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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3 01:51

챔피언의 자전거

조회 수 719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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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에도 없는 이런 자전거를 타게 된 건
순전히 미치 (Mitch) 때문이다. 

미치는 LA Fitness  에서 만났다.
나처럼 거기 매일 드나드는 그는
탈의실이고 어디고 늘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들어보니 철인삼종을 여러번 했댄다. 
하와이 코나 섬에서 하는 경기 (마라톤으로 하면 보스턴 마라톤에 해당하는, 철인삼종의 참피온쉽)
에도 여러번 나갔고, 나이별 성적에서는 늘 1등이라고 했다. 

60대의 치과의사.

나도 철인경기에 관심 있다고 했더니
몇가지 비결을 알려 주었다. 

'가장 중요한 건 자전거야. 
 전 경기의 반을 자전거를 타잖아?
나는 실내에서만 연습해. 
나이가 있으니까 밖에서 타다가 혹시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나지.
자전거는 내가 항상 일등이거든.  
사람들이 도대체 자전거 연습을 얼마나 하느냐고 물어
실내에서 spin class 만 한다고 하며 놀라 자빠지지'

미치의 조언에 따라 나도  
그가 다니는
데비라는 젊은 여자가 강사인 spin class 에 가서 
일주일에 세번 열심히 붙박이 자전거를 돌렸다. 

미치의 자리는 오른쪽 맨 앞 코너에  정해져 있었다. 
아무도 그 자전거에 앉지 않는다.
혹시 초심자가 와서 거기 앉을라치면
'아서,  그건 미치의 자리야' 
그랬다. 

도장에 고수가 나타나면 다들 공손해지듯이
미치가 들어오면 모두 무언의 존경을 표했다 

챔피언 미치는 늘 쾌활하고 다정했다. 
누구에게도 용기를 주는 걸 잊지 않았다.
모두 미치를 좋아했다. 
우리   LA 피트니스의 대부였다 


처음 아이언맨을 등록해 놓고
미치와 자전거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냥 road bike 보다는 tribike 가 기록이 훨씬 나아...
자네 나랑 키가 비슷한데 내 것 빌려줄께  언제 한 번 타 보라구'

황공했다. 
아끼는 자전거를 
챔피언이
초보인 나에게 빌려준다고

그래서 spin class 열심히 했다. 

어느 겨울 날

spin class 갔더니
분위기가 침울하다 
미치의 자리에는 흰 수건이 놓여 있다. 
데비는 울면서 클래스를 진행하다가 중간에
도저히 못하겠다고 중단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미치가 실종되었다. 

산에 눈이 와서 
일요일에 Snow shoeing 을 갔는데
눈사태가 나서  
같이 간 두 사람은 살아나왔으나
미치는 실종되었다. 
그게 2013년 1월

spin class 미치의 자리에는 
계속 흰 수건이 걸쳐 있었다. 
모두들 슬퍼했다. 
그 때 알았다. 
우리 클럽 회원들 모두는 미치를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하고 있더라는 걸.

4월달엔가 눈이 녹으면서 
미치의 시신이 흘러 내려와 발견될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오래도록
미치의 자전거에는 흰 수건이 걸쳐 있었고
아무도 감히 그 안장에 앉지 않았다. 

나는 미치가 없는 spin class 는 다시는 나가지 않았다. 

교회 일 때문에 추모식에는 못갔는데
켄트의 성당이 터지도록 사람들이 많이 와서
밖에 까지 늘어서 있더라고 했다. 
그가 사망한 후에 많은 선행의 이야기가 드러났다
미치는 작은 거인이었다.

예정대로 나는 
6월에 첫번  ironman 을 마쳤다. 
내 road bike 를 타고.

그리고 9월인가 
LA fitness 에서 미치의 미망인 마릴린을 보았다. 
아직도 사별을 애통하는 중이었다.   
말하다가 눈물을 보인다. 

'유물도 정리해야 하는데 어떻게 손을 쓸지 몰라서
아는 사람을 통해 e bay  에 내놓기도 하고...
자전거는 그냥 아무에게나 팔 수 없고...'

'미치가 내 ironman 을 위해 자기 tribike 를 빌려주겠다는 얘기를 했었어요
혹시 그 자전거를 저에게 파실 수 있으신지요?'

마릴린이 고마워하며 흔쾌히 나에게 팔겠다고 했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 남편을 생각하며 탄다면 더 좋겠다고. 

그래서 미루어 온  만 50세 생일 선물로
챔피언 미치가 타던 자전거를 샀다. 

존경하고 사랑하던 챔피언이 타고 쌩쌩 날던
그 자전거가 내 것이 되었다. 

왜 좋은 사람들이 일찍 떠나는 것일까?

참피언이 타던 자전거를 타고

지난 일요일 (6월 29일)
두번째 철인 경기를 마쳤다. 

챔피언처럼 쌩쌩 날지는 못했다. 

누구 말대로
'자전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엔진, 즉 
타는 사람' 이었다. 

tribike.jpg


mitch.jpg




  • ?
    감사 2014.07.03 02:10
    미치~! 김주영 님 감사합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였습니다.
  • ?
    fm 2014.07.03 04:13
    r감동. 명복을 빈다 미치가족들께.
    3종철인종목경기 참가에 축하드림.
    나역시 body building에 빠져간다.
    근육이 강해야 된다는 이유로.
    2년만에 겨우 몸의 균형잡히고 산과 계곡이 모양을 드러낸다
    벤치 220파운드, 자전거, 등배, 트에이드밀 등등
    건필하세요
  • ?
    김원일 2014.07.03 04:25
    유니폼을 보니 그분 태극전사이셨네.

    기왕이면 날씬해져 있을 글 쓴 양반 사진도 좀 올리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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