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의 갑질

by fallbaram. posted Dec 22, 2014 Likes 0 Replies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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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일년만에 딸네를 찾아온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영문과까지 함께간 유일한
친구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신 맘좋은 형님같은 장노님이랑 시카고의 명물인 킹 스파 (찜질방) 로

가서 하루를 보냈다.


사람들은 홀딱벗고 발가숭이로 만나면 니나 내나 다 거기서 거기일 것이라고

생각들 하겠지만 그 생각은 오늘의 내 관찰에 의하면 아주 잘못된 인식이다.


오쇼 라즈니쉬의 책을 읽어보면 사람들이 갑질하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며 때로는

(아니 많은 경우에) 신의 영역에서도 갑질을 서슴치 않는다고 전개한다.


여자는 가장 이쁜 여자가 되기 위해서 화장을 하고 비싼 옷을 사입고

비싼 핸드백을 들고 나오고 그리고 구두의 굽을 높힌다.


목사들은 가장 설교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미사여구 다 동원하고

눈물도 간간이 뿌리고 성경도 남들이 알지 못하는 부분까지 아는척해야 하는

갑질의 영역이 있다.


랍비와 수도승은 가장 경건한 자가 되기 위하여 산에다 새끼줄 치고 그 새끼줄

안에서 십오년 정도 홀로 사는것 죽을 힘 다해 참고 살게 된다. 갑질의 영광을 위하여...


속내가 그렇지 않고 또 그렇고를 따지려 하는것이 아니라 오직 갑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여기에 한번 나는 나열해 보고 있는 것이다.


남자의 갑질이란

어린시절의 그 주먹

대단한 권세

잘난 용모

뭐 그런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찜질방에서 보았다.


사실 그동안도 나는 내가 정기적으로 다니던 헬스클럽에서도

오랫동안 관찰했던 분야이다.


남자들이 홀딱 벗고서 당당하게 더 넒은 보폭으로 걸을 수 있는 갑질의 근거는

근육도 키도 아니다.

잘못 설명하면 가위에 잘려 나갈 수 있는 고약한 영역이지만 그

남성 (?) 의 싸이즈에 자신이 있는 자들의 걸음걸이는 자세히 보면

확연히 다르다. 자신이 있을쑤록 보폭이 넓어지고 느리게 걷고

자신이 없을 수록 보폭이 줄어들며 빨리 걷다가 그것도 멋적으면 수건을 걸치고 걸어야 한다.


주류의 갑질

글을 많이 쓴 자들의 갑질

글을 잘 쓰는 자들의 갑질을

염려하는 이 누리의 주인장과

여러 필객들의 따끔한 조언들이

찜질방에서 다시 떠올랐다.


거기서

내가 보폭이 넓게 걸었는지

빨리 걸었는지를 묻지 말라.


다만

여기서 내가 천천히 그리고

넓게 걸었다면 용서해 주시기를

바란다.


옷을 입고서도 갑질

옷을 벗고서도 갑질


이세상 끝날까지 갑질은 없을 수 없는 일인데

우리서로 갑질을 주고 받으면서도 상처를

적게 받는

누리가 되기를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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