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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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라서
평소에 누릴 수 없었던 늦잠이라는 호사를 누리고
방문을 여니 벌써 아침상이 준비되어 있다.
수저를 들며 촘촘히 옹기종기 모여있는 쌀들을 내려다보니
한없이 부끄럽다.
한끼 밥상을 차리기 위해서 얼마나 고민했을까?
고맙다는 말을 아내에게 전하자
아내는 그저
매일 같은 밥 같은 반찬이라며 오히려 미안하단다.
쌀 한톨한톨 아내의 사랑의 보시(布施)이리라.
따뜻한 마음 숟가락에 듬뿍 담에 입에 집어 넣는다.
무실님 아내사랑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