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노무현이 불편하다

by 시사인 posted Feb 03, 2014 Likes 0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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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노무현이 불편하다

2014/02/04 02:09 솔내음


전직 대통령들의 세배 받는 모습을 비교한 사진들이 많이 돌아 다닌다.
박정희는 서서 세배를 받고, 노무현은 함께 세배를 한다.
두 사람의 성품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진이다.
한 눈에 봐도 박정희는 거만한 독재자의 모습이고, 노무현은 참 좋은 동네 어르신이다.

윤진숙이 기름 범벅이 된 바다에 가서 코를 막고 남의 속 긁어 내는 소리를 하자 이번에는 노무현이 태안기름유출사고 당시 현장에 들러 피해 주민들 다독이는 동영상이 돌아 다닌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고 지금이라도 다시 살아 와서 우리 곁에 있어 주면 참 좋겠다 싶다.

벌써 5년째 이러고 있다.
이명박이 박근혜가 별의 별 뻘짓을 할 때마다 노무현이 등장해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하며 호통을 친다.
살아 있을 때는 "모든 게 다 노무현 탓" 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노무현이 곧 성경이요, 코란이요, 논어다.

인정한다.
노무현은 역대 모든 대통령 가운데 가장 인간적이었고 상식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노무현이 불편하다.
죽은 노무현 말고 죽은 이후에도 이리 저리 불려 다니며 이명박근혜가 얼마나 저열한 인간인지 증명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어 함부로 소비되는 노무현이 불편하다는 소리다.

이미 이명박근혜가 얼마나 지랄인지 다 알고, 인간 노무현의 죽음에 대해 애통해 하며, 대통령 노무현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긍정적인 평가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끼리 "노무현은 이렇게 좋은 대통령이었어요" 라며 서로를 위무하는 일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 두해도 아니고 벌써 5년째 이러고 있다는 건 우리에게 노무현 말고 아무런 무기가 없는 비겁하고 무능한 사람들임을 보여주는 것 같아 심히 창피하다.

노무현을 불러내서 방패로 삼아 저들을 조롱하는 일이 되려 노무현에게 상처를 주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노무현 뒤에 숨어 싸우는 비겁한 행위는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부디 우리 실력으로 저들과 맞서자.
저들은 굳이 노무현을 불러내서 대비시키지 않더라도 충분히 저열하고, 우리는 굳이 노무현 뒤에 몸을 숨겨야 할 만큼 비겁한 건 아니지 않은가.

노무현은 대통령으로 아니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 부터 제 역할 다 했던 사람이다.
이제는 좀 쉬어도 된다.
충분히 그럴 자격 있는 사람이다.

(오마이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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