항상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서 이땅에서 공생애를 하신것으로 나옵니다.


    저와 남동생은 서울로 전학을 가서 큰아버지 집에서 지냈고, 큰누나는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둘째누나와 세째누나는 다른 면에서 중학교 다니면서 자취를 했고, 부모님은 시골에서 농사와 김양식을 하였습니다.

    의외로 사람들이 모르는데, 김양식은 수온이 낮아야 되기 때문에 겨울에만 합니다. 겨울이 따뜻하면, 김이 안됩니다. 그리고 바다에서 하기때문에 물때 (썰물, 밀물)를 잘 맞추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날들 추운새벽에 김을 하러 나갑니다. 추운겨울 새벽에 바다에서 김을 하면, 참 춥습니다.

    어머니는 서울에 왔다 갈때마다, 기차에서 계속 우셨다고 합니다.

    시골살림에 네집 살림을 하느라 너무나 힘들어서 하루는 아버지가 뒷산에 올라갔다고 합니다. 안좋은 마음을 먹고 올라갔는데, 차마 결심을 실천하지 못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고 내려 오셨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새 결심때문에 저희 5형제는 다들 사람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50 이 넘어서 교회에 들어와서, 지금은 장로로 열심히 봉사하고 계십니다. 저희 5형제는 다 장가 시집가서 잘먹고 잘살고 있고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점점, 부모님의 사랑과 희생이 얼마나 귀한것인지 다시 깨닿게 됩니다.

