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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 시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세월호 참사 직후, 한 모임에 나갔다가 들은 말이다. “너라면 어떻게 했겠니?” 마침 40대 중반의 가장이 몇 앉아 있었는데, 하나같이 십대 자녀들에게 물어보았다는 것이다. 어린 아들딸에 대한 아버지들의 충고 또한 서로 다르지 않았다. “어른들 말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된다.” 아이들이 어른의 말을 들으면 죽는 사회. 세월호 사태의 한 본질과 마주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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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9일이 그냥 넘어갔다. 혁명 기념 마라톤대회도 하지 않았다. 대신 종합강의동 1층 게시판에 대자보가 나붙었다. 지난 연말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는 대자보가 붙어 있던 자리였다. 하루가 다르게 노란 스티커가 늘어났다. 학생들이 서명을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정외과 학생회에서 ‘죽은 대학교육의 사회: 우리는 왜 대학에 다니는가’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공고했다.

교양학부 선생 몇이 학교 앞 생맥주집에 모였다. 4월16일 이후, 강의실에 들어가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하던 선생님들이었다. 세월호 사태 이후 학생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고 반복한 승무원이 바로 우리들이 아니었던가 하는 자책이 들었던 것이다. 교양 교육을 쇄신해 탁월한 개인, 성숙한 공동체의 시민을 길러내자고 다짐했던 선생님들이 다가오는 스승의날을 반납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세월호 사태의 근본 원인이 교육에 있다는 문제 제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강사, 강의전담교수, 전임교수 등 구분을 두지 않고 모든 교수자에게 뜻을 묻기로 했다. 50여명만 동참해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190명이 서명했다. 400여 교양학부 교수자 중 절반 가까이 서명을 한 것이었다.

가정법을 동원해야 하는 경우처럼 절망적인 경우도 없다. 만약 교육이 교육다웠다면, 만일 대학이 대학다웠다면, 그래서 지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시민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면, 2014년 봄날이 이토록 캄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도와 추모가 이토록 암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분노, 우울, 허탈, 절망이 이렇게 무기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교육, 교육의 문제였다. 국가와 정부의 무능력을 질타하는 것은 물론 정당하다. 정치권과 기업, 언론의 파렴치를 비판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싶었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환기하고 싶었다. 교육의 위치와 역할을 재확인하고 싶었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 교육의 기반도 함께 침몰하고 말았다. 어른의 말을 들으면 죽는 사회, 어른의 말을 거슬러야 살아남는 사회는 교육이 불가능한 사회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어른의 말에 논리와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어른, 미래의 어른을 길러내는 것 아닌가.

산업화 이후, 이른바 민주화를 이뤄냈다고 하는 우리는 벌써 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두 번에 걸쳐 ‘종합 검진’을 받았다. 수많은 처방전이 나왔고, 많은 이들이 동의했다. 하지만 그때뿐. 우리는 더 빠르게 악화됐다. ‘돈의 논리’라는 바이러스의 위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이번이 세 번째다. 그야말로 모든 부조리와 모순이 드러난 총체적 위기다. 정권이 주도하는 국가 개조로는 이 난국을 벗어나기 어렵다. 국가를 도구화하는 기업과 시장이 스스로 방향을 전환할 리도 만무하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어떤 문제를 일으킨 사고방식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혀 다른 성찰과 상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이고 장기적 관점을 공유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교육의 혁신이다.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최선의 애도가 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이고, 미증유의 사회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길 또한 교육을 혁신하는 일이다. 애도가 개인적 우울로 전락하지 않고, 치유가 정치적 전략으로 둔갑하지 않으려면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공감하는 인간, 협동하는 사회로 가기 위한 전환점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이번이세 번째 기회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세 번째가 대개 마지막이라는 사실이다

 

                                                                                          <경향신문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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