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에도 없는 이런 자전거를 타게 된 건
순전히 미치 (Mitch) 때문이다.
미치는 LA Fitness 에서 만났다.
나처럼 거기 매일 드나드는 그는
탈의실이고 어디고 늘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들어보니 철인삼종을 여러번 했댄다.
하와이 코나 섬에서 하는 경기 (마라톤으로 하면 보스턴 마라톤에 해당하는, 철인삼종의 참피온쉽)
에도 여러번 나갔고, 나이별 성적에서는 늘 1등이라고 했다.
60대의 치과의사.
나도 철인경기에 관심 있다고 했더니
몇가지 비결을 알려 주었다.
'가장 중요한 건 자전거야.
전 경기의 반을 자전거를 타잖아?
나는 실내에서만 연습해.
나이가 있으니까 밖에서 타다가 혹시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나지.
자전거는 내가 항상 일등이거든.
사람들이 도대체 자전거 연습을 얼마나 하느냐고 물어
실내에서 spin class 만 한다고 하며 놀라 자빠지지'
미치의 조언에 따라 나도
그가 다니는
데비라는 젊은 여자가 강사인 spin class 에 가서
일주일에 세번 열심히 붙박이 자전거를 돌렸다.
미치의 자리는 오른쪽 맨 앞 코너에 정해져 있었다.
아무도 그 자전거에 앉지 않는다.
혹시 초심자가 와서 거기 앉을라치면
'아서, 그건 미치의 자리야'
그랬다.
도장에 고수가 나타나면 다들 공손해지듯이
미치가 들어오면 모두 무언의 존경을 표했다
챔피언 미치는 늘 쾌활하고 다정했다.
누구에게도 용기를 주는 걸 잊지 않았다.
모두 미치를 좋아했다.
우리 LA 피트니스의 대부였다
처음 아이언맨을 등록해 놓고
미치와 자전거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냥 road bike 보다는 tribike 가 기록이 훨씬 나아...
자네 나랑 키가 비슷한데 내 것 빌려줄께 언제 한 번 타 보라구'
황공했다.
아끼는 자전거를
챔피언이
초보인 나에게 빌려준다고
그래서 spin class 열심히 했다.
어느 겨울 날
spin class 갔더니
분위기가 침울하다
미치의 자리에는 흰 수건이 놓여 있다.
데비는 울면서 클래스를 진행하다가 중간에
도저히 못하겠다고 중단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미치가 실종되었다.
산에 눈이 와서
일요일에 Snow shoeing 을 갔는데
눈사태가 나서
같이 간 두 사람은 살아나왔으나
미치는 실종되었다.
그게 2013년 1월
spin class 미치의 자리에는
계속 흰 수건이 걸쳐 있었다.
모두들 슬퍼했다.
그 때 알았다.
우리 클럽 회원들 모두는 미치를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하고 있더라는 걸.
4월달엔가 눈이 녹으면서
미치의 시신이 흘러 내려와 발견될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오래도록
미치의 자전거에는 흰 수건이 걸쳐 있었고
아무도 감히 그 안장에 앉지 않았다.
나는 미치가 없는 spin class 는 다시는 나가지 않았다.
교회 일 때문에 추모식에는 못갔는데
켄트의 성당이 터지도록 사람들이 많이 와서
밖에 까지 늘어서 있더라고 했다.
그가 사망한 후에 많은 선행의 이야기가 드러났다
미치는 작은 거인이었다.
예정대로 나는
6월에 첫번 ironman 을 마쳤다.
내 road bike 를 타고.
그리고 9월인가
LA fitness 에서 미치의 미망인 마릴린을 보았다.
아직도 사별을 애통하는 중이었다.
말하다가 눈물을 보인다.
'유물도 정리해야 하는데 어떻게 손을 쓸지 몰라서
아는 사람을 통해 e bay 에 내놓기도 하고...
자전거는 그냥 아무에게나 팔 수 없고...'
'미치가 내 ironman 을 위해 자기 tribike 를 빌려주겠다는 얘기를 했었어요
혹시 그 자전거를 저에게 파실 수 있으신지요?'
마릴린이 고마워하며 흔쾌히 나에게 팔겠다고 했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 남편을 생각하며 탄다면 더 좋겠다고.
그래서 미루어 온 만 50세 생일 선물로
챔피언 미치가 타던 자전거를 샀다.
존경하고 사랑하던 챔피언이 타고 쌩쌩 날던
그 자전거가 내 것이 되었다.
왜 좋은 사람들이 일찍 떠나는 것일까?
참피언이 타던 자전거를 타고
지난 일요일 (6월 29일)
두번째 철인 경기를 마쳤다.
챔피언처럼 쌩쌩 날지는 못했다.
누구 말대로
'자전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엔진, 즉
타는 사람'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