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간
죽음까지도 조용한 아침입니다
모든 것 삼킨 블랙홀 같은 아침입니다
안식일 아침마다 다가오는 이 조용함을
나는
잠수 아우님 어머니 건강을 위해 기도 드립니다
굶어 본 자가 굶는 자 이해할 수 있듯이
아파보지 않은 자 아픈 자 모릅니다
치매 환자 가족사에 없는 사람은
그저 간병인 같은 마음으로만 여기는데
그런 심정이지만 나는
기도합니다
기억의 저편에서 손짓하는
죽음의 그림자를 거두소서
간혹 기억이 되살아나면
좋았던 것 만 기억나게 하소서
즐거웠던 것만 기억나게 하소서
다 커서도 할머니 앞에만 서면 재롱부리던 손자들 기억나게 하소서
평생을 딸처럼 넋두리하며 애태우던 며느리 기억나게 하소서
두 여자 사이에서 방황하며 어쩔 줄 모르던
하나 밖에 없는 아들 기억나게 하소서
평생을 섬기던 주님 3일을 거처하던 그 무덤 기억하게 하소서
인생이 소멸되는 그날 주님이 기다리심을 기억하게 하소서
괴롭던 인생사 고비 고비마다 잊지 않으시던 주님 기억나게 하소서
더 기억할 것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주의 종 되심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가 만나는 같은 치매 환자를 어미처럼 대하도록
이런 짐 지어주셨다 기억하게 하소서
그리고 이 땅 하직할 때
구름 저편에 준비하신 그 집 기억하며 갈 수 있게 하소서
아직도 상거가 멀지만
평생을 잡아 주시던 그 따뜻한 손길 기억하게 하소서
주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