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무섭다.

by 삶에 현장 posted Dec 21, 2014 Likes 0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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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무섭다.

하청에 하청을 받아 공사하는 영세한 하도급업체를 운영하다 보니

가만히 앉아서 큰소리치며 돈을 쓸어담는 원청업체와는 달리 분주할 뿐

돈이 되지 않는다...

 

어쩌다 관공서에서 수의 계약으로 들어오는 애들 과잣값 같은 일은 하지 않는게

남는 장사지만 실적을 쌓기 위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공사할 때도 있다.

다음에 큰 건을 따내기 위한 투자랍시고 하는 일이다.

나를 돕는 30여 명 안팎의 식구들은 나만 쳐다보고 있다. 나는 연말이 춥다!

 

그저께 수금을 하기 위해서 한 바퀴 돌았다...

썰렁한 함바집 커다란 연탄난로 가에 앉아 담배를 뻐끔거리니

근심스런 얼굴로 아주머니가 다가온다.

 

"사장님, 오늘은 어떻게 좀..."

 

나는 홀쭉한 지갑을 꺼내어 동그란 철판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한숨을 길게 내쉬던 아주머니는 말없이 일어나 묻지도 않고 잔 두 개와

소주 한 병을 가지고 온다. 소주를 보니 그나마 얼었던 마음이 녹는다...

 

내일은 이 개새를 꼭두새벽에 찾아가 며가지를 비틀어서라도 돈을 받아

밥값 떼먹고 도망간 인부들의 외상값을 갚아줘야지... 연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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