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종말론

by 단기필마 posted Jun 12, 2014 Likes 0 Replies 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리 집은 두번씩이나 입산했다가 탈탈 털어먹고 알거지가 되어 하산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직도 산속에 들어가서 우물파고 자급자족하며 야고비환란을 준비해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으신다.

돈이 없어 땅한평 못사는 처지가 차라리 잘된일인지도 모른다.

 

내가 삼육중고등학교 다니던 1980년대는 종말론의 시대였다.

신용카드나 바코드 등 새로운 경제활동의 아이콘은 여지없이 666 짐승의표 후보로 올랐다.

 

서기 2000년도라는 해는 이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그 전에 예수재림한다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목사들이 많았다.

 

1999년도가 저물어가자 일각에서 밀레니엄버그로 전세계 은행 전산망이 오류를 일으키고

항공기 선박 철도가 전산망 오류로 충돌하고

프로그램된 핵무기가 저절로 발사되어

지구종말이 온다고 겁주는 소위 밀레니엄버그 장사가 기승을 부렸다.

내가 일하던 회사에서도 상당한 금액을 들여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시켰다.

솔직히 나는 2000년 종말설을 믿진 않았지만

일말의 불안감 내지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키리바시인가 투발루인가 남태평양 군도의 어느 섬.

2000년 1월 1일 밀레니엄 일출을 가장 먼저 맞기 위해 날짜변경선마저 옮겨버린 그 나라에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tv로 지켜보면서

역시나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동편 하늘에서 손바닥만한 구름이 떠오르고

거기에 예수님이 타고 계신...

그 장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0년 하고도 14년이 지난 지금

종말론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묻고싶다.

 

입산과 하산. 666. 밀레니엄버그.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사랑하자.

이 교의를 거스리는 모든 것은 이단이다.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