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직후 7시간 여 동안 행적에 대해 청와대가 ‘보안’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의 행방을 밝히지 않으면서 의문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온갖 추측이 나돌다 최근엔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 전 보좌관(공보실장)과의 밀회설까지 보도돼 검찰이 진위를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꼭 정윤회씨가 아니더라도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다른 외부인과 만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에 출입하는 모든 이들은 신원조회와 함께 출입기록을 남겨야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지난 정부의 청와대 인사는 출입기록을 남기지 않고 대통령과 청와대 경내 또는 청와대 부근의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증언해 관심을 모은다. 이 때문에 궁정동에서 박정희 저격사건을 낳은 이후 YS DJ 노무현 정부 대통령 시절 없앴던 것으로 알려진 안가(安家·안전가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외부인과 접촉시 과거엔 청와대 경내의 서별관에서 만나거나 별도의 출입절차없이 관저로 불러다 만날 수 있다고 전직 청와대 인사들은 전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 및 제1부속실 행정관과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8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에 “청와대 경내의 서별관은 전부 회의실로 바뀌어 조찬회의와 같이 회의하는 방으로 썼다”며 “청와대 주변에 대통령 안가라고 할 만한 곳은 없었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바깥에 있는 사람을 만날 때는 관저로 초대해서 만났다”며 “관저의 정문이 인수문으로, 여기를 통과하려면 두 세 단계의 문을 거쳐야 하며, 경호실과 경찰경비병력이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른바 이를 피해갈 수 있는 속된 말로 ‘개구멍’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김 본부장은 “차량으로 들어 갈 때 차량 번호만 남기고 탑승객 명단은 확인하지 않고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때문에 청와대에 출입하는 모든 외부인에 대한 기록이 100%까지 남아있을 수는 없다. 90% 이상 정도만 남는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부속실에서) 차량 번호만 남기고 통과시키고 탑승자는 체크하지 말라고 요청하면 이곳을 지키는 경호실 및 경찰 병력이 통과시켜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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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방문했을 때. 사진=청와대
 

김 본부장은 서별관에서 만나는 가능성에 대해 “그곳은 영빈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기까지 가서 만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관저에서 보나 서별관에서 보나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서별관의 경우 “경내이긴 한데, 경호실에서 일일이 체크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8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전직 청와대 인사의 말을 빌어 “출입하는 쪽에서, 대통령 부속실에서 ‘이런 차 들어오니 검문하지 말고 통과시키세요’라고 한다는 것”이라며 “은밀하게 아주 은밀하게 만날 수도 있겠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은 “7시간 동안 공적인 일인지, 사적인 일인지 모르지만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는데 7시간이나 비울 수 있겠느냐하는 비판 때문에 공개 못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경우 아예 안가를 사용해왔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일요서울지난 1일 온라인판에서 “취재 결과, 이명박 대통령 때까지 사용하던 안가가 아직도 헐리지 않고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안가는 삼청동 쪽에 한 곳이란 말과, 효자동 쪽에도 한 곳 더 있다는 말이 엇갈렸다. 안가에는 관리인이 상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현재 박 대통령이 청와대 안가를 실제로 사용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다만,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당선인 시절에 새 정부의 골격을 구상하면서 삼청동 안가를 활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며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을 권역별로 만나 의견을 듣는 장소가 삼청동 안가였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국회의원은 “MB의 초청으로 동료의원들과 같이 삼청동 쪽의 안가로 가서 청와대 참모들이 배석한 가운데 저녁을 먹으며 ‘폭탄주’를 서너 배 돌린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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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17일 진도 팽목항을 방문했을 때. 사진=청와대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 시절 전 청와대 춘추관장 이상휘 데일리안 대표는 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그것까지는 내가 잘 알 수 없다”며 “(안가의 존재 및 활용 여부는) 부속실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는 안가의 존재여부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경호실의 한 관계자는 8일 “내가 답변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신동아 9월호와 인터뷰에서 “안가에 대해 아는 바 없으며,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경호 비밀 때문에 말할 수 없으니 양해해 달라”고 답했다. 신동아는 “아직 청와대 경내에 일부가 남아 있으며 대통령이 외부 인사를 비공개로 만날 때 종종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었다.


청와대는 지난달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에 제출한 박 대통령의 사고 당일 행정에 관한 답변서에서 “청와대는 적의 공격이 예상되는 중요한 국가안보 시설이며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며 국가원수이기 때문에 경호 필요상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위치와 동선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비밀로 해 공개하지 않아왔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청와대 내에는 여러 곳에 대통령 집무실이 산재해 있다”며 “대통령은 경내에 있으면 어디서든지 보고받고 지시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대통령은 아침에 기침(起寢)해 저녁에 취침할 때까지가 근무시간이며, 가족이 없는 우리 대통령은 가족과 휴식하는 ‘사생활’이란 없으며 경호관과 비서관이 언제나 근접 경호하고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16일 오전 10시에 첫보고를 받은 뒤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방문할 때까지 모두 18차례의 서면과 유선보고(국가안보실 서면 3회, 유선 7회, 청와대 비서실 서명 8회)를 받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그러나 이 답변서에는 7시간 동안 왜 대면보고를 받지 않았으며, 회의를 한차례도 열지 않았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구체적인 서면·유선 보고 내용은 무엇인지 등 핵심적인 의문에 대한 답변은 나타나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