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 같이
장도경
묵은 껍질을 벗기고 추위에 내어놓음이
더 새롭고 단단한 껍질을 얻기 위한
주인의 사랑임을
알게 하소서
지난 한해
향기로운 열매를 맺었던
그 충실한 가지들을
싹둑 싹둑 잘라버릴때
아파하지만 말고
열매는 새것에서만 열림을
이제는
알게 하소서
손바닥 같이 넓은 이파리들을
힘껏 하늘향해 벌리고
빛줄기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쓸어담아
달디단 열매를 맺으려하는
포도나무의 기도가
우리의 기도가 되게 하시고
줄을 쳐놓은 방향을 따라
가장 부드러운 가지의 끝을 뻗어
이웃과 손잡고 한 이랑의
푸른 벽을 이루듯이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그 한줄을 따라
올해도
옆자리의 사람들과
진정 부드러운 몸짓으로
사랑의
푸른 벽을 이루게 하소서
그래서
여름햇살이 수그러지는 어느날
뙈약볕에 지쳐서 수그러진
이파리 속에 숨겨 있던
열매들이 나타날때에
나를 닮은 한알이 아니고
하나님과 이웃을 닮은
한송이 탐스러운
한해가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