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조금만 더...

by 청자 posted Apr 10, 2014 Likes 0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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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같지 않다.

오늘 출근을 하면서 딸아이와 대화를 한다.

딸아이 중학교와 직장이 같은 방향이라서 딸 아이는 3년간 아빠와 같이 줄근하는 샘이다.

 

* 나 : 넌 행복지수가 몇 정도 되니?

* 딸 : 글쎄요. 한 70 정도??

* 나 : 생각보다 높지 않구나! 나는 90 정도 되는데..

 

* 딸 : 저는 솔직히 왜 사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 나 : 맞는 말이다. 아빠도 너 나이쯤 그 이유에 대해서 많이 궁금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질문에 대해서 어느 정도 해답이 나왔다고 본다.

 

나를 위해서 사는 삶은 그저 공허할 뿐이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고민하는

삶이 오직 행복에 다가갈 수 있단다. 하지만 지금 너 나이에서는 사실상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보다는 너 자신 하나만 보면서 살 수밖에 없단다.

그러니 당연히 왜 사는지 이유를 알기 힘들고 만족하기도 힘든 거란다.

 

현재 부유하고 가난하고를 떠나서 내가 말한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사실은

행복 또는 만족할 수 있는 능력에 도달하기 힘들다.

너가 좀 크면 아빠의 말을 이해할 날이 올 거야~!

 

요즘도 직장에서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점심시간에 (조퇴를 하고)

둘째누나 집으로 가서 혼자 누워 계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강남 논현역에 있는

피부성형과(레이져 시술) 개인병원으로 달려 간다.

 

누나 집으로 가는 시간 30분, 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가는 시간이 50분 남짓,

초음파인지? 무슨 ~선인지 열치료 받는 시간이 50분 남짓, 그리고 다시 모시고

누나 집으로 모셔다 드리는 시간이 40분 그리고 다시 직장으로 날아 오는 시간이 30분

 

다 합치면 3시간이 넘는다. 점심은 대충 김밥으로 때우고 달려도 늘 허득인다.

가장 힘든 것은 일단 직장에서의 눈치다.

내가 아랫사람으로 있는 상태에서도 힘 들겠지만, 팀장으로 윗사람 위치에 있으면서

아랫사람들에게 솔선수범이 되어야 하는 마당에 매일 점심 시간에 3시간이 넘게

넘나들어야 하니 아랫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는가??

 

나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밑에 사람들이 나태하게 행동하면서 당신도 그랬지 않냐고

대 놓고 덤비지는 않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 그런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말 마음이 불편해 진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또 한가지.. 정말 싫은 것은 차를 끌고 강남에 가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왜냐하면 강남이란 곳이 상습 정체구간이 많으며, 또한 끼어 들어야 하는 곳이 많다.

그런 곳에서는 어김없이 날치기로 끼어드는 놈들이 많으며 그 가운데 나 역시 갈등을 한다.

그런 것이 싫다. 나도 끼어들기를 잘 할 자신이 있지만, 도덕상 그렇게 못하겠다.

 

이런저런 눈치를 보면서 강남을 오가면 그 피곤한 것이 말로 할 수가 없다.

하루도 힘든데 매일...매일... 그러니까 어머니 병이 나을때까지 가야 하니

마음 한구석에 왜 불편함이 없겠는가?!

 

그래도 이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안 가고 싶다고 돌아갈 수도 없다. 내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직장에 사표라도 내고 메달려야 할 어머니이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

 

문제는 어머니의 태도이다. 내 이런 마음을 안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어머니 마음은 전혀 딴 세상에 머물러 있다.

하루 종일 아파트에 있다보니 잠시 막내 얼굴도 보고 드라이브도 하고 싶고..

그러다가 치료 효과가 있어서 조금 병이 나면 더 좋고.. 하는 마음이다.

 

늘 치료를 할 때마다 덜 아픈 쪽으로 선택을 하고, 간호사나 의사가 열 치료기로

더 많이 하고 가라고 해도 뜨거우니까 이만 하겠다고 피해 버린다.

내가 모든 것을 접고 3시간을 죽으라고 달려 와서 고작 30-40분 치료 받는데,

10분만 더 참고 가자고 해도 어림도 없다. 그냥 벌떡 일어나 버린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어머니께 직언을 했다. "어머니.. 아빠가 낸 500만원이 아깝지 않으세요?

조금만 더 참고 치료를 받아 보세요."

 

어머니께서는 아버지께서 낸 그 500만원에 대해서는 사실상 무가치하게 느끼셨다.

내가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제 어머니 연세가 83세...

지금 건강도 좋지 못하고 앞으로 사셔야 5년 버티기 힘든 상태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500만원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막내가 눈치보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뭐 그렇게 미안할 것이 있겠는가?

눈치 볼 것도 없다. 섭섭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역시 내가 받아 들여야 하는 숙명으로 느껴졌다.

 

어머니를 모시고 도시를 왔다 갔다 하면서 창밖을 보면서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그리고 병약한 막내를 살려 보려고 불덩어리를 무릅에 올려 놓고 밤새 한숨도 못 주무시는

어머니 모습이 문득 떠 오른다.

지금 내가 하는 것이 무슨 고생이겠는가?!

 

어머니께서 나를 키우시면서 얼마나 많은 사랑을 쏟으셨는데...!

어제는 병원 의사(원장)가 한소리 하셨다.

"내 딸과 아들은 둘 다 의사를 하고 있는데, 사실 1년에 1-2번 얼굴 보기 힘든데

자네는 참으로 엄청난 효자야~! 자네 누나들도 뻔질나게 오는 걸 보면 자네 집안이

다 효자야~!"

 

어쩌면 당연한 소리로 들렸다. 만약에 내 아버지께서 나를 의사나 교수로 만들었다면

나 역시 그들처럼 대충 1년에 1-2번 들르지 않았겠는가?!

돈 많은데 뭐가 아쉬워서 부모님께 자주 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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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에는 오후에 휴가를 내서 어머니를 모시고 안과를 갔다.

연세가 높으면 어떤 진료와 치료가 무의미 해진다.

약이 없다.

 

그냥 치료하고 약 받으면 그만이다.

(맨 오른쪽에 하얀 옷 입은 사람이 막내 누나..)

이왕 나온 김에 어머니를 모시고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핀 곳을 둘러서 산책을 했다.

 

기력이 다 해서 지팡이를 잡고도 몸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 모든 삶 자체는 '시한부 인생'이 아니겠는가?!

어머니도 나도.. 내 자식 역시 조금 많이 남았다고 해도 언젠가는 죽는다.

 

죽음 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살아 있을 때에 (숨 쉬는 순간마다) 나 자신보다는 주변사람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 또한 어머니처럼 움직이기 힘든 상태가

되기 이전에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에 열심히 움직이면서 활동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 순간...

나는 가장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늘 몸살나게 움직이면서 뛰어야 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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