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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5 21:42

색동옷(9)-명불허전

조회 수 973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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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형제의 대화는 실감이 넘쳤다. 형제의 회상은 가문의 내력으로 이어갔다. 증조부 아브라함 이야기로 이어지고 대화는 큰 아버지가 이끌어갔다. 형제 나이 15세에 증조부 상을 당했다. 풍운의 삶을 살았던 증조부의 부재는 가문의 추락과 같았다. 천수를 다한 예견된 호상이었지만 살아있는 자들의 상실감은 예상 이상이었다.

 

상주는 이삭, 이스마엘 조부였다. 이스마엘 조부는 아버지의 객담에서 듣던 이름이었다. 빵 한 조각 물 한 병 가지고 쫓겨났던 한 많은 서자의 참석이었다. 역마살 많은 생애의 아픔을 뒤로 하고 한달음에 찾아온, 무심한 아버지의 초상이었다.

 

강호 족장들의 조문이 이어진 끝에 증조부는 막벨라굴에 안치되었다. 가족묘인 막벨라굴은 우리가 지나온 헤브론 산기슭에 있었다. 그곳에는 사라 증조모를 필두로 증조부, 리브가 할머니가 매장되어 있었다. 증조부는 수를 다하였지만 그 기운은 가문 속에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 이름은 불사의 이름이 되어 여전히 공동체의 기상을 이끌고 있었다.

 

브엘세바는 풍요로운 성읍이었다. 이름 모를 과일 나무가 넘쳐났고 잘 개간된 곡창지대는 끝없이 펼쳐졌다. 평평한 지대 끝자락에 할아버지의 집이 드러났다. 할아버지의 집은 가파른 산언덕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계신 곳은 단순 가택이 아니었다. 고도에 세워진 위용 있는 성채였고 성읍안의 또 다른 성읍으로 격리가 되어 있었다. 할아버지 가택을 가솔들의 군락이 겹겹이 자리 잡은 형세였다. 지세를 이용한 난공불락의 성채였다.

 

할아버지는 눈물로 우리를 맞았다. 집 주변은 봉화로 밝혀졌고 할아버지 옆은 노복들이 그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 앞에 부복하여 그 발을 잡고 울었다. 눈물의 성격은 달랐다.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렸고 아버지는 피눈물을 흘렸다. 지순한 눈물과 통한의 눈물이 엉켜지고 있었다. 성성한 백발의 부자는 부둥켜 안고 한 없이 우셨다. 부자의 울음은 방성대곡으로 변하였다. 나도 울고 우리 형제도 울었다. 용사들도 울고 노복들도 울고 모든 가솔들이 울어대었다. 산천도 울고 초목도 울고 방문온 주변 촌장들도 울었다. 우리의 울음은 곡소리가 되어 계곡마다 메아리치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거동은 많이 불편하였지만 그 얼굴에는 지엄함이 서려있었다. 명불허전이었다. 아버지는 우리를 세워 할아버지에게 큰절을 시키셨다. 젖먹이 베냐민을 제외한 우리 형제 열 한명은 일렬에 서고 다음 열은 어머니들과 충복들이었다. 아버지 형제 우리 모두와 함께 큰절에 가담하였다. 우리 형제는 말로만 듣던 할아버지 존전 앞에서 처음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쫓기듯 살아오다 대갓집 가문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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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관. 2014.02.06 12:50
    어릴때 동네 초상집 에서 봤을법한 풍경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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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두지파 2014.02.07 23:20

    초상집 울음과 이산가족 상봉 눈물은 영 성질이 다르지요. 야곱의 눈물은 온갖 사연 담은 진득한 눈물일 것입니다. 스스로 사서 만든 비탄의 길. 멀쩡한 가족과 떨어져 보낸 험악한 세월.

    그 뭉친 회오감에 독수공방을 감수하는 의연한  의인 아버지가 보였습니다. 교감하고 편애하던 어머니의 빈자리도 보였습니다. 미어져오는 가슴 속 통회로 함지박으로 눈물 쏟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야곱은 그런 상처 많은 자신의 삶이 더 축복된 삶이었다고 요셉에게 토로하지요. “네 아비의 축복이 내 부여조의 축복보다 나아서”(창49:26) 야곱은 저열한 속성을 많이 보였지만 누구보다 강렬한 믿음을 소유한 부조였습니다.

    야곱은 보통 인생들과 눈높이가 맞습니다. 바닥 삶이 이해할 수 있는 친근한 의인입니다. 응원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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