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속의 가난

by fallbaram. posted Dec 18, 2014 Likes 0 Replies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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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 콜럼버스에서 시카고로 오는 길이 여럿 있지만 가장 빠른길은 23번 주도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오다가 다시 주도 30번을 만나면 서쪽으로 계속 오는길이다.

그 길에서 오하이오갸 끝이나고 다시 인디아나가 시작되기 얼마전에 Van Wert 라는

소도시가 하나있다. 그날은 모처럼 집에다 잘 모셔두던 Mercedes Benz S class 의 검은 세단을 몰고

다시 시카고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직도 그 소도시를 십여마일 남아있는 지점에서

나는 쪼그랑 망탱이 할머니와 또 하나의 초로의 늙은이가 힘겹게 갓길을 걷고 있는 광경을

목도하고 나도 모르게 갓길에 차를 멈추었다.


그들은 곧바로 내가 ride 를 주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차의 뒷자석에 올라 탔다.

출발하면서 백미러로 둘의 얼굴을 보니 할머니가 아니고 둘다 영감들이다. 차가 고장이 나서 갓길을

걸어 가고 있었느냐고 물었고 둘이 어떤 사이냐고 물었다. 둘은 형제이며 둘다 차를 가지고 있지않고

지금은 자신들의 집에서 십여마일 떨어진 동생집으로 가는 중이란다.


둘은 연신 내 차안을 이리저리 관찰하며 아마도 그들 생전에 처음 타보는 고급차에 약간의 혼을

빼앗기고 있는듯 했다. 차가 없는 두 노인들이 왕복 이십 팔마일을 걸어서 동생을 만나러 가고

손에는 수집한 알루미늄 깡통이 담긴 푸대가 손에 쥐어 있었다. 아마도 그것을 팔아 용돈을 만들려

하는것 같았다. 한개당 이십전씩 계산해도 3 달러가 겨우 될것 같았다.


은근히 노인냄새와 꼬리한 냄새가 본래의 찻속 냄새를 충분히 제압하고 있을때쯤 우리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고 나는 백미러로 뒤를 쳐다 보는데 거울 가득히 동생이라고 소개한 초로의

영감이지만 다소 건장한 그 사람의 얼굴이 나를 깊고 푸른 눈으로 직시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섬뜩했다.

잠바 주머니에서 총같은것 하나 꺼집어 내어 나를 겨누고 어디든지 가자하면 끌려 가야한다는

공상이 떠오르고 만약에 그럴경우 우선 차를 다른차에게 박든지 전봇대같은 것을 박든지 해서

정신을 분산시킨후에 달아나야지 하는 마음 준비도 단단히 했다.


그런 나에게 그 동생은 이미 도시속으로 들어 왔는데 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좀더 또 좀더 가자고 한다.

그러니 내 상상은 점점 더 날개를 펴고 내 목을 조르고 올해 아니 내 인생 최대의 위기가 오고

있다는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다가 마침내 폭포처럼 쏟아질 즈음에 여기서 내려 달라는 요청의 소리를 들었다.


참 미안했다.

그리고 참 안심스러웠다.


고맙다는 말 거듭 거듭 뱉아내며 어디론가 걸어가는 두 늙은 형제를 보면서 미국의 가난이 생각보다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주가 지난 지금도 그 생각이 내 의식속에 집을 지었는지

떠나지가 않는다.


먹고 살아가는 이 자체 하나만으로도 우린 충분히 감사한 인생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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