    아마도, 이야기는 달라도 우리의 이민 1세대 부모님들이 미국땅에서 그렇게 고생하면서 자식들을 키우지 않았나 싶습니다.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 ?
    1.5세 2014.01.08 13:07
    안녕하세요 Rilke님,
    이곳에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저는 한 1,75세가 되네요.
    맞아요, 우리 1세대 부모님들 같이 모진 인생을 살아온 분들은 세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것입니다.
    3년전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가 보고 싶습니다.
    생존 하셨으면 내일이 100세가 되시는 날인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29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78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87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78
14405 친박 비박의 싸움질 2 김균 2016.06.18 120
14404 친박 & 반박님들께 2 사막의오아시스 2012.03.29 2103
14403 친모 시모 장모님들께 바치는 글 - 불효자 4 fm 2012.05.14 3037
14402 친노 반노 비노...그대는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는가? 2 김균 2013.05.05 2285
14401 친구와 이별을 하며서 2 김종식 2013.06.04 2205
14400 친구와 원수 31 김주영 2015.09.03 495
14399 친구여 알란가 모르것다 1 김균 2013.12.12 1650
14398 친구야, 나… 기억을 잃어가 1 로산 2012.10.01 1168
14397 친구야 나의 친구야 잠 수 2011.02.03 1436
14396 친구라고 공언하던 자들... 1 산나무 2013.04.02 1696
14395 친구들이 부러워 해! 3 아침이슬 2014.08.01 754
14394 친구,친척과의 교제를 끊게 하시는 하나님 4 예언 2014.11.13 408
14393 친구 여러분! 필리페입니다.그동안 고마웠습니다. 10 필리페 2012.03.29 3611
14392 친(親)동성애 시장인 박원순, 9일 서울광장에서 동성애 축제 허용 1 게이 2015.06.08 267
14391 치유...??? 아~~~ !! 의미 없다 !!!! (이것도 무례한건가...??? 여러분들이 판단하시길...^^) 10 김 성 진 2016.07.20 337
14390 치사하고 쪼졸한 행동 16 필명 2011.05.03 2207
14389 치사하 개 2 푸른송 2012.05.26 2210
14388 치매의 단계 1 김균 2014.04.02 1037
14387 치과 의사의 종류 3 fallbaram 2014.03.13 1552
14386 치과 기공소 매매 Young Kim 2014.04.15 1474
14385 측은지심-등에다 총쏘는 자들에게 7 fallbaram 2014.12.18 611
14384 취미 1 file 박희관 2012.12.15 1189
14383 충청도 사람은 말이 느리다고? (퍼온글) 8 초록빛 2010.12.27 1995
14382 충암고 "휴대폰비 내는데 왜 급식비는 안 내나" 4 무니만 2015.04.06 220
14381 충성! 1 file 이동 2014.10.11 455
14380 충격적인 폭로 또 하나 나왔읍니다 1 file 갈릴리 2014.05.16 900
14379 충격적인 뉴스 ------ 바티칸과 에얼리언 2013 vatican 2015.06.07 233
14378 충격적인 글 2 펌글 2012.05.01 1896
14377 충격, 6분이면 전원구조 가능했다, '' 세월호침몰 영상공개 진도 앞바다 2014.06.08 1100
14376 충격 속보] mb 아들 이시형 5 속보 2015.09.21 465
14375 충격 그 자체 미국 CIA도 구입해 읽는다는 김진명의 사드 6 대표 2016.02.14 162
14374 충격 - 이명박의 숨겨진 아들에 대한 기사 전문 햇빛 2011.08.10 6681
14373 춤추라 (잠수님 이곳으로 출석했숑) 15 김기대 2010.12.06 3030
14372 춤추는 삼위일체--오메 신나붕거: 삼위일체가 흑인인 거 몰랐지?--그리고 성령이 여자인 것도 몰랐지? 3 김원일 2012.12.22 2214
14371 춤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 7 둥근세상 2010.12.14 2054
14370 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 여목사와 춤추던 날—우리가 서서 섹스하지 못하는 이유 2 김원일 2010.12.15 4076
14369 출애굽과 십자가의 의미 6 김운혁 2014.03.18 1279
14368 출석도장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바다 2010.11.14 6919
14367 출생의 비밀 2 fallbaram 2014.12.16 574
14366 출산율 ‘최저’…“30년 뒤 도시 80개 소멸” 요셉 2016.07.24 72
14365 출교 좀 시켜 주라 김균 2013.12.01 1360
14364 춘화도 로산 2013.01.07 5245
14363 축하합니다. 2 1.5세 2010.11.12 7470
14362 축하합니다. 5 잠 수 2010.11.17 1583
14361 축하를 하면서.. 3 바이블 2010.11.12 5333
14360 축자냐 사상이나? 5 fallbaram. 2015.04.05 289
» 축의금 만 삼천 원 2 1.5세 2014.01.08 1418
14358 축구하는 사람은 야만적인 사람입니다 2 예언 2014.12.15 549
14357 축구장 키스타임, 마지막 반전이 죽여줍니다 change 2015.05.18 221
14356 축 백일 - 민초스다 11 1.5세 2011.02.22 2662
14355 추천좀 해 주십시요. 우리도 언젠가 처할수 있는 일 입니다 3 누구나 한번은 2014.09.09 464
14354 추적60분 막내PD 징계통보에 "KBS는 쑥대밭" 유머 2011.01.13 1960
14353 추적 60분 1150회 - 세월호 실종자 가족, 멈춰버린 1년 팽목항 2015.12.10 71
14352 추잡한 교인...원인을 알고보니 허걱... 7 예언 2015.06.10 239
14351 추위는 저 멀리 - 용설란의 꽃을 바라보며 ------------------------------------------ 잠 수 2011.02.20 2563
14350 추워요. 2 울림 2015.11.28 116
14349 추억의 엘범을 넘기며 = 엘비스의 노래를 부른다. 1 잠 수 2010.12.29 1526
14348 추억의 세시봉 잔잔한 노래 36 곡 이어듣기 3 잠 수 2011.02.23 10591
14347 추억의 노래 섬마을 선생 2012.02.20 1112
14346 추억 명곡 베스트 / 가만히 가사에 귀 기울여 보세요 serendipity 2014.06.18 953
14345 추악한 성전-십자군 전쟁 다시 보기 1 로산 2012.12.04 1711
14344 추수감사절 여행 아침이슬 2015.11.29 114
14343 추수감사절 다음 날 (59에서 사진 추가) 1 아기자기 2015.11.28 144
14342 추수감사절 2011년 9 1.5세 2011.11.24 1125
14341 추수 감사절 인사드립니다. 3 막내민초 2015.11.25 91
14340 추수 감사절 2 1.5세 2010.11.24 1658
14339 추석날의 추억 한 토막 12 추석 2015.09.24 181
14338 추석날 아침 우리 집 식탁에 [8] 3 탐방 2014.09.09 603
14337 추석 명절입니다. 지가 만든 송편좀 드세요 ~~ 2 푸른송 2012.09.29 1380
14336 추석 명절을 맞이하며 3 1.5세 2012.09.28 1607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