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아줌마 사는 이야기

by 배달원 posted Oct 18, 2014 Likes 0 Replies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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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는 이야기 적었습니다

 

말 그대로 올해 50살-삐까삐까  아줌마 입니다

남편은 밥만 먹고 일만 열심히 하는 조금 답답하지만 성실하고 고마운 사람입니다

시댁특히 문제없고  비바람피할 집있고 특별히 아픈곳없이 건강하고 감사할뿐입니다


자식이야기 좀 할까합니다  아이 둘 입니다

장녀 만 21세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안에 며칠있다가 심한 황달로 지적장해가 되었습니다

장남은 두살 아래로 아버지 닮았는지 근면 성실 그차제로 나름 성과도 내고 있습니다 


결혼24년

요즈음이 제일 행복한 것 같습니다


어릴때 눈깜빡할 여유도 없이 돌아다니며 설쳐대는 장녀때문에  힘많이 들었고 어지간히 눈물자아냈습니다

돌이켜보니  젊음으로 잘 헤쳐나왔다 싶습니다 - 나 자신에게 박수

그런데

그 딸이 요즘은 예쁩니다  신기하게도

어릴때 너무 힘들어 혹 죽더라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것 같았고

나만 재수없는 재비뽑기한것같아 세상이 야속하고 뭐 아뭏든 미숙한 나한테는 짊어지기가 너무 무거운

짐이라고 울상 많이 지었습니다


그런 딸   말한마디못하는 장해자지만 눈빛으로 표정으로 감정표현하고

어디가도 엄마그늘찾으며서 두리번 거리는거보니 나는 애때문이라도 건강해야 겠고

 가능한 오래 애를 돌봐야 겠구나  뼈져리게 느낍니다


장남이 대학입학과 동시자립이라는 이름으로 거짓말처럼 훌쩍 집을 떠날때

묘하게 가슴한구석이 섭섭했더랍니다  

일주일에 한번 카톡으로 이모티콘 스탬프 연락. 그래야지 ! 남자애는 원래 좀 말이 없다고 하지

-속으로 나 혼자 중얼거리는 말-

너 학비 생활비 부모덕에 하고있는데   고마운 마음 글로 말로 표현하면 좋지않니?????


그런 장남과는 대조적으로

엄마가 있어야지 운동하러 같이가고 시설에 데려다주고  여행도 같이가고 목욕도하고

화장실도  챙겨주고 더우면 덜 입히고 추우면 더 입히고 ,,,,,

지적능력은 유치원생정도입니다만 일상생활에는 크게 힘들지 않습니다

아니지

어릴적에 너무 엄청 무척 퍽 설쳐댔던때와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조용해져서

저는 그것만으로도 만족 행복인가 생각합니다

 

                                             

 혹 나름 똑똑하다는 애였으면 미숙한 이 엄마는 얼마나 기대하고 애 닥달하면서

좀 더 잘해라 좀 더 좋은 점수 받도록 더 노력해라고 부추겼을께 뻔합니다


그렇지만 언제 교통사고로 차에 치어 죽을지도 모르는 장해자 하나 키워보니

살아 있는것만으로도 다행이고 같은 지붕에 살고있는게 행복이고

엄마로서 내 할일을 끊임없이 제공해주는 우리딸은 미숙한나에게 가르쳐주는게

헤아릴수 없을 정도입니다


장해자가 태어나면 불행하다고요?

장해자가 있으면 힘들다고요?

장해자가 있으면 차별받는다고요?

부모로서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고요?


그런데 저는 요즈음에 와서야 그렇지않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는것은

 노망 치매 헛소리가 아니고

제 경험상

축복받은 케이스 입니다 아무도 감히 경험해보지못할 장해자의 엄마는

최고 인생공부시켜주는 좋은 제비뽑기입니다

 

                                                                                    < 아고라 펌-yasuko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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