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인 홍어와 검정돼지
먹지 말라고 떠들어 대는 종류 중에
나를 유혹하는 것들도 제법 있다.
약 30년 전에
쫄딱 망해서 1년을 놀아봤다
낚시를 가다가 경북 청도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1달을 입원했는데
보험회사 직원이 와서 합의를 종용하는 바람에 퇴원했더니
그게 지금까지 발목을 시큼거리게 하는 고질병으로 남았다
그 당시 내가 하는 일의 호남을 맡았던 녀석이 따라 부도가 났는데
그 친구는 6개월을 국립호텔에 있다가 나왔다
하루는 내가 가진 삐삐가 울려서 보니 그놈이다
(그 때는 삐삐가 통신수단이었다)
전화를 했더니 한 번 만나잔다
멀리 유럽까지 같이 갔던 친구니까 응당 한 번 얼굴이라도 보자하고
빛 고을로 올라갔다
오랜만에 만났다고 광주의 명물이라나 뭐라나 하면서
어느 식당으로 데리고 갔는데
바로 삭인 홍어를 파는 집이었다
“형님 이 집 홍어 허벌나게 맛있어요”
“임마 니나 많이 묵어라 난 싫어”
하와같이 꼬임에 빠져 한 젓가락을 했는데
그 이후로는 바이바이
그것 맛 들이면 억수로 맛있다는데 나는 비위가 좋은 편인데도 영 아니었다
요즘도 시장에 가면 칠레산 홍어가 한 접시에 만원이라고 외친다
맛이 있긴 있나봐 시장에서 매일 파는 것 보니
다음 시간이 나면 빛 고을에 삭인 홍어 한 번 먹으러 갈 생각이다
아 참 낚시 가서 보니 흑산도에 많이 나더라
난 페북의 친구가 몇 백 명은 된다
난 친구를 새로 만들 적에 그분의 학교를 본다
삼육이름이 있으면 무조건 오케이
그 다음은 그분의 친구명단에 아는 목사 이름 있으면 오케이
우리 교인 냄새나면 오케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면 오케이이다
한 분이 친구 먹자 해서 봤더니 목사님 사진이 보인다
그래서 아는 사이이다
물론 안면 튼지도 얼마 난 되었다
내가 페북에 등산 다녀온 이야기 자주 싣는다
그랬더니 그런 힘이 어디서 나냐고 물었다
밥 한 그릇 사 주면 갈켜 준다고 했더니
빛 고을에 올 일이 있으면 찾으란다
검정돼지에 복분자 대접하겠노라고
난 충청도에서 일을 보다가도 밥 때가 되면 불이야 하고 호남으로 넘어 온다
한 30분 달리고 나면 밥맛이 다르다
그만치 내가 호남 음식을 엄청 좋아한다
음식을 좋아하다보니 그곳 사람들도 좋아한다
모두들 정겹고 따스하고 그렇다
검정돼지
안식교인 수준으로 볼 때 지옥불에 구워먹을 소리지만
그런 것이라도 대접한다는 것이 어디냐?
내가 한 30년 단골 하는 전북 남원시 산내의 달궁에
예전에는 토종 닭백숙을 전문으로 팔았는데
요즘은 모든 식당이 검정돼지구이를 팔고 있다
우리는 닭백숙만 먹으니 날 보고 자주 먹어보라고 꼬신다
그 집에서 만들어주는 도토리무침이 참 맛있다
그리 꼬셔도 지조를 지켰는데 빛 고을 할배가 거기다가 복분자주까지 곁들여 주신다니
얼마나 황공무지한 것이냐?
기분 같았으면 한 달음에 달려가서 먹고 마셔보련만
그래서 물었다
먹여 놓고 소문내려고요?
절대 아니란다 사람들이 자기 말은 안 믿으니 걱정말란다
먹으러 가? 말아?
날 싫어하는 분들 하는 소리
지가 먹고 싶으니 레위기 11장 폐했다고 떠든단다
그것 진짜로 먹고 싶으면 난 레위기 11장 소리도 안 한다
내가 먹는지 마는지 누가 알아?
난 태연히 오징어 땅콩도 우적우적 씹는 사람인데?
난 맛있게 손자들 먹는 새우깡도 얻어먹는 사람인데?
시장에서 파는 것은 묻지 말고 먹으라는 바울의 지시(?)에 따라
난 시장에 파는 음식으로 신앙 감정도 안 하지만 나 자신도 이 나이까지 잘 살았잖아?
난 태어날 때부터 위약 체질로 태어났다
같은 음식 계속해서 먹으면 위장에 탈이 난다.
의사도 내 병 진단 못한다
그저 내가 내 몸을 알아서 관리하는 것뿐이다
그러니 소식으로 위를 달래고 먹고 싶은 것 있으면 그냥 먹는다
누구처럼 이 안에 고기가 있냐 아지노모도가 들어있냐 묻지도 않는다
만두가 먹고 싶어서 채식만두를 찾는 짓도 안한다.
변비가 되면 며칠을 현미식을 한다
그리고 더 먹으면 위장에 탈이 나니 백미로 또 바꾼다
우리 집 사람이 내 비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것 아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네
그런데 난 교회에서 안식일에 아무리 맛있는 것 많이 해도
왜 그리 소화가 안 될까?
참 이상한 체질이다
이참에 삭인 홍어를 한 번 더 먹어봐 말아?
대접해 주신다는 분에게 감사하며 검정돼지에 복분자를 먹어 마셔? 말어?
안식교인 되기가 이리 힘든 것 보니
나도 천국 갈 팔자가 되는 것 같다
안식교 붙들고 있으면 저들 천국 따로 만들어 데불고 간다면서?
ㅋㅋㅋ
난 항상 이렇게 솔직해서 두들겨 맞는다
음흉하게 살면 누가 뭐라냐?
그렇게 보니 내가 조사심판을 믿긴 믿는 것 같다
또 두들겨 맞자
ㅎㅎ
먹을거 맛있게 먹고
예수만 믿다가 가는 사람들
그들이 가는 곳으로 함께 가면 됩니다.
그곳이 어디인지 잘 모르지만..
흑돼지껍질 구운거에 복분자 한사발이
신앙양심 저울에 기울어진다면
그것들 저에게 넘겨 주세요.
군침 넘어가네 !
꼬올~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