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무릎
산을 가면
많은 이들이 묻는 게
“아저씨 무릎 안 아프세요?” 이다
저들은 아파 죽겠단다
그러면서도 잘도 걷는다
그럼 내 대답은
“난 안 아픈데요” 이다
그러나 그건 거짓말이다
내 무릎은 쇠무릎인가?
그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하는 말이다
내가 속으로 이러고 있다
“무릎 안 아프냐고?
이 봐요
지금 지구가 1초에 462m를 달리고 있는데
거기 맞추어서 넘어지지 않고 버티고 산 세월이 75년이요
아플 때가 지나도 한 참 지났지요“
그래도 안 아픈 척 한다
나라고 안 아플 턱이 있나?
내가 무슨 재주로 안 아픈데?
산에서 만나는 젊은이들마다
“어르신 무릎 조심하세요” 한다
아니 무릎만 조심하면 되는감?
어제도 아침 6시 출발해서 산 밑에 도착하니 11시였다
오늘도 산을 내려 와서 집에 도착하기 까지 6시간 걸렸다
산을 타는 시간만큼 집에 오는 시간이 소요된다
국립공원에서 예정시간이라고 적어 놓은 것이 얼추 맞는 것 같다
지난 번 설악산 공릉능선 6시간 마등령 3시간 버스터미널까지 1시간이라더니
9시간 50분을 걸었다
어제는 5시간 40분이라더니 6시간 20분 걸렸다
오늘은 5시간 40분이라더니 5시간 걸렸다
그런데 걸어보니 시작을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시간이 더 걸리든지 줄어들든지 하나봐
오늘도 향적봉 대피소에서 만난 사람들이
내 무릎을 염려해 준다
내 무릎은 그들 염려로 더 튼튼해 질건가?
참 고마운 분들 많다
날 언제 봤다고 그렇게 염려해 주나?
여기서는 이상한 사람들에게 맨 날 두들겨 맞고 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