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의 일곱 번째 남자

by 아기자기 posted Feb 08, 2011 Likes 0 Replies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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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zabeth Rosemond Taylor가 본명인 리즈 테일러는 2011년 올해에 한국 나이로 80세 할머니가 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녀 여배우로 작년에 28살 연하남과 9번째 결혼을 했다한다. 평생 일부종사一夫從事를 미덕으로 배운 우리 한인으로는 이해하기도 힘들뿐더러 대단한 능력(?)의 여인임에 틀림없다. 물론 이제는 옛날 같이 않아 이혼이나 재혼을 하는 이들이 하도 많아 뭐 한 두 번은 그리 특이할 것도 없이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9번은 예사롭지 않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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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성경에도 이런 여인이 등장한다. 잘 아는 대로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예수님과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이다. 너에게는 다섯 명의 남편이 있었고 지금 있는 자는 내 남편이 아니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이 여인은 지금 여섯 번째 남자와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생각하기를 이 여인은 남성편력이 심한 바람기 있는 좋지 않은 여인으로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당시의 관습을 살펴보면 이 여인이 다섯 남자를 차버린 그런 바람기 있는 나쁜 여인일 확률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당시 유대인의 혼인법은 이혼의 권리는 오직 남자에게만 있었다. 남편들은 아주 쉽게 아내를 버릴 수가 있었지만 반대로 여인이 이혼하는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이 사마리아 여인은 쾌락을 좇아서 이 남자 저 남자와 살아보았던 나쁜 여인이 아니라 오히려 남편들이 일찍 죽었거나 이 남자에게 버림받고 저 남자에게도 버림받기를 다섯 번이나 당하며 살 수 밖에 없었던 버림받고 소외당한 불쌍한 여인이었다. 이는 예수님과의 대화에서도 알 수 있다. 예수님은 전혀 그 여인의 과거를 나무라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의 그런 아픔을 알고 있음을 나타내셨다. 그러기에 이 멸시와 천대를 받아가며 살아가기에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혼자 우물가에 물을 길러 올 수 밖에 없었던 이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님에게 마음 문을 열 수가 있었다. 아마 이 여인이 성경의 인물 중에서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가장 억울하게 많은 오해를 받는 여인일 것이다. 이제부터는 이 불쌍한 사마리아 여인을 더 이상 행실이 나쁜 여자로 매도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내 생각에는 어찌 보면 모든 여인들이 이 사마리아 여인과 같이 6 남자를 만나 살고 있다. 사람이 세상에 처음으로 태어나면서 처음으로 받는 관심은 손가락 발가락과 더불어 고추가 있느냐의 여부일 것이다. 그래서 가족과 세상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말이 남자냐 여자냐의 여부이다. “축하 합니다! 떡두꺼비 같은 아들입니다.” “축하 합니다! 살림 밑천인 예쁜 따님입니다.” 라는 말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아들은 그냥 떡두꺼비 같이 건강하면 되는 것이고, 딸은 태어 날 때부터 떠나보낼 염두를 두며 그래도 키우면 손해까지는 안 볼 것이라는 위로의 말을 들으면서 태어난다. 이렇게 한 가정의 살림 밑천이라도 될 것이라는 위로와 그것도 예뻐야 된다는 강박관념 속에 태어난 여자 아이는 계집아이로 불려 지며 이때부터 절대적 영향을 받는 첫 남성을 만나게 된다.

 

옛말에는 삼종지도三從之道라해서 한 여인이 평생 3 남자를 -즉 시집가기 전에는 아버지를 시집간 후에는 남편을 그리고 남편이 죽은 후에는 아들을- 섬기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그러나 사실 여인의 일평생에는 대개 중요한 여섯 남자를 만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태어나자마자 여아에게는 아버지라는 절대적 존재의 남자를 만나고 계집아이가 자라서 학교에 다니게 되면 소녀로 불리는데 스승이라는 아버지 못지않게 순종을 요구받는 두 번째 남자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소녀가 좀 성숙해지면 처녀로 불리며 이때 남자친구가 나타나 3번째 남자가 된다. 그러다가 애인이라는 4번째 남자가 나타나면 여자가 되고, 여자가 드디어 시집을 가면 여성이 되어 5번째 남자인 남편과 살게 된다. 여성이 아들을 낳아 드디어 어머니라는 여인이 되면 아들이 6번째 남자 행세를 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여아(계집아이) 때는 아버지, 소녀 때는 선생님, 처녀 때는 친구, 여자가 되어서는 애인, 결혼한 여성은 남편, 그리고 어머니라는 여인의 아들 이렇게 여섯 남자를 만나 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예외적인 삶을 사는 이들도 있겠지만 대체로 이 6명의 남자들이 한 여인의 일생에 만나게 되는 중요한 남자들이다. 그 뒤로는 여사라고 불리는 여생의 삶이 있는데 이 때 만나는 남자가 누구냐에 따라 한 여인의 삶이 비극일지 희극일지가 결정이 되는 중요한 만남이 남아 있다. 6명의 남자들은 이미 바꿀 수 없는 운명으로 주어졌을지라도 이 7번 째 남자만은 우리가 언제라도 다시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7번 째 남자가 앞의 6번의 만남의 부족함을 보상해 줄 수도 있고 남은여생을 보람되게도 또는 고통으로 내몰 수도 있다.

