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 넘어져도
- 박진하 -
첫 번째 넘어졌을 때,
"아들아 다치지 않았니?"하시고
상한 곳 어루만지시며
치료해 주신 후,
새 옷 입혀 주신 사랑의 아버지
두 번째 넘어졌을 때,
"괜찮아 이렇게 자라는 거야"하시며
나를 품안에 안으시고
두 손으로 토닥거리시며
빙긋이 웃으시는 자비로우신 아버지
세 번째 넘어졌을 때,
"많이 다치지 않았니?"하시며
눈물 고인 사랑의 눈으로 나를 보시며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하며
용기주시는 은혜로운 아버지
네 번째 넘어졌을 때,
"너희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하며
사랑의 두 팔 넓게 벌리며
나를 안으시고 입 맞추시는
긍휼히 여기시는 아버지
다섯 번째 넘어졌을 때,
그래서 무릎 꿇기 민망할 때,
"선을 행하고
죄를 전혀 범치 아니한 의인은 없어"하시며
내게로 달려와 측은히 여겨 주시며
내 목을 안고 함께 우시는
자애로운 아버지
여섯 번째 넘어졌을 때,
용기도 없고 소망도 보이지 않을 때,
"너는 불에서 꺼낸 그슬린 나무가 아니냐"하시며
더러운 죄의 옷 손수 벗기시며 통곡하시며
아름 옷 입혀 주시는
노하기를 더디 하시는 아버지
일곱 번째 넘어졌을 때,
눈 앞이 캄캄하고 기력이 쇠하여 완전히 절망할 때,
"하늘이여 들으라 땅이여 귀를 기울이라"하시며
"대저 의인은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하고
나 못 듣고 지나칠까봐
하늘도 땅도 듣도록 외치시는
인자하심이 지극하신 아버지
그 아버지가 오늘 내게 말씀하시네
"가서 다시는 죄를 범치 말라,
죄가 너를 주관치 못하게 하라.
순종의 종 되어 의에 이르라.
의의 열매를 많이 맺어 내 제자가 되라.
생명을 얻되 풍성히 얻으라.
네가 내 아들이라 오늘날 내가 너를 낳았다"
"아멘!"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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