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과 그렇게 당한 희생자들에게 가슴 깊이 애도하며

by Windwalker posted Aug 06, 2014 Likes 0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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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임병장 사건때 글을 올리려다 우물쭈물하다 기회를 놓쳤는데,

이번 윤일병 사건때는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오랜만이라 어색하지만 글을 올립니다.

 

처음 TV를 봤을 때는 베레모를 쓴 군 간부들을 보고 사건이 공수부대에서 일어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육군 28사단, 편한 보직이라는 인상이 남아 있는 의무대에서

그것도 개명한 2014년에 일어났다는 일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타부대원들에게는 군기가 가장 세서 그에 따른 구타와 기합을 자동 연상케하는 특수한 부대에서

30여년 전에 복무했었습니다. 여기서 특수한 부대란 일반 육군이 아닌 특수한 업무를 수행하는 부대를 뜻합니다

입대시부터 무수한 구타, 소위 기합이라는 얼차려는 물론이고 소변기도 핥아보고

대변기에 머리도 처박아 본 경험이 있습니다. 보통 빠르면 밤 10시 아니면 새벽 2시에 집합을 걸어서

구타를 시작하는데 차라리 미리 맞고 자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특수부대에 어울리지 않은 곱상한 외모라든가, 맞을 일이 없기 때문에 맞아야 한다는 등

별 시답지 않은 이유로도 고참들은 후임병들을 폭행하였습니다

그런 때는 이 사람들이 폭력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졸병 시절에는 너희들은 인간이 아니고 총알받이라는, 정말 짐승보다 못한 대접과

인간성에 대한 모욕도 수없이 받아보았습니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절대로 복종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때는 순하기도 했고 군사정권 시절이라 체제에 순응한다는 바보같은 생각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군대가 아니라 양아치들이 모인 조폭 집단이었습니다.

 

병장이 된 얼마 후, 동기들 및 왕고 (최고참)”와 의논하여 구타금지를 선언하였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구타금지 전보다 후임병들의 소위 군기라는 것이 점점 빠져가는 것이

눈에 많이 띄기는 하였지만 좋은 선례로 남아 잘 정착되기를 원했었습니다.

 

그러나 전역을 보름 앞 둔 어느 날 밤, 외진 곳에 갔다가 후임 병장이 부대원들을 모아 놓고

구타와 기합을 주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큰소리를 내었지만

오히려 돌아온 답은 “‘갈참이면 그냥 조용하게 제대하십시오.” 구타금지로 인해 부대 분위기가 엉망이라는

하소연 아닌 항명을 하더군요. 그 날은 그 것으로 끝이 났지만 아마도 예전 분위기로

다시 돌아갈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그 부대를 떠났습니다.

 

그 동안 많이 개선되어 요즘은 군대같지 않다는 말들을 많이 들어 왔는데

윤일병 사건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한국군의 폭력적인 전통이 그렇게 뿌리가 깊은지

그리고 그 폭력 문화가 일반 사회까지 영향을 계속 미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번은 박달나무로 만든 몽둥이로 소위 빠따라는 것을 30대 맞기로 되어 있었는데

11대째 몽둥이가 부러지면서 고참이 자기도 심했다고 생각했는지 그 것으로 그쳤는데

며칠 후, 휴가를 나가 할머니 댁에서 바지를 갈아입다, 할머니께서 제 허벅지에

시퍼렇게 멍이 든 것을 보고 나쁜 놈들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시던 기억이 아직도 선한데,

자식이 무고한 폭행으로 인해 주검으로 돌아왔다면 자식이 당한 폭행보다 더 한 고통속에서

그 부모는 평생을 보낼 것입니다.

 

재발방지 차원이랍시고 몇 사람 처벌하는 선에서 일과성으로 지나가지 말고

이번에 이 사회의 썩어버린 환부를 완전히 도려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윤일병과 그렇게 당한 희생자들에게 가슴 깊이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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