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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정희진의 어떤 메모



<근대성의 구조>, 이마무라 히토시, 이수정 옮김
민음사, 1999



정몽준과 고승덕. 두 사람은 지난 두 달간 무엇을 상상하더라도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이 주는 자극을 감당할 수 없을 무렵 선거운동은 끝났다. 한 사람은 딸의 호소 이후 사퇴할 줄 알았는데 “공작 정치”라며 일 년 반 뒤에 재선거가 있을 거란다. 7선 의원은 2002 월드컵 심판 매수설에 대해 “사실이라면 그것도 내 능력”이라고 말했다. 부패도 능력이라는 가치관이 얼마나 진심이었으면, 술자리 농담으로도 위험한 말을 공식적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말할까.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그들은 성공이라는 ‘시대정신’의 교주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선망하고 동일시한다. 존재가 의식의 토대가 되지 못하고 욕망이 의식을 지배하는 세상이다. 출세, 행복, 건강이 종교인 시대에 ‘자본주의 정신’ 같은 영혼은 사라진 지 오래다.


누구나 피선거권이 있지만 교육 관련 경력이 없는 ‘주식 투자 전문가(고승덕)의 교육감 출마’는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벌이 시장이 되면, 고시 합격자가 교육감이 되면 유권자도 그렇게 되는가. 욕망이 대의제를 대체하고 있다. 매번 50% 중반을 넘지 못하는 투표율은 정치 무관심이라기보다는 대표성 없는 대의제에 대한 대중 스스로의 의문과 혼란의 반영이 아닐까.


주지하다시피 자본주의(근대성) 체제는 역사 전체로 보면 짧은 기간이지만 인간 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근대성 개념을 소개한 책들이 많지만 이마무라 히토시의 <근대성의 구조>는 평이한 서술 방식의 입문서로 읽기 편하다. ‘앤서니 기든스 류’보다 조리가 있는데, 이는 일본 인문학 특유의 ‘원본(서구)’을 초과 모방하는 성실성의 결과일 것이다.


근대성의 가장 큰 특징은 직선적 시간관과 인간의 능력에 대한 무한한 믿음이다. 이 책은 이 두 가지 개념이 의미하는 바를 ‘중립적’으로 설명한다. 불굴의 의지는 최고선이 되었다. 단수(單數)의 시간의식에 근거해 다양한 조건과 지역의 삶은 부정되고 가장 선진적 인간의 “하면 된다”는 정신(2장, 3장). 책의 부제인 ‘기획에서 시도로’는 “저 높은 곳을 향해야만 한다”는 뜻이다.(88쪽) 이러한 근대적 제작성에는 필연적으로 자연 파괴와 ‘미개’ 지역에 대한 침략(“문명화 사명”)을 포함한다.


현대사회에서 성공하는 인격은 경조증(가벼운 들뜸 상태)에 낙천적인 사람이다. 의욕과 활기는 경쟁사회를 작동시키는 필수 장치다. 성공하려면 사교적이고 단순 발랄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고뇌와 죄책감, 생각이 많은 사람은 잘돼야 예술가고 대개는 부적응자로 간주된다. 우울은 자본의 적. 고통과 슬픔은 생산과 소비에 치명적이다. “그 사람은 언제나 웃어”, “언제나 열심이야”가 칭찬인 이유다.


문제는 지나치게 열심인 사람들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시도한다. 진보진영이나 여성주의자의 경우 독선이 추가된다. 최근 ‘~ 사회’라는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 두 가지가 더 필요하다. ‘뻔뻔한 사회’, ‘셀러브리티 사회’. 막말이든 표절이든 일단 ‘뜨면’, 미디어에 이어 돈과 명예가 따라온다고 믿는다. 이는 선거 출마의 계기나 발판이 된다.


‘세월호’의 원인이 신자유주의라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 구조는 이미 개인의 몸에 있다. 이 참극은 뻔뻔한 캐릭터들이 떵떵거리며 산 결과다. 사회는 후안무치한 인간이 강한 사람이라고 ‘합의’했고 면책 특권을 부여했다. 이들이 ‘저 높은 곳을 향해’ 과적(過積)한 “적폐(積弊)”가 무너지면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 몇 배의 사람들에게 평생을 지고 갈 고통을 떠넘겼다.


근대 초기의 인간성, 즉 백인 남성 중심 개념인 합리성과 부르주아 도덕성마저 사라졌다. 이제 긍정적 사고방식은 죄의식을 느끼지 않음을 의미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보편적 윤리가 아니라 약자가 사는 방식이 되었다. 자신감이 지나친 사람은 위험하다. 지금 우리의 상처는 수치심을 버린 자들이 휘두른 자상이다. 인사불성(人事不省) 상태에서 부끄러움 없는 사람의 활기는 흉기다. 이들을 견제하는 것이 민주주의요 트라우마 시대의 치유 방식이다.


정희진 여성학 강사



출처: 한겨레신문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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