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민초의 밭에다
모두의 마음을 심어요
꿈도
기쁨도
아픔도
슬픔도
침묵도
기다림도
보고픔도
가지런하게
줄을 맞춰 심어요
그 씨앗들이
뾰족뾰족
만질 수 있는 것
더 큰 기쁨이 되어
노래가 되어
만남이 되어
아빕월의 기다림처럼
푸른것들이
올라 올때
할매의 눈물을 뿌려주세요
그리고
갈대잎이여
풀피리와 함께
여름 한철 덮어야 할
거름을 만들어 주세요
공중으로 날아간
기름진 쌍욕들 퇴비속에 넣어
삭히며
씩씩거리는 재츄이의 한숨으로
덮어 보세요
바이올린 소리가 나겠지오
우린 이미 쌍욕보다 못한 이름과
욕지거리 보다 못한 말씀 인용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옆동네에서 배우지 않았나요
릴케는 시를 읊어 주세요
아제리나는 음악을 그림속에 넣고
한여름의 뙈약볕이 강렬한 날에는
그늘에 모여
삼포 영감님
잠수님
기대님 그리고
모두들 함께 앉아
솔직함에 대하여
인간성에 대하여
그리고
신앙에 대하여
귀를 기울여 봅시다
그리하여 해가 살짝 기울어가고
가을 바람 살살 불어오는
길목에
도토리 처럼 잘 익은
기쁨의 열매들이
달릴 거예요
그런다음
허수아비 보다 못한
엿장수의 가위소리가
어디선가 날아온 온갖
잡새들을 몰아
저편으로 날려 보내면
바로 그때쯤
탐스럽게 익은 민초의
소중한 열매들
모두가 함께 나누는
추수감사절이 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