 

사마리아 여인은 6명의 남자를 만나 순탄치 않았던 그녀의 고달픈 삶이 예수라는 7번째 남자를 만나는 순간 변하기 시작 했다. 전의 6남자에게서는 고되게 우물물을 길어다 주어도 서로의 삶의 갈증을 해소할 수가 없었지만 7번째 남자인 예수님을 만나 다시는 목마르지 않는 생수를 마셨다. 그리고 그녀는 이 7번째 남자를 당당하게 동네에 자랑하고 소개할 수 있었다. 다시는 소박맞을 염려는 없었다. 이는 그가 참으로 이 여인에게 평안과 기쁨을 가져다 준 분이었기 때문일 뿐 아니라 모든 동네 사람에게도 소망을 가져다 줄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이 사마리아 여인은 더 이상 이 세상의 여섯 남자에게 얽매이는 삶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행복을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것이다. 이것이 진정 이 여인이 7번째 남자인 예수에게서 얻은 자유이며 행복인 것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이 세상 어느 남자에게도 속한 여인이 아니었다.

 

여성들도 독립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요즘에는 어떤 여인에게는 이 7번째 남자가 손자일 수 있겠고 또는 돈이나 명품, 스포츠나 일 혹은 성중독일 수도 있다. 또 어떤 이에게는 돌이나 나무로 만든 우상일 수도 있고 또는 어떤 종교의 교주일 수도 있으며 직장 상사, 친구, 연애인등이 있겠다. 또한 어떤 이들은 이름은 예수이지만 세상 남자들보다 더 변덕스럽고 까다로운 정죄의 눈과 엄하고 무서운 심판의 발톱을 가져 떨며 복종해야하며 또 언제 잘못해서 소박맞을지 모르는 괴팍한 성격을 가진 이의 노예가 될 수도 있다.

 

앞의 6남자들을 잘못 만났다고 너무 실망하거나 후회하지 말라. 그 6남자들도 당신과 같은 생각일 수 있음이다. 그리고 당신에 의해 그 6남자들도 고통의 잔을 마실 수도 행복의 생수를 얻어 마실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당신이 7번째 남자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당신과 당신의 6남자들의 삶의 질과 미래가 결정되어진다는 것이다.

 

세상의 어느 아버지보다 더 자상하고 믿음직하며, 어떤 스승보다 더 지혜로우시며 내 가장 절친한 친구보다 더 내 사정을 잘 이해하시고 첫사랑의 애인 보다 더 달콤한 사랑을 주며 세상의 어느 남편보다 더 듬직하고 헌신적이며 절대로 트집 잡아 좇아내지 않을 신사이고, 아들 보다 더 큰 미래의 소망을 보장하시는 일곱 번째 신사이신 예수의 신부가 되어 당신의 남은여생을 리즈 테일러나 영국 황태자비 부럽지 않고 오히려 한 차원 높게 세상의 여섯 남자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우주의 왕비로서의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

 

당신의 7번째 신사가 당신의 모든 근심 걱정을 담은 한 잔의 세속의 물과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감사와 기쁨의 생명수 한 잔을 바꾸어 마시자고 생명의 우물가에서 오늘도 당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계신다!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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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자, 물 한 잔 하실까요?“

 

...나뭇잎 하나를 띄워

 

“천천히 드시와요!”

 

“크, 물 맛 좋다!”

 

“어찌 양반 선비님이 저 같은 천한 계집에게 물을 달라 하시나요?”

 

“내가 낭자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물을 주리다!”

 

“양반 선비님 농으로라도 참 좋네요!

  그것은 하나님의 아들이나 할 수 있지요.

  암튼 감사 합니다요!”

 

“내가 그로라!”

 

 ...

 

  “선비님!”

 

“낭자!”

雲甫,'金基昶'畵伯의 사마리아의 여인.1952-53

 

 

      

    김연숙                                                                                            김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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