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비밀

by fallbaram posted Dec 16, 2014 Likes 1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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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두개

콧구멍도 두개

팔도 두개

다리도 두개


그렇다면 귀도 두개인데 양쪽이 다 들려야 맞지 않은가?

훨씬 더 전에부터 궁금한 일이였지만

소년은 두근 거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친구에게 물었다.


"너는 두 귀가 다 들리냐"

"그럼 들리지, 둘다 들리지"


순간 나는 눈을 감았다.

결국 나는 한쪽귀로만 듣는 장애인이로구나.

어쩐지 소음속에 가면 상대가 무슨 말하는지 들을 수 없던

이유를 이제사 알게 된다.


한쪽 눈으로만 보면 거리감각이 떨어지고

한쭉 귀로만 들으면 방향감각이 떨어진다.


그래서 눈이 유난히도 밝아진 것인지도 모른다.

똑같은 그림자가 5센티만 늘어나도 나는 금방 그것을 알 수 있다.

눈에 들어온 물건들은 사진이 되어 축적이 된다.


나는 눈으로 듣는다.

상대의 입모양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거기도 한계가 있다.

대충 무슨말인지 감으로만 잡고 누가

물으면 고개만 끄떡이는 일이 잦다.


저들이 웃으면 뚯도 모르고 나도 웃어야 한다.

이것을 눈치챈 여학생들이 오른쪽 뒤에서

속삭인다.

"갱아!"

아무 대꾸가 없으면 그때사 그들이 왁자지껄 웃어댄다.


그러나 쥐구멍에 볕들날이 있다고

그것 때문에 서구 신사가 된 날도 있었다.


한때 그 유명했던 S 목사님 (회장 그리고 총장이셨던)의 사모가

영문과 다니던 시절에 나랑 무슨 이유로 서울 시내로 함께 가게 된다.

가면서 교통소음 때문에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 나는

죽어라고 그분의 오른쪽으로만 붙어서 다니게 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이런 소문이 들려 온다.


"장 도경은 정말 신사다.

언제나 여성의 오른쪽에서 걷고

차도의 바깥쪽에서 여성을 보호할 줄 아는

제대로 된 신사다." 라고


어느날

내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어린시절에 말씀을 드렸는데

이를 별로 귀담아 듣지 않은 어머니가 나를 여러번 불렀지만

잘 듣지 못해서 어머니가 화가 나셨다.


모자지간에 천지가 떠나갈듯한 고성이 교환되고 다시

평정을 찾은 다음 내 얘기를 어머니는 처음으로 귀담아 들으셨다.


고등학교 삼학년 때의 일이다.

한참을 듣고 난 어머니는 무겁게 닫혔던 입술을 열어

내 출생의 비밀같은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형을 낳고 난 다음 의사 선생이 다시는 아이를 낳지 말라고

경고를 주었다는 것이다.

출산시에 엄청나게 컸던 형의 싸이즈에 비해서 어머니의 골반이

상대적으로 작았으므로 아이를 낳을때 위험이 크다는 것이었다.


피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 아이가 생겼고 어머니는 유산이

어렵던 그 시절에 유산이 가능한 독한 한약을 잡수시고 유산이 되기를

원하셨지만 아이는 결국 출산하기에 이르렀고 다행이도 두번째는

아주 작은 싸이즈로 태어 났다는 것이다.


그 약때문에 그랬을 것이며 아마 키도 형제들 보다 작은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하는 어머니의 침통한 설명에 나는 오히려 어머니를

위로 하기에 급급했다. 사실 개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삶인데 까짓것

귀한쪽 약하다고 무슨 인생이 그리 절망적일까 생각하며 온갖 서글픔의 구멍들

다 틀어막고 지금껏 기쁘게 살아간다.


나중에 신체검사에서 신장 하나도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다른 한쪽으로만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지만 크게 장애를 느끼지 않고 지낸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육개월 이상을 살아갈 곳에 가서는 언제든지 어떤 경로로든지

내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으므로 혹 무심하게 보일 지 모르니 이해해 달라는

커밍아웃을 한다.


이런 장애자도 나라를 위해 애국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겠는가?

나는 당연히 그렇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양쪽 귀로 듣는이 들이여 어찌 감사하지 않으시는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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