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안식일학교 교과 시간의 끝부분은
안식일을 지킨다는 건 무엇인가로 주제가 옮겨져서 마쳤다.
'우리의 문제는 안식일이 율법화된 것인가요
아니면 안식일 준수가 너무 해이해진 건가요?'
'어떻게 해야 안식일을 제대로 지키는 건가?'
'네째 계명은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 아무 일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
'어디 매매하지 말라는 말씀이 있지 않나?'
'이런 이야기들 들었잖아요.
어떤 사람이 안식일에는 차에 개스를 넣지 않기로 결심했다.
어느 안식일 개스가 떨어졌는데 기적적으로 한시간인가 두시간 차가 계속 움직였다'
'안식일에 차에 개스를 넣지 않음으로 지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안식일에 다른 사람의 차에 개스를 넣어주는 것으로 안식일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겠지요'
'옛날하고 지금하고는 안식일 지키는게 많이 달라졌어요'
'학생전도사 시절
사슴의 동산으로 아이들 데리고 캠핑을 가면
안식일에는 그 뜨거운 날에도 물어 들어가지 못했다.
너무 안됐는지
같이 따라간 고문 장로님이
물에 발을 담그는 건 괜찮다고 했다.
물에 들어갔는데 어떻게 발만 담그나
그 다음엔 허벅지까지 담궈도 된다고 했다.
같이 간 다른 장로님은
멱은 감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물장구는 치지 말아라
(일동 웃음)
요즘은 안식일에 수영하는거 꺼림칙하게 여기는 사람 없더라.
우리 다 거리낌 없이 수영하는데...
모르지 사슴의 동산은 아직도 그러는지'
'미국의 어떤 목사님은
어려서 안식일에 자전거가 하도 타고 싶었다고 한다.
부모님 말씀
자전거를 타도 되는데 페달을 너무 빨리 밟지는 말아라.
한마디로 너무 재미 보지 말아라 이런 뜻'
------
한국에서는 아직도 병영에서 안식일에 근무를 거부하다가 영창에 가는 사람이 있는데
미국 와서 놀란 것이 있다.
벌써 15년 쯤 전
우리 아이들이 보는 유년반 안식일학교 교과 상담란에
'우리 오빠는 경찰관이 되려고 하는데
경찰이 되면 안식일에도 일해야 하잖아요
어떻게 하지요'
라는 물음에 대해
'경찰관이 하는 일은 사람들을 돕는 일이랍니다.
안식일에 근무를 해도 괜찮아요.
오빠에게 걱정하지 말고 경찰관이 되라고 하세요'
라는 대답이 실려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안식일교인 아이들은 이제 그렇게 배운다.
경관이 하는 일이 사람을 돕는 일이라서 괜찮으면
다른 모든 '사람들을 돕는 일' 은 어떤가?
의사 간호사야 허가 받은 도둑놈이니까 이미 논의 끝났고
버스 운전사는?
세탁소 주인은?
햄버거 가게는?
같은 21 세기에도
지역에 따라 개인에 따라 안식일 '지키는' '방법'은 이렇게 다르다.
차라리 안식일 지키는 것이 투쟁을 동반하는 어려운 일이었던 시절에는
뭔가 뻑적지근한 기분으로 안식일을 지킬 수 있었다.
안식일을 과연 '지키는구나' 라는 느낌이 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너도 나도 쉬는
주 5일 근무제도의 사회에서
'일요일 지키는 대신 안식일을 지킨다'
라는 기분이 좀 무색한 것은 사실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신실한 안식일 교인들에게
안식일은 집단 예배와 교회활동을 위한 날이고
일요일은 정말 휴식(안식, 샤바트) 의 날이다.
나는 안식일을 지키나 일요일을 지키나?
주일날 설교해야 하는 '일요일교회' 목사들은
토요일에 혼자 휴식하며 기도하고 묵상하고 설교준비하고...
그들은 토요일을 지키나 일요일을 지키나?
우리가 안식일을 지킨다는 것이
토요일에 교회에 간다, 혹은 내 이름이 안식일교인이다 라는 것 말고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내 생애에 가장 귀중한 안식일 경험중 몇가지는
뉴욕 그로서리 가게에서 하루 열두시간 넘게 일하던 시절
안식일에 일을 놓고 쉬는 것이었다.
노동하는 사람에게 안식일은 정말 좋은 것이었다.
그 어떤 교리나 신학이 끼어들 필요도 없는
정말 좋은 날이었다.
나중에 하루 놀고 하루 쉬는 은퇴자가 되면
안식일에는 무슨 기분이 들까?
아마 천국의 안식일이 이런 것이구나 맛보게 되는 걸까?^^
------
교과 시간을 마쳐가는데
어떤 반원이 이런 말을 했다.
안식일을 '지킨다' 는 생각을 하게 되면
늘 뭔가 찜찜하다
혹시 이건 내가 제대로 하는 건지, 이건 범하는 건지...
그래서 나는
안식일을 'celebrate' 하자 고 결심했다.
그랬더니 아주 좋다.
무엇을 해도 되나 안해야 하나
이것 대신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안식일을 경축하는 일이 되어야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가볍다.
그래서 나는
안식일이 오면
속옷을 갈아입는다
아무도 볼 수 없지만
안식일을 celebrate 하는 나의 표시다 !
I put on a new underwear every sabbath !
다들 웃었다.
확인해 볼 수도 없고...
빨래를 손수 해야 하는
혼자 사는 분이라
더욱 의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