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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13 18:35

하성란 소설가

소설 합평 모임에 참석한 지 반년이 되었다. 지난주에는 편의점 알바를 하는 여고생의 이야기를 읽었다. 새벽까지 알바를 하는 통에 정작 공부는 뒷전이다. 여고생이 남자친구에게 묻는다. 다시 태어나면 바뀔까?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니아니, 다시 태어났는데도 아빠가 또 택배 배달원에 엄마가 또 김밥 아줌마면 어떡해? 또 편의점 알바가 되면 어떡해? 또 너처럼 세탁소집 아들을 만나면 어떡해?”

여고생과 어머니의 알바비는 최저임금 선일 테고 택배 한 건당 수입이래야 칠팔백원 정도일 테니 가족의 한달 수입이 얼마일지 대충 계산이 된다. 바듯하게 한달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쥐꼬리만한 수입이라고 일을 쉴 수는 없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으니까.

한 목회자가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아이들에게 “가난한 집 애들이 설악산이나 경주 불국사로 수학여행을 가면 될 일이지, 왜 배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배가 가라앉는 동안 아이들을 한명도 구조해내지 못하는 정부를 향해 울분을 토하던 학부모가 떠오른다. 강남 학교 애들이라면 이렇듯 보고만 있었을까요? 무능한 구조작업에 화가 나서 나도 그렇게 외친 적이 있다. 그래도 설마 목숨까지 차별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었다. 이렇듯 가난을 무능으로 가난하다고 업신여기고 얕잡아볼 줄은 몰랐다.

요 며칠 막내 동생은 안절부절못했다. 소식이 끊긴 친구가 떠올랐는데 그 친구가 바로 안산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친구에게 아이가 둘 있는데, 아무래도 그 아이들이 이번 사고의 희생자인 단원고 아이들 또래인 것 같다고, 나도 알고 있는 친구였다.

집을 팔고 낯선 동네로 이사하던 30년 전이 떠오른다. 공단이 가까운 곳에 있어 동네 이미지도 공단과 연결되었다. 부모들은 맞벌이라 저녁까지 골목에는 아이들만 있었다. 학교가 먼 나와 둘째와는 달리 초등학생이던 막내는 동네 학교로 전학해 새 친구들을 사귀었다. 그 친구 중 하나였다.

가끔 그 친구들의 소식을 들었다. 기대에 부풀어 간 외국에서 고생만 하다 돌아오거나 몇 달 적자만 내던 가게를 정리했다고 했다. 몇은 부모가 살던 그 동네에 남고 몇은 안산과 같은 서울 밖으로 이사를 했다. 막내가 물었다. “안산은 넓지? 설마 아니겠지?”

수소문 끝에 그 친구의 소식을 들었다. 막내의 추측대로 큰애는 고3, 작은애가 고1이었다. 둘째가 단원고 학생이었다. 놀라 입만 벌렸다. “다행이다”라는 말은 입에 담을 수 없었다. 그 일 이후로 우리는 어떤 일에도 그 말을 할 수가 없다.

종종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하던 어른들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던 어릴 적 그 동네 전경이 그려졌다. 가난했지만 부지런했다. 우직하게 일만 했다. 살림이 넉넉지 않았지만 누구도 가난한 집이라고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얼마든지 가난은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안산의 그 친구도 줄곧 맞벌이를 했다. 때론 억척스럽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아이들만큼은 좀더 나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졸지에 ‘가난한 집’이 되고 아이들은 ‘가난한 집 애들’이 되고 말았다. 혹시나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이 자신의 무능과 가난이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고 자책할까봐 걱정이다.

왜 이렇게 나아지는 것이 없냐고 동생이 우는데 문득 소설 속 여학생의 혼잣말이 떠오른다. “편의점 알바인 제가 애를 낳으면 그 애는 뭐가 될까요? 주유소 알바? 카페 알바? 피시방 알바? 보나마나 그 비슷한 거 아무거나 되겠죠.”

하성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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