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유인지는 생략하고
결혼 10년차 때에
에라 당해봐라 하고 의도적으로
酒님을 다 마셔버렸다
어릴적 아버지 막걸리 심부름으로 홀짝 거리기는 했어도
입에 대 본적은 처음이었다
그 때가 마침 분가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이니 어른들은 따로 사셨다
들어가자마자 속이 타는듯한 답답함이었는데도
그냥 어거지로 마셔버렸다
처음에는 견딜만했다
한 병을 다 마셔버리고 나니
의도적이니까 정신은 말짱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퍼질러 있는 엄마를 보니 얼마나 놀랐을까
남편이 달려왔다
어이가 없는지 허허 웃더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때는 요때다 하고
있는 소리 없는 소리 울다가 웃다가
한참을 지났을까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우와 말로만 듣던 술마신 후의 후유증이라니
그 후 다시는 장난하지 않았다
성과는 없었다
쇼하는 줄 다 알고 있었느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울 신랑은 내가 한치의 오차없이 활시위가 벗어나지 않을 걸로 확신하고 지금도 산다
에구구 내팔자야
=======================
이 야그를 처음으로 하는 이유는
이 밑에 고바우님의 아프다는 글에
주님과 酒님이 있어서 옛 생각이 났네요
주님도 주님을 마신 걸로 되어 있는데
우리는 주님을 믿기 때문에 주님을 안마시고 살아갑니다.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