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런 수준? fallbaram 님과 김민철 님과 lburtra 님께

by 돌아보자 posted Nov 07, 2014 Likes 0 Replies 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리 신앙의 수준을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글이 아닌가 하여 <한겨레>에서 퍼옵니다.

fallbaram 님과 김민철 님, 그리고 lburtra 님의 아름다운 대화를 보고 이 분들께 이 글을 드립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용납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 같기에...


----

오강남 교수의 아하!

천당·지옥에 사로잡힌 신앙의 수준





존레논이매진가사.jpg

*가수 존 레논와 그의 노래 "이매진"의 가사 일부


영국 비틀스의 창립 멤버였던 존 레넌이 부른 노래 ‘이매진’(imagine, 상상해 봐요)에 보면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봐요. 해보면 쉬운 일이죠. 우리 아래에는 지옥도 없고 우리 위에는 오로지 하늘이 있을 뿐…. 뭘 위해 죽일 일도, 죽을 일도 없고, 종교도 없고, 모든 사람들 다 평화스럽게 살아가는 삶을 상상해 봐요” 하는 노랫말이 나온다. 김연아가 소치 겨울올림픽 갈라쇼에서 이 노래에 맞춘 멋진 퍼포먼스로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 그리스도교인이나 불교인들 중에 천당이나 극락, 지옥이 없다고 하면 몇 명이나 그들의 신앙을 지킬 수 있을까? 천당, 극락, 지옥 등이 문자 그대로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들의 유무와 상관없이, 우리의 신앙이 아직도 그런 것에 의존되어 있다면 그 신앙이라는 것이 덜 성숙한 것이 아니냐 하는 이야기이다.


한국 조계종의 창시자 지눌(知訥) 사상에 크게 영향을 준 당나라 승려 종밀(宗密, 780~841)은 그의 저술 <원인론>(原人論)에서 종교의 교의를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인천교’(人天敎)를 제일 하급으로 취급했다. 인천교란 죽어서 사람으로 태어나느냐 천상에 태어나느냐를 궁극 관심으로 삼는 태도를 말한다. 이런 인과응보적 태도는 ‘내 속에 불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라는 제5단계 ‘일승현성교’(一乘顯性敎)의 가르침과 너무 먼 문자주의적 신앙이라는 것이다.


천국과지옥영화천국보다아름다운.jpg

*영화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묘사된 천당과 지옥의 모습


이를 그리스도교적 용어로 고치면 죽어서 천당 가느냐 지옥에 떨어지느냐 하는 문제가 신앙생활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 있다면 그런 신앙은 아직도 ‘하질’이라는 뜻이다.


미국에서 영향력이 큰 신학자 마커스 보그는 이런 신앙 형태의 그리스도교를 ‘재래식 그리스도교’(conventional Christianity) 혹은 ‘천당/지옥 그리스도교’(heaven/hell Christianity)라고 하고 이제 이런 식의 그리스도교는 더 이상 받들기 힘들다고 했다. ‘새롭게 등장하는’ 성숙한 그리스도교 신앙은 이런 인과응보식 신앙이 아니라 내 속에 하느님이 계시고 내가 하느님 속에 있다는 것을 체득하는 체험적 신앙이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종교 기본은 자기중심주의의 극복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진정한 신앙의 방향과 상관없이 무슨 일이 있어도 나만은 천국에 가겠다고 애쓰는 사람이 그가 그처럼 바라는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8세기 유명한 수피의 성녀 라비아의 기도가 생각난다.


 “오, 주님. 제가 주님을 섬김이 지옥의 두려움 때문이라면

저를 지옥에서 불살라 주시고,

낙원의 소망 때문이라면

저를 낙원에서 쫓아내 주소서.

그러나 그것이 오로지 주님만을 위한 것이라면

주님의 영원한 아름다움을 제게서 거두지 마소서.”


우리의 신앙이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것인가? 혹은 그 나라에 들어가기만을 바라는 것인가? 심각하게 자문해볼 일이다.


오강남 ‘경계 너머 아하!’ 이사장

-----

참고: 위의 존 레넌의 노래는 영국에서 가장 즐겨부르는 노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Articles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