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시민들이 제2차 만민공동회를 열었다. 경찰은 청와대로 이동하려는 시민들을 광화문 인근에서 막았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과 기자 다수가 경찰에 의해 포위, 감금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만민공동회 참여 시민들과 합류하려던 시민들 일부를 연행하기도 했다.

18일 오후 3시부터 청계광장에서 시민 2000여명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만민공동회 자리에 참석한 500여명의 시민들은 행사를 마친 뒤 청와대 앞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이 청계광장을 포위한 채 이동을 제지하면서 시민들과 경찰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시민들은 “길을 비켜라” “기자회견 하러 이동 중인 데 왜 막냐”고 항의했고 경찰은 집회가 신고한 목적에 벗어난다며 3차례에 걸쳐 해산명령을 내렸다.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경찰들에게 “사법처리할 수 있게 하나 하나 다 채증하라”고 명령했다.
 
  
▲ 만민공동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위해 청와대로 이동하는 것을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만민공동회 측은 청와대로 가는 길이 막히자 광화문 앞으로 기자회견 장소를 변경하고, 각자 흩어져 기자회견 장소로 이동했다. 하지만 경찰이 곳곳의 길목을 막아서면서 경찰과 시민들 간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50여명의 시민들이 기자회견 장소인 광화문 앞으로 모여들었으나, 경찰이 이들을 포위하면서 기자 10여명과 시민 10여명 등이 광화문 앞에서 약 30분 간 고립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 만민공동회 후 광화문 앞으로 이동하는 시민을 경찰이 막아서자 시민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이 과정에서 기자들은 경찰에게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포위망을 풀라고 요구했으나 경찰들은 오히려 포위망을 좁히며 기자와 시민들을 위협했다. 본 기자 역시 여러 차례 신분을 밝히며 책임자에게 기자들과 시민들을 감금하는 이유를 물었으나 경찰은 대답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가 맞는지 모르겠다. 기자들까지 감금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도 “어이가 없다. 나가려는 사람들까지 막아서고 비켜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광화문 앞에 취재하러 온 기자들이 경찰에 막혀 나가지 못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30분이 지난 후 경찰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포위를 풀었고, 만민공동회는 그제야 광화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 있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자 경찰은 5차례에 걸쳐 해산 명령을 내렸다. 만민공동회는 여러 차례 충돌 끝에 ‘5.24 박근혜 퇴진 공동행동의 날’을 제안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 만민공동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광화문 누각 앞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하지만 오후 6시 경부터 청계광장에서 광화문 앞으로 침묵행진을 벌이던 세월호 추모행진 ‘가만히 있으라’ 참여 학생과 시민들은 경찰들에 의해 동화면세점 앞에서 가로막혔고, 이 과정에서 오후 7시 반 경 대전에서 상경한 시민 송아무개씨가 1차로 연행됐다. 이들은 침묵행진을 보장하라며 동화면세점 앞과 광화문 역 앞에서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시민들은 이순신 동상 앞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하며 경찰과 대치를 이어갔고, 이 과정에 오후 9시 경 2차로 시민들 16명이 연행됐다. 

  
▲ 18일 오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동화면세점 앞에서 경찰들에 의해 가로막히자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가만히 있으라’ 시민들은 “연행자를 석방하라”며 이순신 동상 앞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은 오후 10시 경 다시 시민들에 대한 연행을 시도했다. 경찰은 “일반(순수) 시민들과 기자들은 밖으로 나가라”며 밖으로 나가지 않은 기자들도 밖으로 끌어냈다.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이끈 용혜인씨가 서울 서부경찰서로 15명 등과 함께 이송됐고, 혜화경찰서에도 30여명이 이송되는 등 총 65명의 시민들이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경찰 방송에서 계속 “범법자들 전부 다 채증해” “채증 마쳤으니 하나하나씩 다 연행해” “차분히 한 명씩 다 연행해” 등의 명령이 흘러나왔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경찰들을 향해 “기자들 다 나가면 여기서 무슨 짓을 하려고 기자들 다 나가라고 하냐. 여기서 사람 다쳐도 취재하지 말라는 거냐”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그 와중에 한 외신 사진기자는 신분을 확인했음에도 취재를 막고 왕래를 못하게 하다가 경찰과 언성을 높이던 중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구로경찰서까지 연행됐다가 풀려나기도 했고 뉴스시 고 모 사진기자는 경찰에 의해 폭행당하는 장면이 사진기자들에게 찍히기도 했다. 11시 현재 남은 시민들은 전원 연행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연행자 수는 총 95명(남 58, 여 37명)이다. 

  
용혜인 학생이 연행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쳐
 

  
▲ 경찰이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연행자 석방을 주장하는 시민들을 연행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